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멜버른, 캐나다 밴드의 음악.
Grouper - Holding
Grouper의 Ruins 앨범의 수록곡, Holding. 이는 특이한 이름의 캐나다 밴드의 독특한 음악이다. 몽환적인 멜로디와 피아노 소리. 함께 듣던 직장 동료가 혹시 내가 직접 쳐서 녹음한 것이 아니냐 물어왔을 만큼 그 소리가 투박하면서도 깔끔하다. 그래서 피식 웃음이 나왔었다. 내가 이 정도 연주를 해서 이런 곡을 녹음할 정도라면 이런 곳, 즉 최저 임금을 조금 웃도는 시급을 주는 조그마한 테이크 어웨이 식당에서 일하고 있겠느냐는 장난스러운 농담을 던졌던 듯 싶다.
나는 멜버른의 자그마한 일터에서 자그마한 일을 하고 있었고, 일터에서 트램으로 13분쯤 떨어진 이탈리아 양식의 셰어하우스의 복도 첫 번째 방에서 지내고 있었다. 그때의 우리 집에는 기타를 치는 사람이 살았다. 그는 꽤나 오랫동안 그 집에 살아왔었다. 한 칠 년 남짓이랬나? 덕분에 알 수 없는 악기들이 굴러다녔다. 라운지에 얌전히 놓인 바이올린은 새침한 실내 장식의 일부였고, 또 다른 한 구석에 놓인 드럼 키트는 가끔 그 위에 빨래를 걸어 주었다.
먼지 쌓인 커튼이 드리운 창틀에는 한 뼘 반쯤 되는 조그마한 스피커가 있었고, 바닥에는 공연에서나 볼법한 커다란 앰프와 또 다른 커다란 두개의 스피커들이 있었다. 몇 달이나 자리를 비웠던 그 기타리스트는 돌아온 어느 날 먼지 쌓인 창틀의 먼지 쌓인 스피커의 아담한 먼지들을 툭툭 털어냈고, 갈 곳 없던 귀여운 스피커는 부엌 한 귀퉁이 냉장고 위에 올라앉았다.
내가 제일 좋아하던 바로 그 부엌에서는 많은 마법 같은 순간들이 있었다. 굵은 비가 들이치던 어느 늦은 저녁 덧문을 빼꼼히 열고 손바닥에 튀기는 빗물을 바라보던 밤이 있었고, 노을 지는 하늘을 한참이고 바라보고 앉았던 늦은 오후도 있었다. 믿을 수 없게도 매일 밤 9시쯤이면 떼를 지어 날아가던 박쥐떼를 담아보겠다며 카메라를 들고 이리저리 바삐 다니기도 했었고, 마지막 온기가 담긴 따스한 커피가 놓인 다이닝 테이블을 잠시 동안 따스하게 바라보기도 했었다. 그 밖의 많은 마법 같은 순간들이 펼쳐졌던 바로 그 '부엌'에서 가끔은 그 아담한 스피커가 결코 아담하지 않은 소리를 냈었다.
물론 곳곳의 커다란 스피커들의 도움에 의해 음악은 더욱 몽환적으로 집 전체에 울렸었다. 그 마법 같은 노래가 울려 퍼지던 어느 날 새로 온 크리스티나가 물었다, 이는 누구의 음악이냐고. 이내 캐나다의 밴드 Grouper의 음악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는 그들의 음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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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아무런 생각이 없어질 때면 나는 이 마법 같은 노래를 듣곤 했다. 그렇게 집 전체가 울리던 그날과 또다시 내게 이 노래가 울리는 오늘의 사이가 한없이 멀게만 느껴져 더욱 꿈꾸는 듯한 기분이 든다.
Grouper는 몽환적인 음악을 들려주는 캐나다의 밴드이다. 그저 그뿐이다. 그러나 오늘과 같이 그 시절의 익숙하지만 찬란하던 일상이 문득 그리워지는 밤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