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불행이 희망을 멈추게 할 이유가 되지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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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베러레터는 이달 재미있게 읽고 힘을 많이 얻은 리베카 솔닛의 <어둠 속의 희망>에서 밑줄 쳐놓은 희망에 관한 문장들을 나누고 싶어 가져왔어요. 여러분 요새 어떻게 지내시나요? 우리의 삶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 어려움들이 나를 지치게 만들기도 하지만 정말 힘든 건 상황이 이보다 나아질 가능성이 구체적으로 그려지지 않을 때, 그럴 때인 것 같아요.
저도 꽤 오랫동안 긴 무기력을 앓아왔는데요. 열심히 베러테이블이나 다른 코어프로젝트들을 운영하고 저의 루틴을 채우고 일에서 성취를 얻는 것으로는 절대로 채워지지 않는 '아무리 고군분투해도 세상은 점점 더 나빠지고 있어.' 라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떨쳐내기가 어려웠거든요.
그런데 올해 들어서 새로운 에너지가 생기고 멈추지 않고 해야할 이유를 찾는 것에 저도 모르게 힘을 쏟고 있어요. 두 가지 계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요. 하나는 무기력에도 바닥이 있는지, 제 스스로의 힘으로 바닥을 치고 올라온게 있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이렇게 지내면 안되겠다 하는 마음이요. 그리고 두번째는 바로 이 책입니다.
<어둠 속의 희망>은 2003~2004년에 쓴 글들을 모아 엮은 책이에요. 벌써 20년이 된 옛날 책이고 사실 그때에 비해 지금 우리의 세상과 우리의 삶은 훨씬 더 안좋은 상황이 되어버렸죠. 사실 이렇게 되리라고 20년 전의 사람들이 예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할 정도로요.
리베카 솔닛은 사람들이 점점 비관과 무기력에 빠지는 것을 보고 어떤 힘을 북돋고 싶어서 이 책을 썼다고 해요.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희망을 곱씹어보며 나는 희망을 내가 먼저 나서서 철벽치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사실 희망이 뭔지, 어떻게 가져야 하는지, 그걸 가지면 어떻게 되는지 모르면서 마치 동요에서 노래하는 세상같은 걸로 폄하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싶어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저는 평소에 약간 냉소적이라 지인들에게 부정적이란 말을 많이 받아왔답니다. 나는 부정적인 사람이야라는 생각에 사로잡혀버렸고, ㅡ게 싫으면서도 냉소적인 저의 태도를 고치고 싶지 않았어요. 작년 어느날은 상담선생님에게 '제가 좀 부정적인 편이죠?' 라고 물은 적이 있어요. 그러자 선생님이 '초래님은 남들보다 긍정적인 면도 있고, 남들보다 부정적인 면도 있는데 그게 주시할 정도는 아니에요. 다만 좀 극단적으로 생각하시는 경향이 있어요.' 라고 말씀해주시더라구요.
그러자 머릿속에 불이 켜지더라구요. "나는 부정적이지 않아! 나는 좀 극단적일 뿐이야. 긍정적이어도 되고, 부정적이어도 돼. 너무 극단적이지만 않으면". 근데 이 책을 읽다 피츠제럴드의 문장을 만났잖아요. 희망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희망을 품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야 막걸리야하는 이 구절이 냉소적이면서도 긍정적이고 싶었던 제 마음을 구체적으로 표현해준 것 같더라구요.
제 주변의 사람들이 많이 힘들어하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도울 수 있는 것들은 돕기도 하고, 제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 지원하려고 해요. 하지만 또 더 높은 차원에서 전반적인 희망의 메세지를 전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 레터를 이렇게 꾸려보게 되었답니다. 각자 어떤 자리에서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모르지만, 상황이 안좋다고 해서 그게 희망적이지 않을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잖아요. 나름대로의 희망을 심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