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에 의욕이 안나는 '정신 운동 지체'

3회기 | 우울증이 심하면 머리가 나빠질 수 있다

by 차원

※ 이 글은 심리상담을 받으며 쓴 기록입니다. 실제 상담 내용을 일부 편집해, 한 회기씩 연재하고 있습니다.


1회기 상담 <고도로 우울한 33세, 내 인생 첫 심리상담​>

2회기 상담 <제가 알코올 중독이 아니라구요?​>





3회기 상담 때는 서울시에서 지원한 간이정신진단검사(KSCL95)와 함께 TCI 기질/성격 검사, 그리고 MMPI 검사에 대한 결과가 나와서 그 검사 결과에 대한 내용이 많습니다. 개인적이고 긴 내용이지만 맥락 이해를 돕기 위해 많은 부분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3회기 상담내용



상담자 | 안녕하세요. 제가 지난 시간에도 말씀드렸지만 늦지 않고 시간 내로 오시려고 하는게 너무 힘든 일이라는 걸 잘 알아서 제시간에 오려고 노력하시는 거에 항상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내담자 | 네, 지난달 개인적인 목표였는데 어디든 늦지 않고 약속을 끝까지 지키는 게 매번 쉽지만은 않네요.


상담자 | 그렇죠. 늦고 싶지 않죠. 내 몸이 내 말을 안 듣는 이 느낌이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기 정말 어려워요. 근데 원래 내 몸은 내 말을 안 듣거든요. 몸과 마음이 접촉이 잘 돼 있으면 잘 알아채는데 보통 잘 알아채지 못하죠.


간이정신진단 검사 내용


상담자 | 네. 지난번에 말씀드렸던 간이 진단 검사 결과 한번 같이 볼게요. 지금 약간 문제가 있는 게, 우울이 높아요. 75점, 상당히 높은 거거든요. T분포라서 100 분위로 하면 75%가 아니고 한 92~93% 이렇게 되는 거거든요.


상담자 | 이거 검사하실 당시에 우울을 많이 느끼고 계시고, 또 하나가 강박 성격과 강박증이 같이 올라가 있어요. 강박 성격은 오래된 성격인데, 그게 뭔가 집착하고 뭘 하려고 하는 거예요. 불안도 함께 높은데, 불안은 ADHD라서 높은 분도 있는데 강박증 때문에 높은 분도 있어요. 뭔가 완전하지 않은 것 같고 불안전한 것 같고. 일단 강박은 불안과 연결해서 봐야 되거든요. 그래서 불안이 높을 때 불안을 관리하는 방법 중에 하나가 강박증이에요.


상담자 | 또 여기 보면 조증 있잖아요. 조증은 뭐냐 하면 우울증과 반대로 조증은 신나서 뭘 하려고 하는 거예요. 근데 우울증도 높고 조증도 높게 나왔어요. 혹시 조울증이라고 혹시 아세요?


내담자 | 네 왔다 갔다 하는 거요.


상담자 | 그런데 상담하면서 봤을 때는 조울증은 아니신 것 같아요. 제가 만나본 분들은 처음에 우울증으로 왔다가 상담을 조금 하다 보면 조증이 나타나면서 제가 그때 알거든요. 그분들의 느낌과는 조금 달라요.

어떤 불편한 불안을 처리하려고 조증을 사용하시는 것 같아요. 띄워서, 기분을 신나게 해서. 그래서 조증 상태에 놓일 때는 내가 원하는 대로 되는데, 우울증으로 빠지면 내가 원하는 대로 내 몸이 안 돼서 어려움을 있는 거 같아요. 이 사이클을 좀 살펴봐야 될 것 같다, 이런 마음이 좀 들기는 했어요. 조울증이 있으면 많이 힘들어요. 일관성이 없어지니까 사람이 되게 힘들어지거든요.


상담자 | 또 여기 보시면 중독 있잖아요. 중독도 불안을 다루는 하나의 방법이거든요. 그러니까 뭔가 몰입을 해버리는 거예요. 그것도 좀 자극적이고 그래서 거기 몰입해서 자기 불안을 다스리려는 게 보면 ADHD 있는 분들은 보통 불안이 높게 나오지는 않거든요. 왜냐하면 그게 불안한지 몰라요. 그래요. 그래서 굉장히 좀 마음이 단단하고 콘크리트 하다고 표현하는데 그러니까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 같은 모습이 많이 나타나거든요.

