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태평한 미아 Sep 12. 2016

[런던일기] 튜브를 타다가 문득...

2년 여 전의 기억 끄집어 올리기

2014년 10월 14일


좁고 낙후된 런던 지하철을 타면서 문득 우리 나라 지하철과 버스가 생각났다. 깨끗하고, 빠르고, 인터넷 잘 되고, 환승되고... 반면 영국 튜브(지하철)는 마주 앉은 사람과 무릎이 닿을 것처럼 좁고, 키 큰 유럽인들이 때로는 고개를 숙여야 할 정도로 작다. 그리고 엄청 비싸면서(한 번 타는데 거의 3파운드) 버스와 환승이 안 되는 데다가 버스는 엄청 느리다. 지하로 들어가면 인터넷이 안 된다. 지상에서도 3g를 사용하기 때문에 느리고, 사람 많은 곳에 가면 먹통이 되기 일쑤다. 벨벳 재질로 된 시트는 언제 청소했을까 싶을 정도로 더럽고 먼지가 많이 난다. 

여러 모로 비교할 때 우리 나라가 참 편하다.


그런데 우리 나라는 굳이 '최고로 빨리' 발전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처음 런던에 왔을 때는 모든 게 불편했는데 살다보니 맞춰서 적응하게 된다.


영국 차도는 예전에 마차가 다니던 길을 그대로 보존해서 구불구불하고 좁고 복잡하다. 도로뿐만 아니라 몇백 년 전 건물이 도시 한 복판에, 대로변에 그대로 있다. 좋아보였다. 

우리나라가 편하고 좋긴 하지만 굳이 멀쩡하게 잘 있는 걸 다 없애면서까지 최첨단으로, 빠르게 다시 만들 필요가 있었나 싶다. 지킬 건 지키는 게 아름다운데. 


현재 우리나라의 빠르고 편한 여러 가지 시스템과, 상대적으로 불편하고 느린 영국의 시스템에 대한 만족도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고 본다. 아무리 더 발전시키고 좋은 걸 제공해도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으니까.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한국 사람들은 영국의 전통을 동경하고 있다.


물론 런던이라고 변화를 완전히 비껴갈 수는 없다. 현재 런던 시내 곳곳에 공사 소리가 끊이지 않는 걸 보면... 그래서 아쉽다.


2016년 9월 12일

덧붙이는 일기


한국에 돌아온 지도 어언 5개월이 됐다. 그 사이에 서울에는 더 많은 것들이 사라졌고, 새로운 것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트렌디한 것을 따라가기 위해서인지 세련된 디자인의 카페나 레스토랑이 많이 생겼다. 한국의 전통적인 분위기인 북촌, 서촌, 옥인동 등이 엄청 뜬 것도 아이러니하다. 우리가 찾는 건 전통일가 전통적인 '이미지'일까, 그저 남들이 좋다고 하는 곳일까. 

작가의 이전글 무심코 넘긴 수많은 생의 페이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