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소재로 한 범죄영화입니다. '나미(천우희)'는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술을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스마트폰을 떨어뜨리게 돼요. 나미의 스마트폰을 '준영(임시완)'이라는 의문의 남성이 주워서 해킹하게 됩니다. 그 스마트폰에는 나미의 취미나 회사 정보, 친구 관계처럼 온갖 정보들이 담겨 있는데요. 준영은 그 정보들을 해킹해서 나미의 일상을 마구 뒤흔들어 놓습니다.
스마트폰이 없었던 시절에는 일어날 수 없는 범죄를 영화로 극화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동시대적인 느낌의 영화입니다. 유아인 씨가 출연했던 영화 <#살아있다>(2020)와 비슷한데요. 이 영화도 유아인 씨가 생존을 위해 SNS, 드론, 스마트폰 등을 이용하잖아요. 현대적이고 디지털 느낌의 감성이 두 영화에 있다는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이 영화에 쉽게 흥미를 느끼거나 몰입할 수 있는 측면이 있어요.
또 이 영화는 범인이 누군지 처음부터 공개합니다.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2008)처럼 범인을 주인공만 모르고, 관객들은 다 아는 거예요. 고전적인 범죄영화는 대개 범인이 누군지 끝까지 숨기다가 마지막에 공개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 영화는 알쏭달쏭한 미스터리보다는 긴장감이나 박진감에 포커스를 맞추는 서스펜스에 천착하는 범죄영화입니다.
여담이지만 사실 10~15년 전만 해도 전화, 카메라, 사전 등의 기능들이 다 각각의 제품으로 분리돼 있었거든요.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게 해결되고, 스마트폰이 없으면 일상을 살아가는 게 거의 불가능할 정도잖아요. 그러니까 스마트폰이 사라지면 나의 일상이 사라진다는 표현은 과장이 아닌 거죠. 이 영화는 스마트폰을 잃어버린 현대인의 일상이 어떻게 무너지는가를 장르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임시완 씨가 기억에 남는 영화입니다. 사실 임시완 씨의 분위기는 착하고 순수한 느낌이잖아요. <미생>(2014)이라는 드라마가 대표적이고, <변호인>(2013)에서의 역할처럼 핍박받는 그런 이미지가 떠오르는데요. 최근 <비상>(2022)을 포함해서 이번 영화까지, 임시완 씨가 굉장히 싸이코패스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되게 멀쩡하고 잘생긴 사람이 그런 역할을 하니까 오히려 더 소름 끼치는 측면이 있어요.
참신한 소재에 비해서 후반부에 사건을 마무리 짓는 방식이 지나치게 관습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소재나 도입부의 재기 발랄함이 끝까지 이어지지 못해 아쉬운 점이 있어요. 또 임시완 씨를 제외한 캐릭터들은 크게 기억에 남지 않습니다. 연기의 문제라기보다는 연출이나 역할 자체의 문제겠지요. 주말에 무난하게 볼 만한 영화고요. 특히 임시완 씨의 연기를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 영화는 2월 26일(일) 오후 2시 30분, TBN(강원) 두시N영화관(FM105.9)에서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여담
1. 개인적으로 임시완 씨가 출연했던 영화 중에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을 제일 좋아합니다. 은근히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