근데 HSP 중에 ADHD처럼 나타나는 분들은 이렇게 좀 좀 스펙터클 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앞으로 천천히 살펴볼게요. 그리고 보시면 충동, 스트레스의 취약성이 있잖아요. '낮은 조절력'이 나오는데 이 경우에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가 있고, 불안의 양이 있는데 불안의 양이 크면 통제를 하기가 어려워요.


상담자 | 이럴 경우에는 '낮은 조절력'처럼 나오는데 조절력이 낮은 게 아니고, 조절력은 남들과 비슷한데 불안이 상대적으로 높은 거예요. 우리가 캐리비안 베이 가면 파도가 큰 거 올 때, 작은 거 올 때 있잖아요. 불안이 파도의 영향이고 그걸 견디는 건 나의 힘이에요. 파도가 크면 아무리 버텨도 영향이 커지잖아요. 그래서 내가 남들보다 조절력이 낮다가 아니고 내가 남들보다 큰 불안이 있구나 이렇게 볼 수 있어요.


간이 정신진단검사 결과
: 우울, 강박, 조증, 중독, 불안이 높다!





MMPI 검사 결과


상담자 | 여기부터는 MMPI라고 이게 병원이나 상담센터에서 가장 많이 쓰는 검사고요. 보시면 이게 검사를 제대로 했는지 보는 타당도 척도인데, 적절하게 자기 방어를 잘하세요. 그리고 자기를 약간 겸손하게 표현하시고, 딱 보면 좋은 이미지예요. 사람들한테 좀 좋은 호감을 주는 정도, 잘난 체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주눅 들어있지도 않고. 좋은 느낌의 그런 태도를 보이고요.


상담자 | 우울은 낮게 나왔는데 건강 염려증이 낮게 나오는 건 자신의 몸에 대해서 지나치게 신체자극을 무시하는 것일 수 있어요. 그러니까 아파도 아픈 줄 모르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이 아픈 걸 잘 이해하지 못하는 그런 모습일 수 있어요. 나머지들은 건강하게 잘 유지가 되고 있고요. 그다음에 제일 문제가 되는 게, 뚫고 나왔죠. 불안이거든요. 불안만 확 올라가 있는 상태여서 불안이 현재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아요. 불안은 두 단계로 해결할 수 있거든요.


상담자 | 첫 번째 알아차리는 거 두 번째 알아차리고서 견디는 거예요. 그리고 불안할 때 주위를 돌리는 거. 견디라는 것은, 우리가 PT 할 때 처음에 5kg 아령 들다가 나중에 10kg 아령을 들잖아요. 천천히 밑에서 올라가듯이, 상담할 때 불안한 감정을 경험하고 머물라고 하거든요. 견디는 거예요. 알아차리게 되고 견디다 보면 처음에는 5kg의 불안밖에 견딜 수 없었는데 나중에 10kg의 불안을 견딜 수 있어요. 이게 장시간에 걸쳐서 하는 작업이거든요. 너무 큰 불안은 주위를 돌리고 그런 방법을 사용하기도 해요. 그래서 그런 방법을 상담하면서 연습하시면 상담이 끝난 이후에도 조절이 잘 되시고 그러시지 않을까 싶어요. 이쪽 장에서도 의기소침과 불안이 많이 올라가 있어요.

상담자 | 의기소침은 자기가 자신의 상태를 알고 위축돼 있다는 뜻이거든요. 그리고 이 불안 때문에 이렇게 의기소침해 있고. 내 나와바리라는 표현 아세요? 보통 이제 강아지들이 자기 집에 있을 때는 짖는데 밖에 나가면 안 그러잖아요. 이것처럼 자기 영역이 아닌 밖에서 있다는 뜻이거든요. 그래서 많이 위축돼 있는 거예요. 이 불안과 위축이 현재 차원 씨의 삶을 제대로 못 살아나가게 하는 브레이크 역할을 하고 있는 거예요. 스트레스를 받을 때 문제 생길 수 있는 부분이, 통제가 잘 안 되고 불안이 높아지는 게 좀 있으세요. 그러니까 통제가 안 되는 불안을 느끼면 내가 견딜 수 없이 화들짝 놀라고 압도당하게 되는 거예요.


