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그 첫 번째 이야기
나의 첫 아르바이트(이하 알바)는 바야흐로 2005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느덧 16년이 훌쩍 흐른지라, 첫 근무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당시 몇 개의 편의점을 옮기며 일했는데, 당시는 대학생이었기 때문에 알바-학교-집(혹은 동기 형 자취방)의 완벽한 루틴 속에 살 수 있었다.
지금도 그렇겠지만, 당시에도 한국의 남자들는 모종의 면죄부가 있었다. '대학교 1학년은 노는 시간'이라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사회적 공감대를 넘어, 고등학교 졸업 후 군 입대 전 생기는 약 일 년 여 간의 시간적 자유가 그것이다. 나 역시 아무도 허락하지 않은 그 자유와 해방감을 만끽했는데, 대학생이라는 신분적 자유가 생산한 심리적 자유에, 부모님께서 내주신 등록금으로 마련된 대학교라는 공간적 자유, 그리고 알바를 통해 조금이나마 더욱 여유 있어진 금전적 자유를 통해서였다(당시 나는 용돈은 따로 받지 않았던 것 같다). 돌이켜 보면 재밌는 것이, 겨우 삼 천 원 남짓했던 시급을 올려 받고자 여기저기 알바 사이트를 비교해가며 열심히 자리를 구했다는 것이다. 나는 야간 편의점 자리를 선호했는데, 야간 수당의 짭짤함은 차치하더라도, 남자 알바생만 가능하다는 모종의 특권 의식(?)과 자주 오지 않는 손님 덕분에 딴짓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기억 속 '나의 편의점 아르바이트 역사'는 총 두 군데로 요약된다. 부산 서면의 패밀리마트(현 씨유), 용호동 LG메트로시티 단지 내 GS25시. 한 군데 정도 더 일했던 것 같기도 한데, 이것이 팩트인지 왜곡된 기억인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여기서는 적지 않도록 하겠다.
용호동 GS25시는 그야말로 아파트 단지 내 작은 편의점이었다. 점주님은 풍채가 좋고 인상이 좋은 누나로 기억하는데, 지금 나이에야(36세) 누나라고 부르며 다가갈 수 있는 '깜냥'을 갖췄지만, 당시는 첫 직장이라면 직장인 곳의 점주님이니 꽤 위압감이 있었다.
교육을 받기 위해 낮 시간 알바생과 잠시 함께 근무했었다. 20살 동갑내기 여자 알바생이었는데, 그녀의 이름이 현미인지 선미인지 명확하지 않다. 얼굴에는 학창 시절에 났을 빨간 여드름이 아직 채 사라지지 않은, 미소가 예쁜 친구였다. 난 당시까지 여자 한 번 사귀어보지 못한 숙맥에 프로 짝사랑러라, 그녀의 친절함에 적잖이 설렜던 기억이 난다(당시만 하더라도 여자에 대한 관심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는 것에 보다 많은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 난 사춘기가 꽤 길게 이어져서, 20살 때만 해도 성격이 그렇게 유들유들하지 못한 편이었다.
이틀 간의 설레는 교육이 지나고 나의 편의점 심야 알바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2부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