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영화, 진짜 이야기’ 41
오늘 소개할 영화는
허진호 감독의 <덕혜옹주>입니다.
이 영화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덕혜옹주’라는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덕혜옹주는 많은 분들이 아시는 것처럼 조선의 마지막 옹주예요. 옹주는 왕과 후궁 사이에 태어난 딸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왕의 서녀(庶女)인 거죠. 고종에게는 모두 9남 4녀의 자녀가 있었는데, 3남 1녀만이 성년이 될 때까지 생존했습니다. 말하자면 덕혜옹주가 사실상 고종의 유일한 딸이라고 할 수 있죠.
개봉 당시에 역사 왜곡에 시달렸던 영화예요. 덕혜옹주를 독립투사처럼 그려서 대한제국 황실을 미화했다는 거죠. 아닌 게 아니라 이 영화는 실존 인물이 등장했다는 걸 제외하면, 거의 모든 영화의 설정이 허구입니다. 가령 영화에서는 덕혜옹주가 조선인 유학생들과 의기투합해 한글학교를 세우고, 일본에 강제로 끌려온 조선인 노동자들을 격려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사실과는 거리가 있는 내용이죠.
물론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극영화이기 때문에 고증을 철저하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드라마를 위해서 어느 정도의 상상력을 가미하는 건 괜찮아요. 하지만 아무리 극영화라도 인물이 전혀 하지 않은 일을 마치 그렇게 한 것처럼 묘사해서 지나치게 미화하고, 영웅시하는 것은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어요. 문자 그대로 오버 페이스인 거죠.
많은 평자가 지적하는 것처럼, 덕혜옹주를 독립투사로 그릴 게 아니라 그녀가 조선이 망한 이후 실제로 어떤 삶을 살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면 더 흥미로웠을 영화입니다. 특히나 허진호 감독의 장기는 별 거 아닌 이야기를 인물의 세심한 감정 묘사를 통해 풍성하게 만드는 건데 말이죠. 여러 가지로 아쉬운 영화예요.
영화에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면, 덕혜옹주를 연기한 손예진의 존재감입니다. 이 영화에서 손예진의 매력과 연기력은 실로 굉장합니다. 제 생각에는 작품성과 별개로 손예진의 필모그래피를 통틀어서 <덕혜옹주>에서의 연기가 가장 훌륭한 것 같아요. 특히 영화 후반부에 조선으로의 입국이 불허돼 실성해서 기괴스럽게 웃는 연기는... 다시 봐도 모골이 송연할 정도지요.
영화 <덕혜옹주>에 관한 제 해설이 조금 더 궁금하시면,
2월 21일(일) 오후 6시 18분, TBN(강원) <달리는 라디오> - ‘어떤 영화, 진짜 이야기’(FM105.9)를 들어주세요. 구글 플레이나 앱스토어에서 ‘TBN 교통방송’ 앱을 다운로드하면 들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