상담자 | 무서운 개가 딱 나타나면 어른들은 살펴보고 있는데 애들은 난리가 나잖아요. 그런 것처럼 본인을 약하게 느끼고 그러면 통제가 잘 안 되는 불안에 대해서 자신을 컨트롤할 수 없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우울이 참 많이 보여요. 강박증도 올라가 있고요. 직업적 곤란도 살짝 있네요. 일을 하시는데 현재 좀 어려움이 있으신 것 같아요. 직업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내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아,라는 저번에 말씀하셨던 것들이 좀 반영된 것 같고요. 그래서 다행스러운 게 자기 조절이 자아 강도라고 해서 스트레스를 내가 얼마나 견딜 수 있나 하는 건데 이 수치는 괜찮아요. 평균선에 머물고 있어요. 이게 너무 낮거나 너무 높으면 안 되거든요.


상담자 | 너무 낮으면 휘청휘청 거리고 너무 높으면 뚝 부러지거든요. 지배성도 괜찮아요. 남을 지배하려고도 하지 않고 지배도 잘 당하지 않고. 사회적 책임감도 높아서 사회적으로 적절하게 하려는 부분이 크네요. 차원 씨가 인간으로서는 괜찮은 상태인데, 감정이나 불안을 처리하지 못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표현하면 맞을 것 같네요.


상담자 | 여기 보시면 유독 높게 나온 부분이, 정신 운동 지체라고 나왔잖아요. 이 정신 운동 지체가 뭐냐 하면 우울증에 단계가 좀 있는데요. 처음에 주관적 우울감이 생겨요. 초기 우울증에 그래서 근데 기분만 안 좋고 내가 뭘 잘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게 우울증이 오래되면 정신 운동 지체 상태가 좀 돼요. 어떻게 되는 거냐면, 내 머리가 안 돌아가고 내 몸이 안 좋아요.


상담자 | 정신 운동 지체인 내담자를 한번 만났는데 제가 전에 고용센터 상담실에 있었는데 이제 고용센터에서 딱 들어와서 상담실까지 가는 그 거리를 그분이 엄청 천천히 걷는 거예요. 그전에는 이분이 빨리빨리 걸어 다녔거든요. 천천히 걷고 있는 거 알았냐 했는데 몰랐대요. 회사에서 사건이 있었는데 그때 자기 주관적 우울감이 너무 심해서 약을 먹어야 되나 말아야 되나 하는 상태에서 정신 운동 지체가 나타나신 거예요. 그때는 약 먹어야 된다고 했거든요.


상담자 | 이게 오면 공부를 못해요. 괜찮은 척도 못하고, 몸도 내 마음도 느려져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막상 내 몸과 마음을 내 뇌의 속도가 따라가지를 않아요. 만성 우울 상태라서 마음먹은 대로 잘 안 되실 것 같아요. 만약에 수험생이 이러면 비상한 상황이에요.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상태. 지금 약물 보면 우울증 약도 드실 것 같은데 맞나요?


내담자 | 네 말씀드렸던 브린텔릭스가 우울, 불안이랑 인지장애 개선 이런 거라고 해서 그거를 먹고 있어요.


상담자 | 그렇군요. 또 높게 나오는 게 자아통합 결여 부분인데요. 이게 뭐냐면 독특한 사고를 하거나 나 자신에게 혼란감이 있는 걸 말해요. 이걸 정확히 표현하면 조현병 척도거든요. 그렇다고 이게 올라간다고 조현병은 아니고요. 남들과 좀 독특한 사고를 가지거나, 아니면 심리적으로 혼란할 때 내 마음이 내 마음 같지 않아서 갈등이 있고 혼란스러운 상황이에요. 그러니까 사람은 여러 개의 자아가 있는데 이게 통합이 되지 않고 이럴 때 나 같지 않은 거예요. 다중 인격은 아닌데 그런 것처럼 내가 내 마음을 잘 모르겠고 이 마음은 이쪽으로 향하고 또 이 마음은 저쪽으로 향하는. 어느 쪽으로 가야 될지 몰라서 혼란감이 잘 생기는 그런 느낌이라고 보시면 돼요.


상담자 | 밑에 하나 낮은 자기 개방이 높잖아요. 낮은 개방이 높다는 거는 나를 오픈하는 게 두려운 거예요.

자기 개방이 이렇게 높은 분들은 상담에서도 조심스러워서 말씀 잘 안 하세요. 자기 얘기 잘 안 하시거든요. 근데 말씀 잘하셔가지고 이 모습은 잘 모르겠거든요. 그런데 아마 밖에서 사회생활할 때는 자기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게 두려워서 말씀을 잘 안 하시는 것 같네요.




