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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형희 Jul 21. 2024

칠월 이십일 토요일

이걸 토요일이라 적어야 하나 일요일이라 적어야 하나. 술은 거의 마시지 않았다. 그냥 개인적인 이유로.


하룻동안 이렇게 저렇게 바쁘게 지냈다. 구내염에 걸린 조카를 잠깐 봐주러 갔었고. 조금 일찍 가서 테니스도 치고. L클럽 모임을 갖고. 운영진 회의에. 비오는 날 막걸리가 먹고 싶다는 H의 소망에 전집에 갔다가. 다시 L클럽 모임에도 가고. 하루를 이렇게 알차게 일을 했으면 아마도 지금보다 수입이 더 늘지 않을까?ㅎ 하는 생각도 든다만. 재밌었다.


뭔가 내 인생에 있어 작은 힌트가 어딘가 숨어있을 것만 같은 하루다. 다양한 일이 있어서 그랬나.


1

조카는 너무 귀엽다. 어쩜 그렇게 귀여울까. 아파도 귀엽다. 울어도 귀엽고. 웃으면 더 귀엽고. 놀자고 들 때면 웃게 된다. 아기 봐주는게 힘들어도 자꾸 보고 싶고. 신기한 생명체다. 그래도 아프다 하니까 걱정이 된다. 그 쪼그만 몸에 열이 자꾸 오르는걸 보면 안쓰럽다. 얼마나 힘들까. 얼른 나았으면 좋겠는데 빨리 낫는 병은 아니라 하니 며칠은 고생할 듯 싶다. 사람 하나 키우는게 보통 일은 아니다 싶다. 그래도 너무 사랑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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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군이 조금 일찍 와서 테니스 치고 싶다 했다고 감사님이 일찍 와달라 했다. H와 일찍 가서 보니 우리가 오는 것은 P군은 몰랐던 모양이지만 나쁘지 않았다. H의 체력이 대단해서 P군하고 랠리하기엔 그만이었다. H는 그 작은 몸에서 어떻게 그런 체력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진짜 체력이 좋다.


3

나는 매일 땀흘리는 양을 갱신하는 중이다. 이렇게 더워도 되는건가 싶다. 찜통기에 들어가 앉은 만두처럼 쪄지는 줄 알았다. 8월엔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미치게 덥다.


