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인 1920년대에 제작된 거로 추정되는 이규설 감독의 무성영화 <근로의 끝에는 가난이 없다>를 보았다. 필름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국영화다. 원래 안종화 감독의 <청춘의 십자로>(1934)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영화였지만, 이 영화의 발굴로 인해 두 번째로 밀렸다.
한국영상자료원에 따르면, <근로의 끝에는 가난이 없다>는 2019년 러시아 고스필모폰드에서 발굴돼 2020년 수집과 디지털 작업을 거쳤다. 일제 당국의 교육계몽 목적의 영화로 제작됐다고 한다.
신발 고치는 일을 하는 복걸(박순봉)과 나무 파는 일을 하는 효완(김원보)의 우정을 다룬 영화다. 어느 날 복걸은 길을 가다가 우연히 지갑을 줍는다. 복걸은 그 지갑을 경찰서에 갖다주고, 사례금을 받는다. 복걸은 사례금으로 맛있는 음식을 사 먹을까 고민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저축한다. 그로부터 며칠 뒤 나무 판 돈을 잃어버리고 상심한 효완에게 복걸은 자신이 저축한 돈의 일부를 준다. 영화는 서로를 보며 활짝 웃는 복걸과 효완의 얼굴을 차례대로 잡으며 끝난다.
무성영화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아이리스인(iris in)/아이리스아웃(iris out) 등의 기법이 사용되고 있다. 영화의 장면들은 주로 고정된 상태의 롱 쇼트(long shot)로 촬영됐다. 인물이 이동할 때 트래킹 쇼트(tracking shot)도 사용되는데, 카메라가 심하게 흔들려 머리가 어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