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위크

by 초래

비건위크 3일차 돌입. 금연도 3일차가 제일 힘들다던데, 하는 말을 하며 어제는 비건피자를 먹었다. 뉴먼인 지은님이 알려주신 건데, 파파존스에서 비건옵션으로 피자를 주문할수 있다고...! 배달음식 좋아하지 않고, 피자를 좋아하지도 않는데 무엇도 배달시킬수없다는 것이 뭔가 기본값에서 배제된 느낌을 받고 있었는데 어젠 이상한 충족을 할 수있었다. 그러고보니, 기본값에서 배제된 그 느낌이 비건위크의 핵심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비건위크를 처음 알게되었던 날을 떠올린다. 만난지 얼마 안된 그 친구는 나는 지금 채식주간이니까 옆에 앉아만 있을께 너네 먹어- 라고 했다. 그래서 우린 음 그럼 베트남 쌀국수집 같은델 가서 너는 스프링롤을 시켜! 하고 거길 갔더랬지. 그런데 고기 빼주세요, 하고 시킨 스프링롤엔 계란지단과 맛살 등등이 야무지게도 들어가있었고 아 이런것들 때문에 못먹어라는 말을 듣고 처음으로 충격에 빠졌었다. '동물성', '식물성' 같은 것을 지방 말고 다른 것에도 붙일 수 있다니..?


친구는 매일 1일부터 7일까지 비건위크를 한다. 나도 친구를 따라 여러번 시도했었지만 매번 실패였는데, 내가 사람과 술을 너무 좋아한다는게 문제였다..ㅠ 그러다 친구를 본격적으로 지원하게 된 일이 있었는데 바로 친구의 직장생활이 시작되고서였다. 왠만한 감수성은 갖출법한 사람들이 일을 할것같은 조직이었는데도 회식메뉴를 결정하던지, 점심메뉴를 결정하던지 하는 것에 있어서 채식옵션이 전혀 고려되지 않는 것 같았다. 친구는 그곳에서 '원래부터 채식주의자도 아니면서 이상하게 더 까탈스러운' 채식주간 활동가가 되었는데 울분을 터트리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분통이 터지고...!


그로부터 1달이 지났고 다시 1일, 나는 매일매일 친구의 채식도시락을 싸주기로 했다. 이미 도시락을 싸다니는 루틴이 있었고, 1주일만 비건식을 싸면 되었으며 내 친구 남부럽지 않게 비건생활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매일매일 식단이 바뀌었고, 소스 등도 다 만들어서.... 서로 만족스러운 채식주간을 보냈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나중에는 변화가 있었다.) 아직도 인증샷이 기억이 난다. 나까지 합세한 도시락투쟁에도 불구하고 친구네 점심회식 메뉴는 닭도리탕으로 준비되었고, 나는 그날 두부스테이크를 굽고 파스타를 하고 샐러드를 ... 여튼 1주일 중 최고 메뉴를 만들어 도시락을 건냈고 '잘 싸우고 와' 하고 말했다. 그날 저녁 우리는 아 왜 싸워야 하는걸가? 하며 오랫동안 이야기했다. 도시락 투쟁의 1주일동안 비아냥은 더 다채롭게 변모했는데 그중에 가장 화가 났던건 '나는 너처럼 도시락 싸주는 친구 없어서 비건 못하겠다' 였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났다. 어떤 방식으로도 부정할 준비만 철두철미한 사람에게 무엇을 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고 알게 되었지만, '나는 ~~~~ 해서 비건 못해' 는 가장 다양하고 가장 빡치는 방식의 공격이고 이제 그냥.. 심드렁하다.


그 달 이후로 내 비건위크는 오랫동안 완전 휴식기에 들어갔다. 미트프리먼데이, 한끼채식, 비건위크 등등 육류소비를 줄이자는 캠페인은 다양하게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비건위크만한게 없다고 생각한다. 생활의 편리함과 플렉서블리티를 따지자면 한끼채식이 가장 좋은 선택인것 같기도 한데,, 비건위크를 제일 좋아하는 건 아무래도 나의 성향때문인 것 같다. 뭔가 가시적인 성과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내게 있고, 내가 한발 양보하는 느낌에서 벗어나 할수있는한 최대로 노력하는 특정한 기간의 활동이 주는 매력도 있는 것 같고. 좀 더 대중적인 방식으로 양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나의 한계인가 싶기도 하다. 그냥 한끼 채식을 했으면 일상생활에서 배제되는 느낌을 마주할 일이 적을 것이고, 그럼 덜 화가 나거나 덜 힘들 것이고, 뭔가 괴로움은 괴로움 대로 못본 척 하면서 착한 일은 착한일 한 대로 칭찬받고 싶은 나를 그럴때 발견하게 되었을 것이다.