4

새로 산 라켓을 써봤는데 잘 모르겠다. 헤드가 무거우니 헤드 가벼운걸 써보라고 해서 산 것인데 나한테는 무겁다. 그도 그럴게 나는 시중에 나와있는 가장 가벼운 무게인 255g을 쓰고 있으니 뭘로 바꿔도 내가 쓰던 것보다 무거운게 당연하고. 헤드 가벼운 것 중 맘에 드는 걸 찾아보자니 285g 밖에 없어서 그냥 샀다. 음. 너무 아무 생각도 없었다ㅋ 못 휘두를 정도는 아니지만 무게를 느낀다. 하지만 어차피 테니스를 계속 하다보면 무게가 있는 것도 써보게 될 테니까. 써보고 아님 마는거지만 라켓마다 느낌이 다른걸 느끼는 걸 보면 나도 뭔가 늘긴 늘었나보다 생각은 하는 중이다. 전에는 감각이 없는 수준이었어서ㅎ 딱 휘둘렀을 때 좋다는 느낌을 받아야한다고는 하는데 좋다는건 모르겠고. 라켓 무게가 있으니까 공이 붕 뜨는게 덜 뜨긴 한다. 라켓이 달라져서 그런건지 줄때문인지는 모르겠다만. 아무래도 라켓이 가벼우면 가벼운만큼 컨트롤이 쉽진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다. 아직 모르겠지만 번갈아가면서 써보려는 심산이다. 270g짜리도 있긴 한데 그것도 헤드 무게가 무거워서 더 무겁게 느껴지긴 한다. 아무튼. 라켓이 세개나 되니 써보면 알겠지만 제일 가벼운 내 첫 라켓이 제일 익숙하긴 하다. 거의 2년 가까이 써 가는지라. 뭐. 써보면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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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처음으로 페어가 그것도 남자인 페어가 너무 못해서 짜증이 나긴 처음이었다ㅎ 너무 한거 아니니..?ㅋㅋㅋ 첫 게임 두번째 게임. 거기다 두 번이나 같이 페어를 했다. 사실 나같은 테린이가 누가 못한다고 짜증이 나자면 그건 웃긴 일이지만 내 테니스 인생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바로 자기 옆에 떨어지는데 시도도 안해보고 자꾸 유를 외치는거는 어쩌라는건지 모르겠다ㅎ 그리고 왜 두번이나 같이 붙여놓냐고ㅋ 두번이나 열받았다. 나참ㅋㅋ 얘는 뭐냐 싶다. 못된 사람은 아닌데. 이상한 사람이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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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군하고는 나름 전보다는 친해졌다는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B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듯 싶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기에 들어주기도 하고 얘기도 했다. 이건 또 웃긴 일이지만 B한테 전해들은거랑 또 다르네. B는 P군이 자기가 한 사과에 대답도 안했다고 말하고 다녔다만 들어보니 그게 아니더만. P군은 B의 핑계를 들으니 더 기가 질린 듯 했다. 그럴 것 같았다. B는 늘 그런 식이니까. 사과가 사과같지 않지. 사과를 하려는건지 어쩌려는건지. 사과를 할건지 따질건지 잘잘못을 가릴건지 그래서 의견이 뭔지. 그런게 없는 사람이지만 그런만큼 애같기도 하고..ㅎㅎ 뭐라 정의 내리기가 민망한 수준이다. 그냥 B는 B인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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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는 J코치님이 와서 같이 플레이도 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니 싹 풀렸다고 했다. H는 참 알기 쉬운 사람이고 다루기 쉬운 사람이다. 쉽게 상처받기도 하지만 쉽게 회복되고. 사람을 사랑하고 사람을 수용하는 변화가 빠르다. 나는 H가 재밌다. 쉽게 확확 변하는 모습도 재밌고 우리끼리 던지는 농담도 웃기다. H만의 좋은 촉도 무시할 수 없다. 다소 눈치없는 편인 나보다 감지가 빠른 편이라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캐치하곤 한다. 하긴 남한테 크게 관심없는 나보다 늘 타인에게 관심이 많은 H가 촉이 좋은 것도 당연한 일이지. H가 만족했다고 하니 나도 좋다. 그간 J코치님한테 소외감을 느껴왔던 터라 ㅎㅎㅎ 나랑은 뭔가 다른 감정이다. 나는 꼰대라서 그렇지 소외감은 딱히 느낀 적은 크게 없다.


