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남편은 15년째 싸운 적이 없다.
늘 사이가 좋았다.
성향이 비슷한 것도, 취향이 잘 맞는 것도 우리 사이를 편하게 만들었지만, 그게 다는 아니었다.
살다 보면 감정이 엇갈릴 때도 있었고,
말보다 마음이 앞설 때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눈치를 본다!
여기서 눈치는 기죽거나, 상대의 비위를 무조건 맞춘다는 뜻이 아니다.
그저 서로의 표정을 좀 더 관찰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기분을 조금 더 천천히 헤아려보는 것이다.
그렇게 서로를 조용히 살펴보는 방식이
우리 사이를 조금 더 다정한 쪽으로 이끌어줬다.
서로가 상대방 때문에 기분이 나쁜 게 아닐 때도,
그럴 때조차 서로를 더 살펴보게 된다.
어디서 힘든 일이 있었는지,
말로 하지 못한 고단함이 묻어나는 건 아닌지.
내가 뭘 하다가 잘 안 되어서 표정이 굳으면
남편은 꼭 묻는다.
“윤선아 왜? 무슨 일이야?”
그 한마디에 마음이 스르르 풀릴 때가 있다.
반대로 남편이 그저 게임을 하다 짜증 섞인 목소리를 내기라도 하면 나는 호들갑스럽게 쫓아 가 묻는다.
“왜 그래 왜!”
남편도 그 말 한마디에 웃음이 나기도 하고,
잠깐 올라온 짜증이 금세 사라지기도 한다.
그렇게, 서로의 작은 표정 하나,
목소리의 변화 하나에도
가볍게 반응해 주는 그 순간들이
어쩌면 기분을 환기시키는
가장 사소하고도 확실한 다정함인지도 모른다.
감정은 대부분 말로 다 표현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남편의 눈빛이나 말투 같은 자잘한 감정의 조각들을
놓치지 않으려 애쓴다.
나와 남편은 갈등을 드러내기보다는
조용히 지나가는 쪽을 택해왔다.
한 번 엇갈린 마음, 상처받은 마음은
되돌리기 어렵다는 걸 우린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쩌면,
싸우지 않으려 애쓴 것이 아니라
서로를 오래 따뜻하게 지키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눈치를 본다.
그 사람의 하루와 마음을 살핀다.
그렇게 살아가는 방식이 내겐 나쁘지 않다.
그렇게 눈치를 봐온 순간들이
우리의 다정한 사이를 참 오래 지켜줬다.
싸우지 않는 사이보다
무너지지 않는 사이가 되고 싶었다.
그렇게, 우리는 여전히 서로 눈치 보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