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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소 Jul 31. 2021

7월의 다빈씨네 영화방 <귀신 친구>

정혜연 감독 인터뷰

<귀신 친구> 올해 25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판타스틱 단편 걸작선에 상영된 화제작.


탁월하게 웃기는 대사와 액션(humor), 인간미 넘치는 익살스러움(humorous)의 결정체다. 직관적으로 웃기다. 그러다 마지막엔 눈물 핑 돌게 찡-. ‘찐’ 우정과 ‘찐’ 의리를 정확하게 관통하는 웃음과 눈물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한여름의 무더위가 싹 가신다.


글 | 채소라 (필름다빈 매니저)

그림 | 정어리 (일러스트레이터)

죽은 친구의 자위기구를 숨겨주는 이야기. 이 재치 있는 발상을 영화로 만든 경험이나 계기가 있나요?

제 친구가 몇 년 전에 교환학생을 갔어요. 이후에 자기 집이 이사를 한다고, 우머나이저 좀 서랍에서 몰래 빼와달라고 부탁 하더라고요. 거기서 착안했습니다. 제가 그 친구 어머님이랑 친하니까, 그냥 뭐 빌린다고 하면 될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살아있는 친구의 부탁은 거절하는 게 미덕이잖아요?(웃음) 놀리듯이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는 게 팩트죠.


극중 자위기구를 끈질기게 숨기려는 모습이 너무 재밌어요. 기승전결이 뚜렷해서 끝까지 흥미진진했는데 시나리오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요?

감정 선을 중요하게 여겨요. 처음 감정이랑 끝날 때 감정이 자연스럽게 변화 하게끔 해요. 이 시나리오는 김연주 작가님과 함께 썼는데, 기승전결 먼저 생각해놓고 써달라고 했어요. ‘복분자’ 장면은 저도 생각지 못한 ‘병맛’ 사건이었습니다.


(웃음) 복분자주 소재를 마지막 장면까지 활용하는 것도 엄청나게 웃겼어요 작가님과는 어떻게 같이 작업하게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작가님께 전해드리겠습니다! 헤헤. 저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미술 학부를 다녔고 그때 작가님은 연극원 연출 전공 학부를 다니고 있었어요. 작가님이 연극 대본을 쓰다가 영화 시나로오로 전문사 진학 하면서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신소연 배우는 또 캐릭터와 찰떡 같이 잘 어울렸어요. 소연 배우님과 함께 한 이유도 궁금합니다.

소연 배우는 <안녕 내 사랑>이라는 전작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말도 너무 잘 통했고 그때부터 친해졌어요. 특히, 개그코드가 잘 맞아서 계속 친하게 지내다가 자연스럽게 놀 듯이 자연스럽게 함께 작업하게 됐습니다.


코미디 연기는 잘하기 어려운 영역 같은데 정말 잘 소화하더라고요.

소연 배우가 평소에도 말할 때 동작과 표정 변화가 커요, 영혼에 타고난 코미디 감각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배우와 어떤 이야기를 가장 중점적으로 나누었나요?

친구의 죽음을 놀리면 안 된다. 놀리는 것처럼 비춰지면 영화 망한다. 사실 우리 영화는 코미디를 가장한 눈물의 우정서사다. 이걸 잊지 말자! 이게 제일 신경 쓰여서, 소연 포함 조희봉 선배님이랑도 죽음이라는 큰 사건에 대해서 계속 인지하려고 애썼어요.

진짜 중요한 포인트 같아요 개인적으로 저는 얼마 전에 친구를 잃어서… 많이 울었어요. 영화는 웃긴데 마지막 대화에 공감했고 위로 받았어요.

그 코멘트가 너무 마음에 박혀요. 친구를 잃었던 적이 있는 관객이 그 이야기를 저한테 해줄 때 저도 너무 놀라고 찡해요.


그래서 조심스럽지만 혹시 감독님도 친구를 떠나보낸 경험이 있으신가 궁금했어요.

사실 고등학생 때 경험이 있어요. 그 친구 생각, 엄청 많이 했어요. 벌써 10년 전 일인데 그 친구 성격이 약간 개그우먼 장도연 혹은 안영미와 비슷했어요. 기분 좋은 개그를 매순간 치는 친구였거든요. 같이 많이 웃었어요 친구가 떠난 당시에는 진짜 평생 안 행복할 것 같았거든요? 내 인생은 항상 구름이 껴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사람이 정말 시간이 지나니까 좋은 것만 남기고 다른 건 잊게 되더라고요. 다른 새로운 친구들도 소중해지고!


맞아요! 저도 얼마 안 지났지만 좋았던 기억만 생각나요. 잊지 않으려고 자꾸 더 생각하는 것도 있지만.

특히 목소리!! 목소리 잊지 않으려고 하는데 이제 기억이 안나요. 동영상도 없고요.


영화에서 다시 ‘죽음’에 대해 이야기 해보면, 한창 자위기구를 숨기던 중 교회 다니는 지인들이 방문 예배를 와요. 친구의 죽음을 '주님의 뜻'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이죠.

저는 종교가 없는데 종교적(?)인 인간인 것 같아요. 무언가를 믿어요.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고 인간인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균형(?) 같은 것이 있다고 믿어요. 그러면 제가 마음이 편해집니다. 괜히 다른 사람 탓 안 하고 좀 더 마음이 단단해져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거든요.

그리고 종교는 인간이 죽음을 두려워하고 살아생전 욕심만 부리다 죽기 때문에 인간이 만들어낸 거라고 생각합니다. 죽음과 인간의 욕망이 종교와 결부되는 건 굉장히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장르적으로는 호러와 코미디를 조합하는 게 어렵지 않았는지 궁금해요.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호러와 코미디는 서로 정말 어울리는 장르입니다. 호러는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공포를 다루고, 코미디는 웃음 포인트가 예상치 못할 때 터지거든요. 형식적으로 어울리죠. 개인적으로는 겁이 많은 성격이라 어렵지 않았던 것 같아요. 겁날 때 웃음을 방패로 쓰는 성격이라 내용적으로 두 가지 장르를 섞어 봤어요.


전작 <안녕 내 사랑>도 코미디잖아요. 계속 코미디를 쓰실 예정인가요?

네. 코미디는 이미 영혼에 새겨진 각인이라...


감독님이 생각하는 코미디의 매력은 뭐예요?

슬프거나 화날 때 그걸 가볍게 여기고 무시해버려서 극복할 수 있게 하는 무기요!!!


감독님도 소연처럼 친구가 간절히 원한다면 망신살 뻗치는 선택을 할 수 있으신가요?

어렸을 때부터 개그맨을 자처했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할 수 있습니다.


그럼 감독님이 생각하는 우정, 친구란?

친구는 가족이에요. 가족 사이에도 우정이 있어야 하고요. 사랑과 우정이라는 단어가 나뉜 게 안타까울 정도로 그 둘은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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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씨네 영화방]은 매달 마지막 주, 단편영화 한 편을 소개합니다. 주로 짧은 러닝타임을 뒤로 하고 긴 여운을 남긴 주인공들의 안부를 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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