TCI 기질/성격 검사


상담자 | TCI 기질 및 성격 검사인데 여기 보면 기질이 자극 추구, 위험 회피, 사회적 민감성이 기질이에요. 자극 추구가 높고 위험 회피가 낮아요.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신나고 싶은 마음이 있거든요. 사회적 민감성이 그렇게 낮지는 않아요. 그래도 적절히 유지가 돼서 다행이에요. 보통 ADHD 분들이 자극추구 높고요. 위험회피 낮고 사회적 민감성이 낮아요. 아주 낮거든요. 그래서 타인의 어떤 내가 이 모습이 적절한가 부적절한가 생각을 못해서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거든요.


보시면 자극 추구가 높고 위험 회피도 낮아서 할 건 하는데, 그래도 사회적 민감성이 유지가 되기 때문에 적절하게 조절하고 계시는 중인 걸로 보여요. 진짜 ADHD들은 본인이 괴롭지가 않아요. 옆 사람들이 괴롭지. 근데 본인이 괴로우신 상태. 이렇게 보고요. 그리고 이제 인내력도 적절해요. 본인이 인내력 굉장히 낮다고 생각하시는데 인내력은 괜찮아요. ADHD 인내력 진짜 낮거든요. 사실 근데 그렇지는 않아서 제가 일반적인 ADHD가 아니고 HSP 쪽에 가까운 ADHD로 보인다고 했는데 그것과 좀 비슷하신 것 같아요. 그래서 하여튼 본인이 HSP라고 생각하시면 되지 않을까.


상담자 | 그리고 이제 성격은 자율성, 연대감, 자기 초월이에요. 안타까운 게 자율성이 14로 나와요. 자율성은 스스로 내가 뭘 하는 거에 관한 건데, 이게 낮으면 스스로 자기를 못 믿는 거라고 볼 수가 있어요. 자기랑 관계가 안 좋은 거라고도 볼 수 있고요. 또 연대감도 낮은데 타인을 믿고 함께하고 싶은데, 그것도 낮아요. 타인도 잘 못 믿겠고. 자기 초월이 71이에요. 자기 초월이 뭐냐면 환경과는 사이가 좋아요. 자기 초월이 낮은 분들은 엔지니어/ 운동선수/ 공무원 이런 걸 하고요. 높은 분들은 예술가/ 철학가/ 상담사/ 심리학자 이런 걸 보통 하거든요. 자기 초월이 높다는 건 개방되어 있다는 건데, 세상에 대해서 개방돼 있고 열려 있는 마음이 있어요. 그런데 자기 자신과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굉장히 낮은 상태를 보이고 있네요. 안타까운 부분이에요.


내담자 | 이게 바뀔 수 있나요?


상담자 | 그렇죠 원래 기질이나 성격은 바뀌지 않는다라고 많이 하거든요. 처음에 이렇게 나왔는데 막판에 상담이 끝날 때 보면 다른 모습들이 나오는 경우를 자주 봤어요. TCI가 투사적 검사가 아니라 자기 보고식 검사이기 때문에, 자기가 인식하는 대로 나오는 거라 나중에는 바뀌는 것 같아요. 상담을 하면은 첫 번째로 자율성이 높아지고요. 두 번째는 연대감이 좀 높아져요. 나를 신뢰하면서 남과 더 잘 지낼 수 있게 됩니다.


내담자 | 그랬으면 좋겠네요.


상담자 | 네 그렇게 되실 수 있어요. 그리고 이걸 통해서 기질 유형이랑 성격 유형이 나와요. 기질 유형은 기회주의적 자유주의적인데요. 기회주의적인 말이 좀 그런데, 뭔가 성공하고 싶고 잘하고 싶고 자유롭고 싶고 얽매이기는 게 어렵고 그런 거예요. 파란 글씨는 내가 상태가 좋을 때 빨간 글씨는 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예요. 혹시 이거 읽어보셨어요? 네 파란 것과 빨간 것 중에 어느 것이 더 맞는 거 같아요?


기질유형 결과.. 기회주의적-자유주의적.


내담자 | 둘 다 많다고 생각했어요.


상담자 | 사실 이게 같은 말이거든요.

