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다는 건, 그 자체로 충분히 귀한 일이다.
그리고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건, 다른 생명을 대할 때에도 그 무게를 알아보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그걸 자주 잊는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말은 익숙하지만,
그 익숙함 뒤에 가려진 수많은 나약한 생명들이 있다.
작고 조용하고 그 나약한 생명들은 더 쉽게 무시되고, 잊힌다.
하지만 생명은, 존재하는 것만으로 이유가 된다.
무엇이 더 중요하고, 무엇이 덜 소중한지는 따질 수 없다. 모든 생명은 제 몫의 무게를 가지고 태어나고,
그 무게는 누구에게든 가볍지 않다.
나는 키우는 입장이 되면서 책임이라는 말이 더 무거워졌다. 조금 더 조심하게 되고, 조금 더 미안해진다.
키우다 보면 길 위에 있는 생명도 더 귀하게 보인다.
어느 날은 이상하게 더 눈에 들어오고, 마음이 쓰인다.
스스로를 보호하지 못하는 생명, 말하지 못하는 생명,
그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자꾸 생각하게 된다.
그렇다고 꼭 키워봐야만 이런 마음이 생긴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나 마음을 기울이면 느낄 수 있다.
살아 있는 것 앞에서 겸손해지는 마음,
그 생명이 가진 무게를 알아보는 마음.
그건 경험의 유무를 넘어서 그저 인간이라면 자연스레 품을 수 있는 감정이라고 나는 믿었다.
그저 인간이라면, 모두가 측은지심을 품고 있다고 배웠다. 하지만 요즘 세상을 보면, 그게 꼭 진실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특히 길 위의 생명들에게 함부로 대하는 모습을 보면 더 그렇다.
자기보다 약하다는 이유만으로,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무시하고, 위협하고, 괴롭히는 걸 보며 과연 인간다움이란 뭘까, 되묻게 된다.
인간이기에 우리는 인간다움을 지켜야 한다.
인간이기에, 우리는 모든 생명 앞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
말할 수 없는 생명을 대신해 말하고, 저항할 수 없는 존재를 대신해 막아주고, 살아 있으려는 의지를 지켜줘야 한다.
그 책임은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그 나약한 생명에게 측은지심을 갖는 것, 함부로 대하지 않겠다는 다짐. 그 정도면 충분하다.
모든 생명은 그 자체로 무겁고,
인간은 그 무게를 알아보는 존재여야 한다.
그 무게를 껴안는 마음이 내가 믿는 인간다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