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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sorim Jul 30. 2016

외로움에 대하여.

_너와 나는 각자의 돌담을 쌓아 올렸다.



너에 대해 이야기해야 했다. 너에 대해 이야기하고만 싶었다.


때때로의 나는 오만하다. 나는 나 스스로가 뭐라도 되는 줄 알고, 특히나 내가 아끼는 너에게 나 스스로가 뭔가 특별한 사람이라도 되는 줄 알고 호기를 부린다. 너는 한껏 움츠린 사람이었다. 네가 정해놓은 너의 얕은 담벼락을 빙 둘러 너의 주위에 쌓아놓고는 그 위를 넘나드는 일이 드물었다. 나는 자주 너의 그 동그란 담벼락의 외벽을 빙빙 돌곤 했고 이따금은 그 틈바구니로 너에게 무언가를 건넸다. 그러다 어느 순간인가부터 그 담벼락 위에 올라설 수 있게 되었다. 그 담벼락 위에서 너의 돌담을 따라 빙빙 돌 수 있게 되었다. 이따금 휘청하는 나는 바깥으로 떨어질 뻔하기도 하고 네가 있는 돌담 안 으로 훌쩍 들어설 뻔하기도 한다.


그렇게 나는 오만했다. 너의 담벼락 위에 올라설 수 있게 된 내가 뭐라도 되는 양 생각했고 언제든 손만 뻗으면 너의 담 안쪽으로 성큼 들어갈 수 있다고 믿었다. 나의 오만은 우스운 일이었다. 실은 나조차도 나의 담벼락을 너보다도 더 촘촘하고 더욱 자그맣게 나의 둘레로 쌓아두고 웅크리고 앉은 작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는 나 자신의 외로움조차 어떻게 하지 못해 이따금 주저앉아 훌쩍이고 마는 그런 나약한 사람이었다. 그런 외로운 사람이던 내가 너에게만은 호기를 부렸던 이유는 너에게서 언뜻언뜻 나 스스로의 모습이 비쳤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를 닮아 보였다. 비 내리는 지친 오후의 나처럼 이따금 한껏 움츠러든 너의 두 어깨가 나를 닮아 쓸쓸해 보였다. 나약한 나는 그런 나의 나약함을 닮은 누군가의 외로움을 나로 하여금 어떻게든 보듬어 보려 했었는지도 모른다.


.

그러나 나는 작았다. 누군가의 담벼락을 부숴내거나 그 안에 풀썩 들어서기에는 작았다. 나에게 주어진 한계는 그저 너의 담장 밖 혹은 그 위였고 완전한 너의 공간에 들어서는 일은 허락되지 않았다. 나는 그저 나의 작은 돌담으로 돌아가 한동안 웅크리고 있어야 할 뿐이었다. 그리곤 때로는 아주 반짝이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 혹은 그녀는 커다랬다. 너의 담장을 온통 짓밟아 놓을 만큼 힘이 셌다. 어쩌면 네가 너의 담장 안에서 기다리고 또 기다리던 사람이었는지도 몰랐다. 그제야 나는 깨닫는다. 나는 네가 애타게 목메어 기다리던 그 혹은 그녀가 아니었다. 그저 나 자신의 외로움조차 어떻게 하지 못하는 작은 사람이었다.


그런 너와 너의 그 혹은 그녀를 바라볼 때이면 나는 축 처진 어깨를 하고 나의 돌담으로 돌아가 제일 조그만 돌 하나를 들어 올려 제일 낮은 담장 위에 올렸다. 작은 나의 담장은 조금 더 높고 견고해졌고 나는 그 안으로 들어가 양 손에 얼굴을 묻고 앉았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너를 아끼고, 너도 나를 아낌을 알고 있다.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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