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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월애 Nov 10. 2019

펭수야 반가워! 펭하!

남극에서 온 자이언트 펭귄을 열광하는 이유

요즘 EBS의 연습생으로 최고의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해 남극에서부터 헤엄쳐 스위스에 잠깐 들러 요들송도 배우고 대한민국에 입성한 올해 10살이 된 자이언트 펭귄 펭수의 인기가 뜨겁다. 정말로 EBS에서 이런 캐릭터를 만들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솔직하고 거침없는 펭수! 그동안 뽀로로, 번개맨 등 어린이들의 친구로 올바른 것만을 가르쳐온 EBS에서 걸핏하면 EBS 사장님의 이름을 들먹이고 매니저를 찾는 펭수를 만났을 때  이것이 바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의 솔직함을 가장 잘 반영한 것이 아닐까 싶다.

어릴 적 항상 어른을 공경해야 하고 착한 일을 해야 복을 받는다는 전래동화를 읽으며 '권선징악'을 익혀왔지만 '흥부와 놀부', '심청전'은 말 그대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일 뿐 우리가 살아가는데 공감을 못 얻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자라 어른이 되고 또 그 아이들에게도 여전히 '권선징악'을 가르치려 한다. 정말로 아이들이 전래동화를 읽고 그렇게 '착하게만' 자라길 바라는 걸까?


짱구도 '뽀로로' 보다는 '펭수'를 더 좋아한다. 이유를 물어보니 뽀로로는 '너무 아기 캐릭터'이고 펭수는 '무엇이든지 솔직하게 말해서' 재미있단다.  짱구가 말한 '너무 아기 캐릭터'란 과연 무엇일까? 뽀로로, 번개맨, 뿡뿡이들은 모두 정말로 '바르게' 생활하는 것만을 가르친다. 서로 사이좋게 지내야 하고, 안전만을 중요시하지만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에너지 넘치고 호기심 많은 아이들은 '착하기만 한' 뽀로로에 금방 흥미를 잃고 자신들과 비슷한 무언가를 찾고 함께 즐기게  되는 거 같다.    

그렇다고 펭수가 버릇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 마리텔에서 훈장님께 예절교육을 받았듯이 자신의 짧은 손을 겨우겨우 모아 최선을 다해 절하는 모습을 보면 '펭성'논란을 일으킬만한 일은 하지 않을 것 같다. 펭수는 그냥 요즘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이다. 어른을 공경해야 하는 것도 알고, 친구들과도 친하게 지내야 한다는 것도 알고, 규칙도 안전도 잘 지키려고 노력은 하지만 에너지 넘치고, 끊임없이 투덜대고 아직은 새로운 일을 하기엔 훈련되지 않아 어색한 그러면서도 즐기는 솔직한 아이들 같다.


그런데 왜 그러한 펭수를 어른들은 좋아할까? 우리는 그리고 나는 펭수의  '솔직함'을 배우지 못해서가 아닐까? 부모님의 말씀에 아니다 말하지 못하고, 직장 상사가 퇴근하지 않으면 내 일은 다 끝이 났지만 눈치 보며 자리를 지켜야 한다. 점심 메뉴를 정하는 것도 내 의견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메뉴를 정하게 하는 게 더 현명하다 생각하는 어른들에게 오히려 펭수와 같은 거침없는 솔직함에 대한 갈증이 더 많지 않을까 싶다.



만약에 내가 퇴근시간에 용기 내어 펭수처럼 '저 가도 될까요? 저 퇴근해야 합니다.'라고 했을 때 상사의 답은 '그래. 내가 아주 평생 퇴근하게 해 줄게'일 것이다. 아마 직장생활을 경험한 분들이라면 100% 공감할 답이다.


이제는 어른들도 배워야 한다. '미덕'만을 강조할 수 있는 사회가 아니므로 10살에 최고의 크리에이터가 되어보겠다고 남극에서부터 헤엄쳐 온 다소 당돌한 펭수도 아는 '예의'는 전 세계적으로 '오천 년의 역사'를 기록한 유일한 나라인 동방의 예의지국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뼛속까지 익혀왔으니 이젠 '솔직함'을 배워나가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이규경 시인의 '용기'를 옮긴다.


넌 충분히 할 수 있어

사람들이 말했습니다.


용기를 내야 해

사람들이 말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용기를

내었습니다.


용기를 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못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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