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한 나의 동지

by 윤선

난임으로 마음이 많이 지쳐 있던 시절, 어느 날.

밥상머리에서 결국 참던 울음을 터뜨렸다.

갑자기 북받쳐 울며, 참았던 말들을 쏟아냈다.


아마 그날은 시부모님이 절에 다녀오시며 대추며 밤 같은 걸 챙겨 오셨던 날이었다.

기도 올린 거니 꼭 먹으라며 건네시던 게, 내겐 괜히 더 무겁게 느껴졌다.


시부모님 마음도, 그분들 나름의 간절함이었겠지만

그때 내겐 내가 아닌 사람의 간절함은 오히려 부담이었고, 세상에서 내가 제일 힘든 사람 같았다.


친정 부모님은 임신 이야기를 한 번도 꺼내신 적이 없었는데, 시어머니는 종종 내게 그런 말씀을 하셨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인데도,

그 말을 듣고 또 듣는 일은 내 마음을 자꾸 좁아지게 만들었다.


그렇게 쏟아내고 잠시 멈췄을 때,

남편이 조용히 말했다.

“윤선아, 네가 제일 속상할 거 알지만… 나도 장인장모님 뵐 때마다 마음이 많이 죄송하고 불편해.”


그 말을 듣는데, 울음이 멎고 머리가 울리고

마음이 가라앉았다.

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남편도 내색하지 않았지만,

자기 몫의 아픔을 감당하고 있었던 거다.


그걸 아는 순간, 이상하게 마음 한편이 단단해졌다.

내 아픔을 남편이 분명히 헤아리고 있다는 걸 느끼니

나 혼자 버티고 있다고 여겼던 외로움이 사라졌다.


결국 사람 마음은, 진심으로 헤아림을 받으면

그걸로 버텨지는 거라는 걸 온전히 깨달았다.


그날 우리는 밥상머리에서 서로 약속했다.

꼭 서로를 지켜주자고,

서로의 부모님께 상처받지 않게 지켜주자고.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때 그렇게 다짐했던 순간이

어쩌면 우리 사이 가장 오래 남는 약속이 됐다.


그때 나는 내 아픔만 들여다보느라 바빴지만

살아보니 누구에게나

말하지 못한 속앓이가 있다는 걸,

애써 내색하지 않은 고단함이 있다는 걸

이제는 반드시 마음에 새겨두었다.


그걸 알고 나니,

함께 산다는 건 결국 그런 거다 싶다.

내가 내 아픔만 보지 않으려 할 때

비로소 옆에 있는 사람의 마음도

나도 모르게 닿아 있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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