8

나는 꼰대이기 때문에 H처럼 쉽게 감정이 변하는 편은 아니다만 이번에 J코치님이 열심히 노력한 모습에 대해서는 좋게 보고 있다. 결정적으로 나도 마음이 어느정도 풀리게 된 것은 회의때 진지하게 임하면서 이래저래 자기 의견을 얘기하는 모습에서다. 별 생각 안하고 사는 사람인줄 알았는데 뭐 나름 의견제시를 잘 하는 것 같다. 그 의견이나 힘의 균형이 다 맘에 든다고 할 수는 없지만. 회의라는게 다 그런거지. 자기 입장을 얘기하는거고 이렇게 저렇게 논의를 하는거고. 받아들일거는 받아들이는거고 아닌건 아닌거고. 하나를 내어주고 하나를 받아드는 것들이 일이다. 늘상 그렇듯이. 싸가지없는 줄 알았는데 인사도 잘 하고ㅎ 내 마음의 소리가 들리나 ㅋㅋ 난 가끔 내가 네토라레인가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생각한걸 행동하는 사람들을 보면. 뭐 한 두 사람이 아닌걸 보면 우연이겠지만. 혹은 시간차거나. 그래. 의견이라는건 늘 충돌이 있을 수 있지만 중요한건 태도다. 태도 하나하나가 제일 중요한 것이다. 나는 여기 학원 코치님들이 좀 그러했던게 친구들끼리 일을 해서 그런가 그런 기본적인걸 무시할 때가 많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무래도 회원들이라는게 그 사람들은 이게 취미생활일 뿐이니까. 그렇다고 운영진이 회원들한테 맞춰서 너무 재미에 촛점을 두면 격이 없어지고. 격이 없어지면 사람들이 말을 안해서 그렇지 평판으로 남는거다. 그렇다고 너무 딱딱해서도 안되고. 그 중간을 찾아서 선을 느슨하게 늘어놨다 당겼다 하는 일은 쉽진 않지. 그래도 딱 한 번 알아야 될 사람이 모르는게 문제 아니냐고 한마디 했다고 다소 달라지는 모습을 보니 문제점도 캐치를 잘 하는 것 같고. 나름 가르치는 맛이 있을지도ㅎ 이 부분에서도 좋게 봤다. 예전에 욱하던 시절과는 사뭇 다르네ㅎ 나이가 들긴 들었나보다. 앞으로 더 채워야 좋을 부분도 있고 경험을 해야만 아는 부분도 아직 더 있긴 하지만.. 뭐 내가 뭐라고 누구한테 뭐라고 하기도 뭣한거고 다 시간이 지나면 하게 될 것들이고 알게 될 것들이다. 아무튼 태도면에서 나름 좋게 봤다. 그게 베이스가 되면 뭘 해도 다 잘 하게 되어있다. 뭐.. 알아서 잘 하겠지.


