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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석주 영화평론가 Oct 14. 2023

영화 <자유결혼>(1958)과 <여사장>(1959)


<자유결혼>과 <여사장>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여성'과 '자유'다. 두 영화는 여성의 권익이 향상된 자유로운 시대상을 보여준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자유는 가부장에 복무하는 자유(처럼 보인)다. 골프가 아닌 바둑을 좋아하는 아버지의 조수와 결혼하고(<자유결혼>), 여성의 허영을 신랄하게 지적하는 남성과 이어질 수밖에 없는 서사(<여사장>)가 그것을 말해준다.


한국전쟁 이후 남성성이 무너지면서 여성들은 사회 전면에 등장한다. 이 시기에 등장한 여성들은 새로운 시대의 일꾼처럼 보이지만, 무너진 남성성을 재건하는 일종의 도구였다. 양장을 입고 거리를 돌아다니다가도 언젠가는 집으로 들어가 한복을 입은 채 요리를 할 수밖에 없다. 남성의 과거는 애상적이며, 여성의 과거는 불순한 것으로 묘사하는 영화의 방식도 그런 맥락이다.


두 영화를 보고 "집이 정말 화려하다"는 생각을 했다. 스터디에서 이 얘기를 했더니 그건 "영화의 집"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전쟁으로 무너진 국가를 재건해야 하는 일종의 판타지가 투영된 미장센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재건한 집이 언제라도 다시 무너질 수 있다는 불안을 표출한 게 바로 김기영 감독의 영화 <하녀>다. 주증녀의 강박적인 '재봉틀' 소리가 그것을 말해준다.




참고문헌


- 강나영, 「1950년대 한국영화의 여성 노동 재현 연구」, 동국대 대학원 영화영상학과 박사 논문, 2018. (IV-2. 여성의 직업과 젠더 정체성: <여사장>)

- 홍진혁, 「한국 시네마스코프 전환 시기의 영화 〈여사장〉의 스타일 분석」, 『영화연구』 88호, 한국영화학회, 2021. 

- 김대근, 「한국 코미디영화 형성기의 담론분석: 텍스트의 사회역사적 의미를 중심으로」, 『씨네포럼』 25호, 동국대학교 영상미디어센터,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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