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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형희 Jul 22. 2024

칠월 이십이일 월요일

전화 한 통에 일이 손에 안잡힌다. 작은 산 하나 넘었다 생각했는데 어쩌면 예상보다 속도가 빠를지도 모르겠다. 마음이 좋진 않다.


언제나 느끼는거지만 이런 일이 있을 때면 내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거. 철없는 어른들이 버겁다는거. 나 하나 쉴 곳 없다는거.


내 성격상 그렇다. 많은 말을 하진 않겠지만.. 등을 딱 기대고 누울 자리 하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러고보면 내 주변은 대체로 나에게 의지하는 사람이 많은 편이다. 내가 그런 인연만 맺으려고 한 건 아닌데. 아마도 그게 익숙한가보다.


내가 누군가에게 의지하거나 가르침을 받거나 멘토링을 받는 일보다 내쪽에서 챙기는 부분이 많다보니.


당연한지도.


내가 더 많이 알고 더 유연하고 더 인내심있고 더 많이 보고 더 희생적이니까.


이젠 그런게 다 지겹지만.


지겨워서 피해다닌다.


기대감을 갖는 것도 지겹다. 철들지 않는 어른이라는건 평생이 그러하니까.


G가 가까이 살았으면 좋았겠다. G가 조금 더 나이가 들었으면 더 좋아겠다. 이런 날 별 대화없이도 맥주 한 잔 할 수 있는 인연이 가까이 산다면 참 좋았을텐데.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간 그런 날도 오겠지.


또 잘 살아내보자.


결국 내가 원하는건 다 가질 수 있었으니까.


내 것이면 자연히 나에게 흘러올 것이고 내 것이 아니면 유유히 내 옆을 지나갈 것이다.


그게 순리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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