9

서로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관계가 있다면 참 좋을텐데. 나는 가끔 그럴 때가 있기는 하다. 내가 너무 화가 많이 날 때나 내 감정 컨트롤을 못할 때. 이해심 넓게 바라봐주면서 인내심을 갖고 어드바이스를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내가 컨트롤이 잘 안되는 감정 중 제일 큰게 화라서. 누구나 그렇겠지만. 화나는 감정은 아직까지도 내 숙제인 것 같긴 하다. 그럴수도 있지. 하는 태도라는게 여전히 부족하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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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고 보니 화를 안내고 지나간 일들이 다 잘한 것 같다. J코치님과의 일들에서. 모든게 해프닝으로 지나가고 나는 일들 뒤로 자기가 알아서 다 다시 잡아가니까. 제대로 잘 해 나가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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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측의 입장도. 회장님의 입장도. 감사님의 입장도. 생각도. 물어볼 수 있을만한 작은 담소의 시간을 가졌다. 그렇구나. 하는 생각? ㅎㅎ 회장님은 사람이 괜찮은 편이다. 첫 인상은 별로였다만ㅋㅋ 노쇼가 많다고 들었던 시절의 회장님은 들어보니 그땐 테니스에 관심이 없었던 듯 하다. 그때에 비하자면 지금은 테니스에 아주 지대한 관심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 사람을 꽤 좋아하기도 하고. 재밌단다. 나도 잘 챙겨주고. 재밌는 사람이다. 감사님은 보기보다 고단수인 사람이다. 회장님이나 감사님이나 나이를 생각해보자면 그러지 않을 수 없지만ㅋㅋ 그 나이쯤 되면 안그럴 수가 없지. 나이만 든 B하고는 다르다. 이 사람들은 잘 웃는 사람들이고 속이 좋고 좋은 사람들이고 착한 사람들임에 분명하지만 쉽게 봐선 안된다. 그에 비하자면 총무님은 좀 알기 쉬운 편이다. 감정도 바로바로 드러내는 편이고. 나도 그렇지만. 학원측 입장은 J코치님이 학원측인거니까 들었고. 그냥 내가 내 입장정리나 잘 하면 될 듯하다. 이것 저것 종합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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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진을 줄일 생각이라 하니 뭔가.. 내가 큰 노력을 안해도 빠져나갈 구멍이 있을 듯도 싶다ㅋ 깊게 생각할 필요가 없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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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코치님들끼리 그렇게까지 안친하다는것도 꽤 의외이기도 하다. 그 사람들끼리 친해서 되게 몰려다니는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닌가 보다. 의논도 서로 잘 안하고 ㅎㅎ 같은데서 일하는데 얼굴도 자주 안본다는 것은 좀 특이하네. 하긴 나도 내 일을 누구하고 상의해서 하는 편은 아니긴 하다. 내 일이라는 것도 오로지 나만의 일이니까. 간혹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 정보교환을 하거나 이렇다 저렇다 돌아가는 동향이나 한 번 점검해보는 것이지 내 일은 누구하고 상의하겠나. 오로지 나 혼자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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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이 좋은 H. 하기사 나도 느끼는데 H라고 못느낄까..ㅋ 나는 P와 N의 일은 도통 알 수가 없었지만. P가 나한테 호기심을 갖는다는건 그렇게 눈치가 드럽게 없는 나라도 알 것 같다..ㅋㅋ 나는 H가 막걸리를 마시고 싶다고 하기에 갔다. P가 P의 친구와 함께 있었다. H는 왜 P와 친해지고 싶은건지 난 아직도 모르겠다 ㅋㅋ P는 재밌는 친구지만 복잡한 친구다. 인생이. 정신이. 삶이. 아직 풀리지 않은 숙제로 가득찬 친구지. H가 하고 싶은 말을 알거 같지만 내가 모르는 체 했다. 이런건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지 않는게 제일 좋다. 특히나 H는 모든 남자들이 나하고 잘 어울린다고 한다..ㅋㅋ 누구한테서나 장점을 잘 찾는 H. 사랑이 가득한 H. P는 H의 밝음이 부럽다고 했다. 나의 밝음도 부럽다고 했다. 그야 내가 밝아보이는건 내가 그런 모습만 보여줬기 때문이다. 나의 힘든 시절만 본 사람들도 있듯이. 나의 밝은 면만 본 사람도 있는 것이지. 하지만 호기심은 호기심에서 끝나기 쉬우므로 별 걱정은 안해도 될 듯 하다. 이것도 지나가겠지. 애정문제라는게 쉬운 일이 없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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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예전이라면 나를 향한 호기심들에 나도 즐거웠을지도 모르겠다. 뭐.. 한 8년 전쯤이라면? 청춘은 너무 짧은 것 같다. 지금은 나도 혼자 지내는데 점점 더 익숙해지고 있는 터라 누굴 만나는게 쉽진 않다. 누가 필요하다는 감정이라는게 시간이 갈수록 적어지니까. 그나마 최근에 내가 필요로 하는 감정을 느낀건 G 뿐이다. G하고 있으면 재밌고 즐겁고 유쾌하기도 하지만 쉬는 시간인 듯 해서. H나 D하고 있으면 즐겁긴 하지만 쉬는 것 같진 않다. 쉼이라는건 어디에서 오는 감정일까. 편안한 공기같은 존재라는건 참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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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갈수록 누군가와 맞춰간다는게 쉬운 일이 아니게 되다보니 나도 점점 결혼이라는게 나한테 쉬운 일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회장님이 농담으로 아직 내가 삼십대이기 때문에 이 시기에 만나면 결혼할 수도 있을거라고 했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뭐 마흔이 넘어간다고 한들 만나는 사람은 만나는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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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지 않는 옵션도 생각중이지만 내 나름의 개인적인 사정때문에 내년이나 내후년 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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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만족스러운 하루네. 덥긴 더웠지만.괜찮았다. 나만 잘하면 된다 .모든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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