진취적이고 순발력이 있으며 자기주장과 입장이 분명함, 이 말과 자기중심적이고 기회주의적이라는 인상을 줬다. 같은 모습인데 어떨 때는 긍정적으로 보일 수도 있고 어떨 때는 부정적으로 보일 수도 있어요. 그럴 때 자기중심적이 되는데 어떨 때는 이 모습이 자기주장을 잘한다 이렇게 보이거든요. 두 개가 같이 나타난다는 건, 자기 일치감이 좀 생기면 긍정적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 자기가 불안이 높아질 땐 부정적으로 표현되는 거예요. 불안의 유무나 크기에 따라서 이게 왔다 갔다 할 것 같아요. 그러면 무엇이 있을 때 불안을 느끼는지를 살펴보면 좋을 것 같네요.


성격 유형. 비조직화된 - 분열형;;


상담자 | 성격은 비조직화된 분열형 성격인데요. 이 비조직화된 이라는 건, 느낌과 감정을 따라가서 논리적이지 않은 부분이 많은 거 거든요. 사람들은 맥락을 이해하잖아요. 맥락을 이해하려고 할 때 감정을 따라가면 맥락에서 벗어나게 돼요. 예를 들면 선풍기를 틀어놓은 걸 보고 너 왜 선풍기 켰니 하면 더워서요, 이렇게 해야 되는데 그냥 선풍기 바람이 좋아서요 이렇게 말한다든가 바람이 좋다라고 느낄 수 있는 거죠. 그래서 맥락에서 벗어나서 감정에 따라 행동하는 거예요. 근데 불안은 감정에 영향을 주거든요. 그래서 심해질 수가 있죠. 맥락을 벗어나게 돼서 나에게든 남에게든 논리적인 설명이 어려워진다고 볼 수 있어요.


상담자 | 분열형은 좀 더 극단적인 건데 독특해서 남들이 사차원이라고 느낄 수 있는 그런 성격을 이제 분열형 성격이라고 얘기해요. 여기까지 결과에 대해 설명은 다 드렸고요. 궁금한 거 있으세요?


내담자 | 이 결과 유형 설명을 언니한테 얘기했더니 한 줄 한 줄 다 저라고 하더라고요.


상담자 | 파란 줄 아니면 빨간 줄이요?


내담자 | 둘 다, 전부 다요. 그리고 지금 예시 들어주신 것들이 저 같다는 느낌도 많이 들거든요. 어릴 때도 많이 들었고요. 학창 시절에도 친구들이 넌 사차원이다 하는데 어떻게 보면 제 자신이 뭔가 특이하거나 특별하고자 하는 욕망? 그러니까 관심받고 싶어서 어릴 때는 특이한 행동 할 때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이것이 내 성격인 건지 아니면 이 성격을 가지고 싶어서 꾸며내는 건지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심 이런 것도 있었어요.


내담자 | 그리고 말씀하셨던 정신 지체 운동이라는 걸 최근 많이 느끼고 있어요. 모든 것에 의욕도 덜 생기고. 근데 아침에 못 일어나고 이런 것들이 진짜 거의 대학교 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더 올라가면 고등학교 3학년에서 대학교 1학년쯤부터 만성적으로 시작된 것 같아요.


내담자 | 그러다가 최근에는 더 이상은 안 되겠다는 마음에 병원에도 갔던 거고요. 분열성 성격이라는 것도 제가 자기 의심도 많다 보니 현실이랑 점점 유리감이 들고 이런 게 확실히 느껴진 것 같긴 하거든요. 한 1~2년 사이는 그래요.


상담자 | 그래서 많이 힘들었겠네요.


내담자 | 좀 이렇게 내가 자꾸 멍청해진다 이런 느낌이 들고 그게 너무 싫은 싫긴 하더라고요.


상담자 | 너무 속상하죠. 근데 이게 멍청해서 그런 게 아니고 정신 운동 지체가 나타나면 그렇게 보여요. 자기 자신도 실제로 그렇게 느껴지는데, 정신 운동 지체가 나타나면 지능이 떨어져요. 그게 실행력, 행동력 다 떨어지고 지능도 떨어지고. 그래서 내가 바보 같고 멍청해갖고 이렇게 계속 자기를 비하하게 되고 자책하게 되죠. 아파서 그런 건데.


내담자 | 너무 놀랍고 충격적인 것 같아요. 뭔가 지능이 떨어진다는 것 자체가.


상담자 | 그래서 업무 성과를 못 내고 그래요. 근데 이게 사람들이 이제 그런 걸 모르니까 쟤 좀 문제 있는 거 아니야 말을 왜 못 알아듣냐 막 이런 식이면 큰 좌절을 느끼게 되죠. 내가 만약 코로나 걸린 상태면 일도 잘 못하잖아요. 우울증에 대해서는 그게 안되니까 많이 곤란하고 또 혼란스럽죠.


