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곁에 있는 것 만으로

<밤을 산책하는 개>를 읽고

by 윤선


<밤을 산책하는 개>를 읽었다.

이 책은 말이 많지 않다. 조용히 다가와 곁에 머문다.

<밤을 산책하는 개>는 그런 책이다.

슬픔을 요란하게 앞세우지 않고, 위로를 거창하게 강조하지도 않는다.

그저 고요한 밤을 걷듯, 마음의 한 길목을 함께 지나간다.

함께 걷는 동안 길을 묻지도 않고, 방향을 정하지도 않는다. 그저 나란히 걸어주는 존재.

그게 이 책이 전해주는 다정의 방식이다.


나는 반려견과 함께 산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나의 개가 건네는 눈빛과 내 곁의 무게가 자꾸 떠올랐다.


읽다 보면 피식 웃게 되는 장면이 있다.

“이봐, 일어나. 이제 나갈 시간이야.”

우리 집 콩이도 주둥이로 내 머리를 툭 건드리며 그렇게 깨운다. 우리는 실제로 밤 산책을 자주 즐기기도 한다. 온전히 우리 둘만의 시간을 갖기위해서.

책 속 개와 내 개가 겹쳐지면서 문장 안에서 살아난 듯한 장면들이 자꾸 마음을 건드렸다.


그리고 ‘내 인간’이라는 표현.

그 말이 괜히 오래 마음에 남았다.

내가 내 개라고 부르듯, 콩이도 어쩌면 날 그렇게 ‘내 인간’이라 부르고 있을까.

그 생각에 슬며시 웃음이 났다.

말은 없지만, 꼭 그렇게 마음속에서 불러왔을 것 같아서.


가끔은, 말이 없는 개가 그 어떤 사람보다

내 마음을 더 잘 안다고 느낄 때가 있다.

내가 말로 꺼내지 않아도, 그날의 마음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옆에 머물러주는 순간들.

그리고 어쩔 땐, 내가 건네는 말들 "괜찮아", "사랑해", "고마워" 그 모든 말을 내 개도 마음으로 다 이해하고 있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말이 오가지 않아도,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알고 있다는 확신 같은 것을 느낀다.


마지막 장까지 몇 마디 없는 책을 꼭꼭 씹어 읽었을 때, 무언가를 견뎌야 했던 밤들이 떠올랐다.

그런 밤마다 곁에 있어준 존재.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저 함께 있어준 것.

그게 얼마나 큰 위로였는지 새삼 생각났다.


그렇게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저절로 내 마음에 환한 불이 하나 켜졌다. 아주 작지만 오래가는 불빛이었다.


그리고 문득, 오랜 밤을 함께해온 내 개와의 대화들,

그리고 무수히 걸었던 산책들이 떠올랐다.

그 모든 시간이, 이 책 속의 조용한 문장들과 함께

다시 마음 깊은 곳에서 천천히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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