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산책하는 개>를 읽고
『밤을 산책하는 개』를 읽다가 딱 짚어서 얼마 전 무지개다리를 건넌 두부가 떠오른 장면이 있었다.
책을 덮고도 꽤 오래 떠올렸다.
책 속의 개가 낮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게 되었던 그 장면이 마음에 걸렸다.
산책을 두려워했던 두부가 생각나서......
여러 번 파양을 당했던 두부는 산책을 나갔다가 혹시나 또 버려지지 않을까 집에서 멀어지지 못했다.
그렇게 그 장면을 보며 생각했다.
두부의 밤도, 저랬을까.
불안하고 차갑고 조용했을까.
두부는 처음부터 내 품에 안기는 아이가 아니었다.
입질이 있었고 경계도 많았다.
작고 하얀 몸으로 마당 한편에 방치됐던 시간, 네 번의 파양, 그런 일들이 두부의 마음을 아주 단단하게 닫았던 것 같다.
서로를 처음 만난 날 나는 두부가 나를 물까 봐 조심스러웠고, 두부는 내 손길이 자신을 해할까 봐 온몸을 곤두세웠다. 나는 손가락 하나가 너덜너덜 해질 만큼 물렸고 두부는 나와 눈조차 마주치지 못했다.
나는 억지로 다가가지 않았다.
언제라도 두부가 먼저 내게 마음을 열어주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어쩌면 내가 건넨 작은 위로들이 조금씩 두부의 밤을 밝히고 있었을까.
어느 날부턴가 예쁜 얼굴을 조심스럽게 만질 수 있게 되었고, 작고 부드러운 발도 살며시 잡아볼 수 있게 되었고, 아주 가끔은 배까지 쓰다듬을 수 있었다.
그 모든 순간들이 두부가 내게 건넨 선물 같기도 위로 같기도 했다. 나는 기다릴 수 있었다.
누군가의 손길이 반갑고도 두려웠을 두부의 마음.
그걸 헤아릴 수 있었기 때문에 서둘러 다가가지 않았다.
책 속, 눈 덮인 길 위에서 등을 쓸어주는 손이 이렇게 말한다. “앞을 봐. 뒤돌아보지 말고.”그 장면이 두부와 나의 마지막 같았다.
부디 두부가 어두웠던 과거는 기억하지 않길.......
부디 앞만 보고 행복한 마음으로 무지개다리를 건너길 바라는 내 마음 같았다.
나는 지금도 문득문득 묻는다.
내가 건넨 조용한 손길과 말 없는 기다림이 정말 두부의 마음에 닿았을까?
그 아이의 밤을, 조금이나마 밝혀줬을까?
<밤을 산책하는 개>는 말 없는 위로의 책이다.
어떤 말도 강조하지 않지만, 그저 곁에 있어주는 존재 하나가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를 조용히 보여준다. 두부는 내게 그런 존재였다. 그리고 나도 내 개에게 그런 존재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