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기자수첩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석주 영화평론가 Aug 22. 2022

서초역과 8월의 크리스마스

*

오늘은 서혜란 국립도서관장을 인터뷰했다. 그는 8월 30일 퇴임을 앞두고 있다. 그는 1945년 도서관 개관 이후 첫 개방형 직위 관장이자 최초의 여성 관장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그는 평생 도서관 업무를 했다. 나는 그에게 지난 3년 동안 여성 관장으로 일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냐고 물었다. 그는 관장이 되는 게 힘들었지 관장이 된 이후에는 딱히 힘든 게 없다고 했다. 순간 유리천장이라는 단어가 뇌리를 스쳤다. 우문현답. 나는 내 질문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

국립중앙도서관은 서초역 근처에 있다. 근처라고 하기엔 조금 멀다. 정확히 말하면 서초역과 고속터미널역 사이에 있다. 요즘 같은 날씨엔 조금만 걸어도 땀이 줄줄 흐른다. 도서관은 서초역 6번 출구 방면인데, 이 방면에 대법원, 대검찰청, 서초경찰서 등이 있다. 참으로 건조한 방면이다. 이 세 곳을 지나 몽마르뜨 공원을 넘으면 도서관이 나온다.


*

어제 라디오에서 허진호 감독의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를 소개했다. 내가 좋아하는 멜로드라마다. 8월이 가기 전에 꼭 소개하고 싶었다. 내일 허지웅 작가의 신간 '최소한의 이웃' 기자간담회가 있다. 출판사에서 책을 보내줘서 읽었는데, 33쪽에 '8월의 크리스마스'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나는 이 대목을 읽고, 그가 영화 기자 출신이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역시 사람은 본업을 할 때 가장 멋지다. 내용이 궁금한 분들은 책을 구매해서 읽어보시도록.


*

허진호 감독은 3년 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우연히 마주친 적이 있다. 그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들과 공연을 보러 왔었다. 사실 일반인들 중에 허진호 감독의 얼굴을 아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나름 영화학도였던 나는 그를 단번에 알아보았고, 사인을 요청했다. 그때 내가 가진 펜이 빨간색 밖에 없어서 그걸 감독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허진호 감독이 잠시 당황하다가 사인을 해줬다. 그의 아들이 날 물끄러미 보더니 "우리 아빠 유명해요?"라고 물었다. 나는 "응. 유명하셔"라고 답해주었다. 공연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우리 아빠를 잠시 생각했다.



*

대학원 시절 내가 많이 따랐고, 지금도 자주 연락하면서 지내는 정영권 선생님께서 키노 기자 시절 '8월의 크리스마스'에 대해 아래와 같이 평했다. 짧은 글 안에 이 영화에 대한 거의 모든 게 담겨 있다.


출처 : 키노


*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는 군산이다. 2년 전에 친한 동생과 이곳에 여행을 갔었다. 5월 말이었는데, 상당히 더웠다. 아래는 초원사진관 앞에서 찍은 사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