내담자 | 이게 제가 가지고 있던 우울 중에 좀 좀 뿌리 깊은 게 하나가 있는데요. 뭐냐면은 한 살 차이 나는 언니가 있는데 지금은 사이가 좋거든요. 어릴 때 언니가 저보다 키도 엄청 크고 덩치도 컸어요. 저는 되게 말랐고 키도 작고요. 근데 제가 중학교 2학년 때 살이 쪘어요.


내담자 | 되게 말랐다가 이제 적당히 찐 정도. 그러니까 친구들은 아무 말도 안 하는데 언니는 같이 사는 사람이니까 하루 걸러 하루마다 너 이제 안 말랐고 너 이제 뚱뚱하고 너 이제 뭐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저한테는 그게 다 사실로 받아들여졌던 거예요.


상담자 | 내 편인 줄 알았던 가족이 그런 얘기를 하면 더 마음이 크게 상처를 받죠.


내담자 | 네, 근데 그때는 언니가 하는 말이 전부 다 맞는 말로 들려서, 저한테 살쪘다고 하면은 이제 모든 사람이 나를 살찌고 살쪄서 나는 비난받는 사람 이렇게 돼버린 거예요. 그래서 방학이 끝나고 이제 학교 나가면은 다 나 살쪘다고 뭐라고 하겠지 이러면서 걱정하고 무서워하고.


내담자 | 그러다 나중에는 살이 트게 됐는데 그때부터는 반바지나 치마도 못 입는 사람이라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대인기피증 비슷한 거를 겪었어요. 살이 빠지면 또 활발하게 지내다가 살이 찌거나 찔 것 같으면 잠적하고 그랬어요. 제가 막 토를 하고 이런 폭식증까지는 아닌데 그냥 막 감당할 수 없이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막 이제 먹어버리는 그런 습관이 있었거든요.


상담자 | 감정이 통제 안 되게 걱정적로 일어나면 통제가 안 돼서 먹어요.


내담자 | 맞아요. 확실한 거는 제가 뭔가 배고픈 게 아닌데도 그냥 이 정신적 허기 같은 것 때문에 먹게 되더라고요.


상담자 | 그걸 아시네요. 굉장히 민감한 편이에요. 그걸 아는 사람들은 상담사 정도밖에 없거든요. 근데 그걸 알고 계시네요.


내담자 | 알아도 컨트롤은 또 안 되니까.


상담자 | 그렇죠 컨트롤 안 되죠. 그 허기가 너무 무서워요. 정서적 허기, 대상에 대한 허기를 느낄 수 있어요. 신체적으로, 정서적 허기를 느끼는 뇌의 부분과 배고플 때 느끼는 부분, 목이 마를 때. 똑같아요. 그래서 정서적 허기를 느끼면 같은 곳들이 자극되니까 먹게 되고 그렇죠. 먹어서라도 견뎌야 돼요. 이 공허감에 대한 아픔은 사람을 묵직하게 누르는 게 정말 고통스러워서 통제가 잘 안 돼요. 많이 고생했네요. 근데 하나 살펴볼게요. 언니가 왜 그랬대요?


내담자 | 근데 언니는 정말 저랑 성격이 달라요. 저처럼 예민하지도 않아서.


상담자 | 언니는 좀 통통하고 그랬다면서요. 키도 크고 덩치도 있고.


내담자 | 그러니까 언니가 시샘을 했던 것 같아요. 그 당시에는.


상담자 | 어떻게 아셨어요?


내담자 | 이제 이런 얘기를 사실 깊은 관계 맺었던 친구들한테는 말을 했었거든요. 그때는 그렇게 얘기하는 거예요. 야 그거 너에 대한 자격지심이다 이런 식으로. 근데 언니는 뭔가 항상 이제 자기가 좀 옳고 하니까.


상담자 | 옳아야만 하는 거죠. 옳고 하니까, 가 아니고 옳아야만 하는 거예요. 그게 자신의 열등감이라든가 자기 낮은 자존감을 보상해 주는 존재. 어릴 때 동생이 예쁘거나 날씬하거나 자신보다 낫다고 생각되면 자기도 모르게 열등감을 갖고 질투를 하게 돼요. 그러니까 동생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도 있지만 신나는 마음도 들어요. 자기가 예뻐진 건 아니고 동생이 좀 안 예뻐진 거에 대해서 질투하게 되고 좀 그런 표현인 것 같아요. 아이 때 그런 경우가 종종 있어요.


