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그 두 번째 이야기
오랜 기억 탓에, GS25시에서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많지 않다.
야간 편의점 알바로 남자 알바생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취객 때문이다. 나는 사춘기가 채 끝나지 않은 당시에도 상황에 따라서는 특유의 '분노 조절 잘해' 능력이 있어서, 소주병을 들고 반말을 해대는 아저씨들에게 감히 대들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잠시 같이 근무하던 형(아마도 인수인계를 위해 동반 근무하던)은 조금의 다혈질적인 성격이라, 취객과 곧잘 싸우다 경찰이 출동하곤 했다.
야간 근무의 특권이라 하면 역시 '폐기(유통기한이 막 지난 음식)'와 '새벽 공기'다. 이 폐기라는 게 편의점 점주의 아량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나는 초년 운이 좋았던 지 점주들께서 폐기를 먹도록 허락해주셨더랬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어느 편의점에서는 그 폐기를 버리라고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먹지 않고 버리는 지 cctv로 확인한다는 고약한 경험도 들려오곤 했다. 지금은 잘 먹지도 않는 삼각김밥에 샌드위치가 하나 둘 쌓여있는 모습을 보면 괜시리 행복하곤 했다. 알바생들끼리는 나름의 의리가 있어서 전 시간 근무자(현미or선미)가 자신의 몫만 먹고 일정 부분은 남겨두는 시스템 아닌 관례가 생기기도 했다.
고된 밤샘은 역시 스무살이기에 가능했다.
서른도 훌쩍 넘어버린 지금에 와서 회상하자면, 밤샘 알바를 마치고 서점에 가서 책 쇼핑을 하거나,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시도하다 기구를 든 채 잠이 든다던가 하는 치기는 젊음의 에너지 덕분이었으리라.
아마 이 시기 이후로 나는 새벽의 찬 공기를 무척이나 좋아하게 되었는데, 아침 근무자의 출근 시간이 8시 정도였기 때문에 6시에서 7시를 넘어가는 시간, 바로 그 타이밍 바뀌는 공기의 파아란 색깔과 활기찬 사람들의 붐빔, 아침을 여는 배송 기사님들의 방문과 밤샘 후 기분좋은 고단함 등은 늘 그 기분 좋은 근무의 끝에 차갑게 남아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아마도 잊었다) 용호동 GS25시는 오래 일하지 못하고, 서면 패밀리마트로 이직(?)을 하게 되었다. 역시나 심야 근무였고, 조용하던 부자 동네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 거칠고 복잡한 서면의 한복판으로 진출하게 된 것이다.
서울에 올라와 어느덧 6년 살이에 이른 지금에 돌이켜보면, 서면이란 동네는 부산에서 연령대나 성향으로 구분되지 않는 일종의 유흥적 용광로와 같았다. 서울로 치자면 옛 종로 정도랄까? 삼천 중반대의 높은(?) 시급만큼 사건사고도 많은 그곳에서 나의 두 번째 공식 알바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3화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