비건위크 기간에는 정말 다양한 딜레마와 물음표를 마주하게 된다. 예를들어, 식당 같은곳에 가서 이미 생산된 음식물이 서빙되엇을 때 그걸 먹지 않아 모두 버리게 되면 그걸 처리하는 환경비용에 대해서는...? 하는 것. 물론 오늘 내일의 단기적인 시각으로 비건위크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회 전체의 육류중심적인 소비문화, 식생활문화를 바꾸는 취지이기 때문에 "제가 남긴 것은 이 음식에 동물성 식재료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에요. 고기가 아니더라도 육수, 소고기 분말, 우유, 버터, 계란 등등이 동물성 식재료에 포함된답니다. 동물성 식재료를 생산하고 소비한다는 것은 블라브랍랄라ㅏㅓ~~~~ " 이렇게 말하고 알리는 것이 비건위크의 핵심이 된다. 하지만,,,,? 실제로 비건위크를 하다보면 소극적으로 집에서 밥을 해먹고, 이해해주지 않을 사람들에겐 말하지 않는 방식으로 비건위크를 실행하게 된다. 샐러드를 배달시키거나, 마트에서 야채를 사오고 나면 수없이 쌓이는 플라스틱 패키지들을 보며 뭐한거지? 하는 생각을 한다. 또 비건이라는건 식생활에만 국한되는게 아니다보니 물음표가 멈출새가 없다.


이번 비건위크 소셜클럽을 시작 하면서 기대한 것들이 있다. 우선 비건위크라는 무브먼트의 유효성을 검증하고 싶었다. 재미있게, 효과적으로 무엇보다 어려울 때 도움받으면서 비건생활을 유지하는것. 서로가 함께 성과를 만드는 팀플레이라는 연대감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1차적 목표였다. 2차적으로는 삶을 둘러싸고 있는 비건배제 문화에 대한 아이디어나 시도들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예를 들어 우리 사회에 어느날 생겨나 금요일밤을 지배해버린 '치맥'이란 단어 대신 다른 트랜드를 만드는 일. 고기가 먹고 싶은건 분명히 아닌데, 야채나 나물따위론 만족할수 없는 뭔가 다 뿌개버리고 싶은 날을 위한 리스트라든지. 그런것들로 시작해서 적어도 어느정도 자리를 잡은 프렌차이즈브랜드들 에서는 기본적으로 비건옵션을 만들수 있게 하는 베이스가 되도록. 역시 한달은 너무짧고 우리는 너무 바쁘다.


뉴먼소셜클럽을 이어갈 것이냐에 대한 질문을 각 클럽에 하고 의견을 취합해달라는 공지가 올라왔다. 음, 글쎄 우리 클럽의 뉴먼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까? 비건위크가 각자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나는 왠지 자신이 없었다. 그래도 이번 한 달을 잘 넘기고 나면, 한 사람이 무려 8달이나 비건위크를 실행한 것이 된다. 나는 작년에 한주도 그렇게 살지 않았으니... 이게 어디야.... 하는마음으로 한달을마무리 해야할까? (그런데 이런 고민 하는 오늘 12일인거 사실이냐 너무 이른거 아님..?) 샤워를 하다가, 다시 비건위크를 알게되었던 첫 날을 생각했다. 친구의 채식주간을 응원하고 싶었고, 응원하기 위해서 그정도는 충분히 할 수있겠다고 (비록 실패했지만) 생각했던 나의 마음에 초점을 맞추기로. 그니까 나는 하고 싶은 사람 7명을 더 모았던 것으로. (지속하면 좋겠지만). 딜레마에 빠지는 순간이 너무 많지만, 딜레마라는 걸 인식했다는 것에 더 큰 칭찬을 하며 넘어가고, '나도 할 수 있어 1주일'을 더 많이 만들어내는 쪽으로 비건위크를 진행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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