상담자 | 그러면 이제 우리가 살펴봐야 될 건, 언니가 나 질투해서 저러는 거네 하면 이게 내가 책임지지 않아도 되고 언니한테 책임을 물리면 되거든요. 근데 언니의 말이 맞고 내가 틀렸어, 그러면 그 책임을 내가 다 내가 져야 돼요. 그럴 수가 없죠. 참 많이 어려웠겠네요.


내담자 | 요즘도 쉽진 않은 게, 활동하는 운동 모임이 있어요. 거의 1년 정도 이제 돼가는데 최근에 또 제가 살이 찐 거예요. 근데 오랜만에 나가면 그 살찐 거에 대해 너무 과도하게 의식하게 돼요. 저 사람이 나 살찐 거 눈치챘을까 이런 식의 생각을 하느라고 소통이 좀 어려울 정도예요. 그런 스트레스에 말 그대로 압도돼 버려 가지고 어떤 관계를 맺는 게 너무 힘들어져요. 근데 그게 시시각각으로 느껴지니까 마음이 편한 적이 없달까요. 살이 좀 덜 쪄도 신경 쓰이고 찌면 거기에만 온통 신경 쓰이고.


상담자 | 지금 저희가 시간이 다 돼서 이 부분을 살짝만 좀 얘기를 좀 해볼게요. 내가 살이 찌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 것 같아요? 나에 대해서 어떻게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생각할 것 같아요?


내담자 | 먹는 걸 좋아하고, 통제 못한다고 볼까 봐. 왜냐하면 제가 실제로 통제를 못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저의 그런 모습을 분명 남들이 다 알 순 없는데도 다 알고 있을 것이다라는 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아요.


상담자 | 살이 쪘다는 걸 다른 사람들한테 들키는 거네요. 먹는 거 좋아하는, 통제 못하는 사람으로 들켜버린 것 같은 마음이 드니까. 사람들이 그걸 모르는데 어떻게 알 거라고 생각하세요?


내담자 | 약간이라도 좀 예민한 사람이 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냥 넘어가지만 단 한 명이라도 알게 되면 신경 쓰이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만큼 남들도 민감할 거라 생각하나 봐요. 그리고 실제로 살이 찌면 얼굴에 쪄서 티가 많이 나거든요.


상담자 | 그 얘기를 들으니 너무 마음이 안타까웠고요. 제가 희망을 드릴 수 있는 건 이거 같아요. 그러니까 상담은 뭐냐 하면 내가 수용할 수 있는 건 수용하고 바꿀 수 있는 거는 바꾸는 거거든요. 신체적인 걸로 따지면 차원 씨가 나 여자 싫은데 남자 할래요 하면 남자는 할 수 있잖아요. 수술하면 되니까.

그런데 심리적으로 내가 수용해야 되는 부분들이 있어요. 저도 정서적으로 진짜 민감하거든요. 신체자극도 민감해요. 이런 게 너무 힘들어요. 그런데 섬세하고 민감한 부분, 그런 성질 때문에 제가 상담을 할 수 있는 거거든요. 그거 못하면 상담 못 해요. 못하면 어떤 걸 느끼시는지를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제가 그래서 이런 것들을 수용해야 돼요. 수용해야 될 부분을 수용하고 성장해야 될 부분들은 성장해야 돼요. 나 살쪘다고 내가 뭐 어때서. 그래 이 정도면 이쁘지.


상담자 | 살이, 수치감이랑 연결되어 있어요. 내가 통제 못하는 나의 모습이랑 연결돼 있어서 그런데 그냥 살이 튼 거예요. 사춘기 때 많이 트거든요. 살이 튼 거는 튼 건데, 이 모습이 통제 못하는 나와 연결되면 수치스럽거든요. 살이 튼 건 튼 거고, 통제 못하는 건 통제 못하는 거지. 내가 만약 술을 마시면 활달해져요. 그게 마냥 통제 못하는 애가 아니고 내가 내 자신에 충실해, 이렇게. 자기에 대한 이미지가 바뀌어서 수용할 수 있는 건 수용하고, 바꿀 수 있는 건 바꾸고. 그렇게 되면 자신에 대한 수치감이 좀 줄어들면서 나로서 편안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고양이가 개처럼 살려고 그러면 얼마나 힘들겠어요. 고양이는 고양이로 살아야죠. 근데 고양이는 고양이대로 이쁘고 개도 개 나름대로 이쁘잖아요. (그렇죠) 네 그거거든요.

