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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sorim Feb 20. 2016

La Halle Saint Pierre

_ 파리, 잊지 못할 인연.

_

피에르라는 남자가 있다. 그는 파리 몽마르뜨 근처 앙베르 역 부근의 작은 비스트로의 웨이터로 일하고 있다. 흰 피부에 금발머리, 약간 삐뚠 치아와 어색한 미소를 가진 남자였다.


몸과 마음이 지친, 삼 년 만에 두 번째로 파리를 찾은 한 소녀가 있다. 과거의 소중한 기억을 더듬어 그녀는 추운 이른 봄, 코트 깃을 여미며 2호선 앙베르 역 근처의 골목길을 지난다.


밤 열 시쯤이었고 맛없는 참치 샌드위치로 점심을 때운 후 늦은 밤까지 내내 먹은 게 없었던 소녀는 아늑하고 부담 없는 가격의 비스트로 메뉴가 붙은 유리창을 응시했다.


창 밖을 내다보던 피에르가 그녀가 있는 거리로 나왔다. 어느새 그는 소녀에게 한참을 친절하게 메뉴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었다. 그에 미안한 마음을 느낀 소녀는 자그마한 비스트로에 들어서 가장 자그마한 창가 테이블을 골라 무거운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그렇게 두 번의 오랜 식사가 있었다. 전식, 본식, 후식, 그리고 커피까지. 친절한 웨이터가 있는 낯선 그곳에서 소녀는 이상하게도 포근함을 느낀다. 비로소 그간 여행의 풍파를 털어놓을 친구를 만난 것이다.


틈틈이 일을 하며 너의 이야기를 꼭 끝까지 듣고 싶다는 그의 말에 소녀는 기쁘다. 천천히 식사를 하며 틈틈이 말동무가 되어주는 앳된 소녀가 피에르는 우습다.


그는 웨이터 일로 돈을 모아 여행을 떠날 거라고 말했다. 일단 프랑스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소녀에게 그가 파리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를 일러준다. 가장 좋아하는 수첩에 소중하게 이를 받아 적은 소녀는 아주 조심스럽게, 두근거리는 맘을 부여잡고 함께 가자는 물음을 던진다.



그들의 마지막은 이른 아침, 둘 모두 쓰러질 듯 지친 상태인 채로 자그마한 비스트로 앞에서였다. 야외 테이블에 앉은 피에르는 에스프레소 한잔을 손에 들고, 입에는 담배를 물고 있었다.


찬 공기에 푸석한 얼굴의 소녀는 마지막 인사를 건네며 수첩에 적힌 그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로 발걸음을 옮긴다. 정작 피에르는 일에 매여 겨우 걸어서 10분 거리임에도 수년간 가지 못했던 바로 그곳, '레 알 생 피에르'로 향한다.


멀어지는 그녀의 등에 대고 가게 문에 선 피에르는 소리친다.


 "만약 네가 저녁식사를 해야 한다면  말이야, 

파리에서의 마지막 날인 내일. 

이미 너는 어디로 향할지 알고 있잖아, 그렇지?"



파리의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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