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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월애 Jul 21. 2019

함소원 씨 SNS 사과글이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

여자만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하나요?

최근 '아내의 맛'에 출연 중인 방송인 함소원 씨가 SNS에 심경 고백을 올렸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의 비난에 반성하겠다는 '심경고백'을 한 것이다. 그런데 뭘 그렇게 공개적으로 반성문을 쓸 정도로 잘못한 걸까? 물론 내가 차곡차곡 챙겨본 게 아니라 오해한 것일 수도 있지만  정말로 궁금하다.



육아맘은 괜찮고 육아 대디는 안된다?

진화 씨가 독박 육아를 하고 있어서 안타깝고, 우울증까지 겪고 있으니 애잔하기까지 하다. 물론 공감한다. 나도 그랬으니까. 아이가 생기면 특히 독박 육아의 경우 '나'는 없어진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우울증이 올 수밖에 없는 거 같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언제부터 독박 육아를 하는 이들을 안타깝게 여겨왔던가? 워킹맘들의 고충만 이야기하면서 독박 육아를 하는 육아맘들은  맘충으로 치부하지 않았던가? 다른 나라에서 왔으니까? 나이가 어리니까? 그럼 다문화가정의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어린 육아맘들에게도 똑같은 안타까움을 가지는 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용돈이 너무 작다?

나도 한번 용돈이라고 50만 원 써봤으면 좋겠다. 용돈을 50만 원 받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가? 나만 그렇게 못쓰나 싶어 한숨만 나온다. 일반 가정의 남편들도 그만큼 많이 받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러면 이 세상에 비상금을 아내 몰래 숨기는 남편이 없어질 것 같다. 물론 진화 씨가 중국에서는 어마어마한 부잣집 아들이지만 지금은 한국에 있고 한 사람의 남편이기도 하다. 두 사람이 의논해서 정한 것일 거고, 만약에 진화 씨가 돈을 흥청망청 쓰는 모습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은 게 아니라면 비난할 일까진 아닌 거 같다.


깊어지는 고부갈등?

방송을 보시고 시어머니께서 친히 오셔서 아들 부부를 도와주셨다. 그런데 일상에서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고  그것을 고부갈등으로 드라마틱하게 상황을 만들어 큰 문제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참 힘든 일이 많다. 정말 신기하게도 시어머니는 언제나 서운하고 남편은 두 사람 사이에서 눈치를 보며  며느리는 속이 상하다. 그것은 누구 한 사람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문화가 다른 가정에서 자란  두 사람이 만나 하나가 되어가는 힘들고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그것을 우리는 왜 고부갈등으로 치부하여 누군가에게 책임을 지게 하고 비난하는 걸까?  


                                                                                       


'별에서 온 그대'라는 드라마가 오래전에 방영했었다.  한때 도민준 천송이 열풍을 일으키며 김수현을 최고의 배우로 만들어 놓은 드라마. 개인적으로 전지현의 팬이라 그녀의 드라마 컴백이 반가워 기대하며 첫 회부터 챙겨봤던 몇 안 되는 드라마이다. 그런데 그 당시엔 몰랐던 세월이 지나 다시 한번 봤을 때 뼈저리게 공감되는 대사가 있어 옮겨본다.



극 중 천송이가 동료 배우의 죽음으로 억울하게 누명을 쓰게 되었는데 그때 기자들이 천송이를 취재하기 위해 집 앞에서 진을 쳤을 때다. 천송이를 짝사랑하는 휘경이 기자들에게 묻는다. 자살이 아닐 수도 있다. 천송이 때문이 아닐 수도 있지 않냐? 타살일 수도 있다. 휘경의 말을 듣고 기자들이 코웃음을 친다.


관련이 없어도 어쩌겠어요. 사람들은 관련이 있다고 믿고 싶어 하는데. 사람들은 팩트를 알고 싶은 게 아니에요. 분풀이할 상대가 필요한 거지. 누군가 이 불행에 책임을 져야 하니까.

천송이로써는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서도 불안해한다. 정말로 나 때문이면 어쩌지...      

                                              

참 마음 아프고 안타까운 상황이다. 내가 안 했는데, 정말 안 했는데 그런데 정말 나 때문이면 어쩌지... 극 중 천송이의 상황과 '아내의 맛'에서 함소원 씨의 상황이 겹쳐지는 건 나뿐일까? 잘못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함소원 씨는 그냥 일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힘들고 녹록지 않기 때문에 짜증도 나고 남편이 좀 도와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것이고, 진화 씨는 아직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고 한 여자의 남편으로 적응하기도 전에  아빠가 되었을 때 거기에다 육아까지 해야 하는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나고 얼마나 힘든지 짐착치도 못했을 것이다. 그뿐이다. 이건 누구 한 사람이 잘못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결혼을 하고 일을 하면서 육아까지 '완벽하게' 감당해야 하는 그러면서 남편에게도 지극정성이고 거기에다 아주 상냥한 현모양처인 '원더우먼'을 원하는 게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그리고..... 현실에서 '슈퍼맨'이 없는 것처럼 어느 누구도  '원더우먼'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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