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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석주 영화평론가 Sep 01. 2020

[인터뷰] 윤단비 감독

영화 <남매의 여름밤>(2020)

가족 소재의 영화, 특히 어려운 상황에 처한 가족의 이미지를 스크린으로 마주할 때마다 떠오르는 생각은 ‘그들이 관객들을 대신해 아파해준다’는 것이다. 조금 잔인한 말이지만, 우리는 누군가의 고통을 즐기기 위해 영화관을 찾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에서 말했던 카타르시스(catharsis). 의뭉스럽고도 자명한 비극의 본질! 그래서 영화 속 주인공은 언제나 관객들을 위해 고달픈 상황에 놓인다.


<남매의 여름밤>은 조금 독특한 분위기의 ‘고달픈’ 가족 영화이다. 한 가족의 고통과 불행을 무작위로 전시하거나 나열하지 않고, 스크린 안팎의 모든 가족이 안고 있는 미세한 균열을 응시하는 영화라는 점에서 그렇다. 고통이 아닌 고통의 틈새와 간격을 다루는 영화. 그래서 더 사실적이며 서늘하고 공포스러운 영화. 일상과 비(非)일상이 교차하고 부딪히는 바로 그 지점에서 윤단비 감독은 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 한국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폭력을 드러낸다.


재개발에 의해 삶의 터전을 잃은 옥주(최정운)와 동주(박승준)는 아빠와 함께 할아버지의 집으로 이사를 간다. 여기에 이혼 위기를 겪고 있는 고모까지 합세한다. 각자 저마다의 이유로 할아버지의 집에 모인 가족들은 상처를 주고받으며 미묘한 갈등을 겪지만, 여름날의 혹독한 열기를 삶을 지탱하는 온기로 바꿔내며 힘겨운 일상을 견디고 버틴다.


<기생충>(2019)이 보여준 자본주의 사회의 잔혹성과 <걸어도 걸어도>(2008)가 지닌 가족구성원 간의 관계성의 어려움을 동시에 안고 있는 영화. 혹은 <꽁치의 맛>(1962)이나 <환상의 빛>(1995)처럼 떠나간 가족의 빈자리를 차분한 시선으로 관조하고, <기쿠지로의 여름>(1999)과 같이 가족을 찾아나서는 한 아이의 경쾌하면서도 슬픈 여름날의 풍경을 한아름 안고 있는 영화. 그렇게 <남매의 여름밤>은 바로 지금, 이 시대 가족들의 고달픈 초상을 생동감 있게 그려낸다.


언론과 평단의 찬사는 물론 관객들의 사랑까지 한 몸에 받고 있는 영화. 신사동 모처에서 <남매의 여름밤>을 연출한 윤단비 감독을 만났다.


※ 전체 내용은 아래의 기사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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