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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석주 영화평론가 Feb 09. 2020

[명작으로 알아보는 영화 언어] ‘쇼트‧신‧시퀀스’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거나 강력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영화를 선정하여 그 영화의 명장면을 분석합니다. 대중에게 친숙한 영화의 장면 분석을 통해 간단한 영화 언어를 습득할 수 있다면, 콘텐츠를 소비하는 관객들에게 영화를 조금 더 분석적으로 관람할 수 있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입니다.

영화와 관련된 글을 읽다보면 ‘쇼트’(shot)와 ‘신’(scene), ‘시퀀스’(sequence)라는 용어를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이 용어들은 영화를 구성하는 단위들로 책으로 비유하자면 각각 문장(sentence)과 문단(paragraph), 장(chapter)에 해당합니다.


먼저 쇼트란 카메라가 피사체를 포착한 순간부터 멈출 때까지, 그러니까 컷(cut)없이 연속적으로 기록된 부분을 말합니다. 말하자면 ‘한 번에 촬영한 장면’이 바로 쇼트입니다. 문장이 여러 단어들로 이뤄져 있듯이 쇼트는 여러 프레임(frame : 필름 한 장)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쇼트는 ▲카메라의 각도 ▲카메라와 피사체간의 거리 ▲카메라의 고정 유무에 따라서 여러 가지로 구분됩니다. 하나의 쇼트는 사실적 진술이나 정보 전달 혹은 상징적 의미를 나타낼 수 있지만, 어떤 ‘이야기’를 전달할 수는 없습니다. 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단 하나의 쇼트로 구성된 영화라면 이야기를 전달할 수도 있습니다.


다음은 신입니다. 신은 동일한 ‘장소’와 ‘시간’ 내에서 이뤄지는 일련의 액션과 대사, 사건을 나타낸 부분을 말합니다. 책으로 치자면 문단에 해당하는데, 문단이 여러 문장으로 이뤄져 있듯이 신은 여러 쇼트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신은 우리가 영화를 보고나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용어이기도 합니다. “헤어지는 장면이 너무 슬펐어.” “그 장면 정말 끝내주지 않아?” 라고 할 때, 장면이란 대부분 신을 가리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이와이 슌지 감독, 영화 <러브레터> 스틸컷

“오겡끼데스까? 와따시와 겡끼데스”라는 대사. 다들 한 번쯤은 들어보셨죠? 바로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1995)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세상을 떠난 연인에게 애절한 안부를 전하는 주인공의 외침은 실로 눈물겹습니다.


이 대사를 외칠 때 주인공은 어스름한 새벽의 드넓은 설산에서 죽은 연인에게 안부를 전하기 위한 일련의 액션을 취합니다. 이 신은 대사를 외치는 주인공의 앞모습과 뒷모습 등을 차례로 잡은 여러 쇼트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2003)의 그 유명한 ‘장도리 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마지막으로 시퀀스입니다. 시퀀스는 특정 상황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를 묘사한, 하나의 독립된 이야기를 나타내는 장면들의 합집합을 말합니다. 영화가 ‘전체 이야기’라면 시퀀스는 전체 이야기를 구성하는 각각의 이야기, 즉 ‘에피소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서두에서 밝힌 것처럼 책의 장에 비유될 수 있습니다.


나홍진 감독, 영화 <곡성> 스틸컷

주지하다시피 시퀀스는 여러 신들로 구성됩니다. 시퀀스는 신과 마찬가지로 동일한 장소와 시간 내에서 이뤄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가령 나홍진 감독의 <곡성>(2016)에서 살을 날리는 일광(황정민)과 의식을 행하는 외지인(쿠니무라 준)의 모습을 교차 편집한 장면들도 하나의 ‘극적 단위’ 구실을 한다는 점에서 단일한 시퀀스로 묶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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