상담자 | 그 제가 이름을 까먹었는데 어떤 강아지는 활동량이 너무 많은 강아지야. 하루에 두세 번씩 산책을 해야 돼. 근데 그 주인이 그걸 알고 키우잖아요. 모르고 키우면 안 되거든요. 걔가 이제 안 움직였으면 걔 아픈 거예요. 큰일 난 거예요. 이제 그러니까 걔는 그런 개고, 조용히 집에 있는 강아지도 그런 성격을 가진 강아지일 뿐이잖아요. 그것처럼 강아지도 성격이 다 다르듯이 자신의 모습대로 사는 거. 그게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거. 그런 것들을 확인해 가시면서 자기 방어도 할 수 있게 되면 참 좋겠네요.

오늘 상담 여기까지 해야겠어요. 오늘 상담 어떠셨어요?


내담자 | 좋았습니다.


상담자 | 좋으셨어요? 어떤 게 좋으셨어요?


내담자 | 검사 해석도 들을 수 있어서 좋았고, 또 제가 하는 말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냐고 하시는 게 사실 '어떻게 느끼긴요?' 막 이런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그냥 당연히 싫지 막 이런 식으로. 근데 깊게 생각해 보는 건 단 10초조차도 안 했었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상담자 | 겁나고 무섭고 두려우면 안 하게 돼요. 오늘 상담에서 알게 된 이 불안이 무슨 불안일까. 타인의 시선에 대한 불안인 것 같다. 타인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그게 좀 심한 것 같아요) 그 부분에 대한 상담을 계속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오늘 여기까지 할게요. 다음 주에 뵐게요.


내담자 | 네 감사합니다.






3회기 에필로그


인간은 풀리지 않은 숙제를 계속 가지고 산다 했던가. 내게는 만성적 우울이 가져온 정신운동지체가 그 숙제의 실마리가 된 것 같다.


"나는 좀처럼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다"

"나는 흥미 있던 것에 예전만큼 열정이 있지 않다"


이런 질문들에 매우 그렇다 라고 답변했던 것들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놀랍게도 저 상태로 대학도 가고 회사 생활도 하고 살아왔다. (불행 중 다행인 건 매사에 의욕이 없고 멍해지던 심한 정신운동지체는 대학 이후에 온 것 같다.) 가까스로 살아졌고 살아내 왔던 것 같다. 그래도 아예 세상과 단절되지는 않은 채 정상 범주라는 것에 바지끄덩이 잡듯 매달려 있던 것 같다.

만성적 우울과 불안, 강박, 조증, 무엇 하나 빠짐없이 다 가지고 있었다는데(!) 각각이 전부 동일한 무게로 나를 힘들게 한다기보다는 어떤 심리적인 요소 일부가 정신건강 이곳저곳에 영향을 미치는 느낌이다. 어릴 때 그것을 vicious cycle이라고 명명한 적도 있다. 예를 들면 살이 쪄서 우울해지고 밖에 나가면 불안해지고 먹는 것에 강박이 생기고, 다시 살이 빠지면 좋아서 흥분하고 그런 것들. 좋든 싫은 오래 저것들과 살아온 터라 이미 익숙해져 있는 그런 상태였다. 과거 얘기를 꺼내서 그때 그 부당함에 저는 이랬어요. 하면서 나의, 딱히 자랑스럽지 못한 대처를 얘기하면 선생님은 그게 나를 살린 거라고 말씀해 주셨다. 3회기 상담으로부터 현재 반년 정도 지난 상태인데, 어디가 어떻게 괜찮아진 건진 몰라도 정신지체운동만큼은 줄어들었다.

상담은 체험이자 반복경험의 누적이다. 뭔가 배우고 익히고 평가받고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회기에서도 나오겠지만 나는 평가하는 말을 많이 사용했다. 특히 나 자신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많이 했고, 은연중에 내가 사고하는 방식을 바꿔놨다. 이제는 가족들, 특히 언니의 말에 반응하는 일이 줄었다. 비난의 언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도 않고 조언의 탈을 쓴 가스라이팅에도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왜 그렇게 말을 할까 이해해 보려는 순간이 늘었다. 여전히 안될 때도 많지만. 다만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주말에도 낮 3~4시까지 자던 나를 끄집어낸 것도 언니였다. 이 정도면 결자해지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