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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평한 미아 Sep 21. 2016

I'd Rather Dance with You

영화 '최악의 하루' 리뷰


관람 : 2016년 9월 17일


포스터가 너무 예뻤다. '여름 로맨스' '우리는 모두 은희를 만났다' '과거의 남자, 지금 만나는 남자, 오늘 처음 만난 남자'라는 문구가 <최악의 하루>에 대한 선입견을 만들었다. 가볍고 구질구질하고 평범할 거라는.

실제로 만난 <최악의 하루>는 훨씬 솔직담백하고, 깊고, 아름다웠다.


은희와 현오, 운철의 관계는 거짓말로 점철돼 있었다. 그 이유는 진실하기 때문이란다. 거짓말과 진실, 대척점에 놓인 두 단어가 서로의 이유가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 그 감정에 솔직했기 때문에 거짓말을 했다는 은희. 헤어질 수 밖에 없지만 은희를 사랑한다는 '진실'을 강조하는 운철. 결국 이 모든게 무딪쳐서 빵 터지고 공중으로 흩어져 버린다.



틀린 말은 아니다. 사랑에 진실하기 위해 그 사랑을 지키려 거짓말을 한다. 하지만 이런 논리라면 바람도 불륜도 허용될 것이다. 은희처럼 운철처럼. 모든 사람에게 솔직한 거니까. 책임감이 결여된 솔직함이란 이처럼 가볍고 의미가 없다.   

배우지망생인 은희의 마지막 말이 다 설명한다. 거짓말 하는 현실과 진심을 전하는 무대 위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진짜라는게 뭘까요. 사실 전 다 솔직했는걸요. 연극이라는 게 무대 위에 있을 때는 진심이거든요. 근데 끝나면 가짜고. 


세 사람의 관계가 피곤하게 느껴지지 않는 건 료헤이가 있기 때문이다. 료헤이의 따뜻하고 순수한 모습이 영화를 전체적으로 포근하게 감싼다. 상대방의 악의 없는 무례함에도, 듣는 사람이 느낄 감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던지는 질문에도, 자신의 노력과는 다르게 어이없는 결과가 나타나도 료헤이는 미소로 맞이한다. '소설가'인 자신을 '거짓말하는 일'을 한다고 설명하는 료헤이. 등장 인물 중 가장 진실된 사람이다.

폭풍같은 하루가 지나간 후 어깨를 늘어뜨린 은희에게 나타난 료헤이. 한결같이 예의바르고 순수하다. 그의 앞에서 은희는 거짓말을 하지도 않고, 할 필요도 없다. 서투른 영어로 대화를 이어가는 두 사람. 무용을 전공했던 은희는 자신에게 가장 편한 소통의 도구인 춤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료헤이는 새로운 작품이 될 소설 내용을 읊음으로 화답한다. 그리고 최악이 될 뻔했던 하루를 다른 가능성으로 이끈다. 그 이후는 모르지만 행복하지 않았을까. 료헤이의 새 소설처럼.



내 생각에 <최악의 하루>는, 그리고 은희의 삶은 '거짓말' '연애'보다는 '소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말로 설명하고 표현해도 상대방이 그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말이 그냥 소음이 되어 지나가기도 한다. 반대로, 말이 안 통해도 눈빛으로 표정으로 손짓으로 마음으로 분위기로 소통될 때가 있다.


말이 필요할 때도 있고, 말이 필요 없을 때도 있다. 말이 가장 좋은 의사소통 도구가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망치기도 한다. 나에게 가장 좋은 의사소통 도구는 무엇일까.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Kings of Convenience)의 노래 'I'd Rather Dance with You'를 들어야겠다. 


I'd rather dance with you

차라리 난 당신과 춤추는게 나을 것 같아요.

than talk with you,

당신과 얘기하기보다는.

so why don't we just move into the other room.

그러니 우리 다른 방으로 가는게 어때요?

There's space for us to shake,

우리가 흔들 수 있을만한 공간이 있어요.

and hey, I like this tune.

그리고 헤이, 난 이 음악이 좋아요



Even if I could hear what you said,

내가 당신이 한 말을 들을 수 있다 하더라도

I doubt my reply would be interesting for you to hear.

당신이 듣기에 내 대답이 흥미로울지는 모르겠네요.

Because I haven't read a single book all year,

왜냐하면 난 일 년 내내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거든요.

and the only film I saw,

그리고 내가 본 유일한 영화는

I didn't like it at all.

전혀 내 취향이 아니었어요.


I'd rather dance than talk with you.

당신과 얘기하기보다는 차라리 당신과 춤추는게 나을 것 같아요.


The music's too loud

음악이 너무 시끄럽네요.

and the noise from the crowd

사람들로부터 들리는 잡음 때문에

increases the chance of misinterpretation.

오해가 생길 것 같아요.

So let your hips do the talking.

그러니 당신의 엉덩이로 말해봐요.

I'll make you laugh by acting like the guy who sings,

난 노래하는 남자처럼 연기해서 당신을 웃게 만들거예요.

and you'll make me smile by really

그리고 당신은 정말로 내가 미소짓게 만들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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