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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석주 영화평론가 Aug 05. 2020

[인터뷰] 장류진 작가

책 『일의 기쁨과 슬픔』

“그녀는 고요히 써야 할 곳에서 분노에 싸여 쓸 것이고, 현명하게 써야 할 곳에서 어리석게 쓸 것이다. 또한 그녀는 등장인물에 대해 써야 할 곳에서 자기 자신에 대해 쓸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가 샬럿 브론테의 소설 『제인 에어』를 비판한 강연문 「자기만의 방」의 한 문장이다. 책 『아름다운 지성』의 저자 오길영은 “작가가 작품의 등장인물에 대해 냉정한 균형감각을 유지하지 못할 때, 그 결과 여성이 처한 현실에 대해 ‘자기 자신’의 분노를 직접적으로 표현할 때 작품의 온전성(integrity)은 파괴된다”고 지적한다. 그러니까 울프의 관점에서 좋은 소설은 작가의 분노가 작품의 온전성을 해치지 않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장류진의 소설은 울프가 브론테의 소설에 가한 비판을 슬기롭게 피해간다. 그녀의 소설은 당대의 여성이 처한 현실을 즉각적으로 고발하면서도 작가의 분노나 경향이 소설의 내용과 형식을 얽어매지 않는다. 작가의 통제 바깥에 있는 순간들까지 고스란히 담긴 소설. 다시 말해 장류진은 소설이 스스로 생동하도록 내버려 둔다. 이는 그녀가 작가로서의 태도 이전에 세상을 살아내고, 세상의 일들을 균형감 있게 바라보려는 성실한 생활인이자 지혜로운 관찰자로서의 태도를 견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테면 소설가는 매미(혹은 자신)의 상처에 눈물을 흘리거나 그것을 현란하게 묘사하는 사람이 아니다. 소설가는 매미가 한 차례 울고 간 여름날, 울던 매미가 왜 울음을 그쳤을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이며 나아가 매미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매미의 울음을 떠올리는 사람이다. 말하자면 좋은 소설가의 첫 번째 요건은 글 잘 쓰는 기능공의 연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글자에 담길 세상과 적절한 거리를 두고, 그 세상을 살아가는 존재들을 자신만의 속도로 관찰하려는 사람의 눈동자에 있다.


『일의 기쁨과 슬픔』은 장류진의 치열한 관찰의 결과물이 차곡차곡 쌓인 소설집이다. 그렇다면 그녀는 자신의 소설과 그 소설을 둘러싼 세상의 반응을 어떻게 관찰하고 있을까? 그녀와의 대화를 여기, 이곳에 풀어 놓는다.


[사진=이관형]


※ 전체 내용은 아래의 기사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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