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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월애 Jun 05. 2020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1을 보내며

짱구의 첫 동심 파괴 드라마...ㅠㅠ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끝이 났다. 이제 목요일 밤에 뭐 하지? 매주 목요일 밤이 되면 짱구와 나는 각종 포털사이트에 올라오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영상을 보며 따라 하곤 했다. 그래서인 이제 짱구는 좋아하는 몇몇 장면의 대사를 외울 정도다. 가끔 혼자서 웃으며 중얼거리길래 자세히 들어보면 재미있었던 장면을 따라 하며 무척 뿌듯해하는  모습이 꽤 귀엽다.  지난주 12회로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끝이 났다는 걸 알렸을 때 어찌나 슬퍼하던지... 그래도 인터넷으로 짱구가 좋아하는 장면은 볼 수 있다는 기쁜 소식과 시즌 2로 내년쯤 다시 할 거라고 이야기했더니 어떻게 내년까지 기다려라며 아쉬워한다.


그리고 오늘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그냥 보낼 수 없는 시청자들을 위한 스페셜이 방영되었고, 역시나 우리는 올라오는 영상을 바로바로 확인했다. 그러다 예상치 못한 짱구의 한마디!

정석이 누구야?
정석!... 이익준 선생님.
이익준 선생님이 정석이야?
응. 이익준 선생님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이름이고 진짜 이름은 조정석이야.
그럼 채송화 선생님도 진짜 이름이 아니야?
... 으... 응....


아차! 우리 집은 TV가 없기 때문에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다. 할머니 집에 가야 만화를 볼 수 있고, 평상시엔 주로 뉴스가 틀어져 있으니 짱구가 드라마가 뭔지 알리가 없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인기로 인해 여기저기 '슬기로운'으로 시작하는 문구가 나오면 짱구가 어김없이 '슬기로운 의사생활'인데 라며 바로잡아주곤 했었는데, 짱구는 이제까지 실제로 율제병원이라는 곳이 있고 그곳에 가면 이익준 선생님도, 채송화 선생님도, 김준완 선생님도, 안정원 선생님도, 양석형 선생님도 모두 계시는 걸로 알고 있었나 보다. 이익준 선생님 진짜 이름이 조정석이라는 것을 알고는 얼마나 실망하던지... 한동안 아무 말도 못 하고 많은 생각을 하는지 동공 지진만 일으킨다. 어쩜 좋아... 미안해 짱구야!


극 중에서는 99학번 의대 동기 통칭으로  99즈라고 하는데, 99학번은 실제로 다른 이름으로 불렸었다. 바로 '비둘기 학번' 이건 아마도 그 당시 대학생활을 했던 사람들만 기억할 것이다. 비둘기가 '구구'하고 운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인데 생각만 해도 므흣하다. 드라마를 보며 그시절 내가 즐겼던 음악이 나와 좋았고, 다시 한번 대학시절을 기억할 수 있어서 더 좋았던 거 같다.   


그래서 준비했다. 짱구가 좋아하는 짱구만의 베스트 장면! 두둥...



이 병원 친환경인가 봐!

익순이 병원에 입원했을 때 준완과 익준이 병실에 왔을 때 익순이 티슈로 비둘기를 만들어 날렸다. 오빠인 익준은 부끄러워했고, 처음 본 준완은 슬쩍 웃어줬던 그 장면에서 짱구는 말 그대로 빵! 터졌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하루에 몇 번씩을 티슈를 뽑아가며 우리 집이 친환경인가 보다며 비둘기를 마구 날리고 있다. 짱구야 이제 드라마 끝났으니 비둘기 그만 날리자!



알아! 이번 역은 왕십리 왕십리역입니다.

이른 아침 출근하며 모닝 클래식을 즐기고 있던  석형의 방을 박차고 들어오는 한 사람! 바로 이익준이다. 마침 석형의 핸드폰에서는 비발디 바이올린 협조곡 6번 '조화의 영감'이 흐르고 있었고 익준은 예상치 못한 곡 설명을 한다.

'알아! 이번 역은 왕십리 왕십리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시청, 신천, 성수 잠실 방면이나....'

하필이면 그즈음 학교 개학을 못하여 온라인 수업을 들어야만 하는 짱구의 시간표 중에 참으로 지루하고 재미없는 클래식 음악 수업도 있었는데 그다음부터 클래식 수업만 나오면 자동적으로 나온다. '이번 역은 왕십리 왕십리 역입니다...' EBS 관계자 여러분들 이 자리를 빌려 심심한 사과를 드립니다.



 준완아! 비둘기님한테서 전화 왔어.

'오빠랑 연애하자'라는 명대사를 날리고 익순과 비밀연애를 하는 준완이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이하는데 바로 99즈 5인방이 모두 함께 모인 좁은 차 안에서 블루투스로 연결된 핸드폰으로 익순에게서 전화가 왔으니 가만히 있을 리 없는 친구들이 환상의 호흡으로 비둘기님과의 통화 작전을 펼친다. 그때까지만 해도 재미있게 보던 짱구가 석형이 엄마에게 온 전화를 받고 '엄마! 준완이 여자 친구 생겼는데 이름이 비둘기래. 희귀성이지. 비씨.'라는 말에 아예 바닥에서 데굴데굴 구른다. 성이 어떻게 비씨야! 하면서... 내 아들이지만 가끔은 짱구의 웃음코드를 이해 못할 때가 있다. 짱구야! 그게 바닥을 구를 정도는 아니지 않니?


위에 언급된 영상으로 봐서가 아니라 짱구의 입을 통해 들어 나도 이젠 외워버린 주옥과도(?) 같은 대사들을 되뇌며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끝난 헛헛함을 달래 본다.  소소한 이야기로 채워진 성장드라마라 좋았고, 시즌제라 고 하니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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