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월애 Oct 31. 2020

본캐와 부캐 사이...

페르소나

페르소나 persona

그리스 어원의 '가면'을 나타내는 말로 '외적 인격' 또는 '가면을 쓴 인격'을 뜻한다. 스위스의 심리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은 사람의 마음은 의식과 무의식으로 이루어지며 여기서 그림자와 같은 페르소나는 무의식의 열등한 인격이며 자아의 어두운 면이라고 말했다. 자아가 겉으로 드러난 의식의 영역을 통해 외부 세계와 관계를 맺으면서 내면세계와 소통하는 주체라면 페르소나는 일종의 가면으로 집단 사회의 행동 규범 또는 역할을 수행한다.

지난여름 나와 짱구는 M본부의 예능프로그램을 열정적으로 챙겨봤다. 많은 분들도 그 프로그램을 통해 위로받으셨으리라 생각되는 바로 "놀면 뭐하니? - 싹쓰리 편"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가수 비님의 팬이었다. 비(Rain)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인 무대 위 열정적인 모습이 좋았고, 수시로 옷을 벗어 재치는 바람에 묻혀버리는 그의 퍼포먼스가 안타깝기도 했으며, 급기야 "1일 1 깡"이라는 밈을 만들어내고야 말았다. 처음 비가 혼성그룹의 멤버 후보로 언급되었을 때 내심 안 나왔으면 했다. 또 뭐랄까? 결과가 좋지 않을 거라는 걱정이 앞섰다고나 할까?


그런데 감사하게도 기우였고, 싹쓰리에서의 비는 아니 비룡은 상상조차 못 한 캐릭터로 완성되었다. 비는 무대 위 카리스마 넘치는 퍼포머(performer)라면 싹쓰리의 비룡은 그룹 내 막내이자 천덕꾸러기였다. 그리고 그전까지는 상상이 잘 안되었던 천덕꾸러기 이미지가 비룡이라는 부캐를 얻으며 몸에 잘 맞는 옷으로 입혀져 많은 사랑을 받게 되었다.


그렇다. 요즘 부캐가 유행이다. 문득 왜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겼고 페르소나까지 이르게 되었다. 페르소나... 처음 이 단어를 접했을 때 조금은 막연하지만 나 또한 그러하듯이 많이 이들이  추구하는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나'가 아닌 '부캐'라는 이름의 '가면을 쓴 인격'은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좀 더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아무튼 나의 월드스타 '비'는 짱구에게 싹쓰리의 막내 '비룡'으로 재미있기도 하지만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는 유명한 사람이 되었다. 불리는 이름은 다르지만 같은 사람을 좋아하니 가끔 차에서 싹쓰리의 음악을 같이 들으며 내가 비룡을 비라고 부르면 짱구는 사람의 이름을 왜 잘 못 부르냐며 짜증을 낸다. 짱구는 무대 위에서 멋있기만 한 비보다 재미있고 천덕꾸러기인 비룡이 더 좋다며 우리 동네에 있는  '비룡 태권도' 차량을 만나면 그렇게 반가워한다.


이쯤 해서 교통정리를 할 필요를 느껴 짱구를 붙들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짱구야! TV에 나오는 연예인들 중에는 본인의 이름을 안 쓰고 다른 이름을 쓰는 사람이 많아. 
왜?
글쎄.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짱구가 좋아하는 방탄소년단도 뷔, RM, 제이홉, 슈가는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이 아니라 다른 이름이잖아.
정말?
그럼. 
그런데 왜  다른 이름을 써?

또 삼천포로 빠지기 시작한 느낌이다. 모두 내 잘못이다.

왜냐면 뷔 형아 알지? 뷔 형아가 방탄소년단에서 노래 부를 때는 엄청 멋있잖아. 
응. 무대 천재래. 뷔 형아는.
그렇지. 그런데 뷔 형아가 평소 모습은 엄청 순둥이래. 그래서 별명도 곰돌이래.
정말?
그렇데. 뷔일 때는 무대 천재고, 평소 김태형일 때는 곰돌이고. 그래서 유명한 사람들은 다른 이름을 쓰기도 하는 거야.

내가 말하면서도 이게 맞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짱구에게 연예인들이 예명을 사용하는 이유는 납득이 된 거 같다...라고 생각했지만 역시나 삼천포로 빠졌다.

나도 뷔 형아 순둥이 모습 볼래!

내가 뷔 순둥이 모습을 어떻게 보여주냐? 그냥 주섬주섬 주워들은 건데... 역시 좋은 예는 아니었던 거 같다.



급기야 짱구에게 요즘 유행하는 부캐에 대해서 설명을 해줘야 했고, 우리의 이야기는 완전히 삼천포로 빠졌다.

  

엄마! 그럼 엄마도 부캐를 정해.
엄마도?
웅. 난 블랙캣 할 테니까, 엄마는 레이디 버그해.
레이디 버그랑 블랙캣은 영웅이라서 부캐랑은 거리가 먼데?
난 블랙캣이 좋단 말이야. 그러니까 엄마가 레이디 버그 해.


답정너다. 역시 짱구와 페르소나를 논하기는 아직 힘든 거 같다. 비록 납득시키지는 못했지만 가끔 내 마음의 페르소나가 궁금하기는 하다. 사람들을 만날 때 혹은 장소와 상황에 따라 그리고 짱구의 짱구력이 상승할 때나 마음껏 짜증을 부릴 때 다른 순간순간의 정체성에 가끔 놀라기도 하고 점점 그런 정체성에 적응해가기도 한다.  문득 짱구가 생각하는 나의 '본캐'와 '부캐'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레이디 버그 말고 말이다.


                                                                                                                                                                                

이전 07화 홍길동전을 읽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