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전통의 단절

by 반대로 선 거울


장에서는 "전시회"의 등장에 대해서 기술하고 있다. 아카데미와 관련해 수요의 기반을 넓혀 예술가들의 자립을 도모한다는 선의가 반영 된 창의적 사건이었다. 반면 이런 전시회는 브르조아 사회의 성숙과 연결 되어 미술품의 성격에 근본적인 변화를 야기한다.


전에는 성직자, 귀족, 왕, 길드등의 수요에 의해 그림이 주문되고 제작되었다. 이런 수요에 의한 예술품의 유통은 우연적이고 개별적이었다. 하지만 이제 전시회를 통해 미술품들은 자본주의의 시장이라는 곳에 들어오게 됐다. 물론 오랜 기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진행된 사건이지만 미술품은 그 이전 시대에서는 겪어 보지 못한 근본적인 변화를 겪게 된다.


자본주의의 시장에서 예술품은 상품으로 유통되면서 아래와 같은 두가지의 성격을 지니게 된다.



내용과 무관한 형식


미술품이 시장에 진입해서 상품으로 유통되면 미술품의 형식은 어떠한 내용에 대해서도 무관심하게 된다. 그 미술품이 종교에 대해서 이야기 하던 풍경에 대해 묘사를 하던 상품으로서의 성격에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는다. 상품으로서의 미술품은 자신을 부정하는 내용 조차도 수용하는 형식이다. 이제 자본주의의 시장을 통과하는 미술품은 내용에 무관심한 형식을 부여 받고 표현에 대한 어떠한 제약도 받지 않게 된다. 단지 미술품은 시장에서 가격을 통해 유통된다는 규정만 받게 된다.


일반적인 상품과 같이 시장에서의 미술품은 시장의 확대를 통한 유통의 보편성을 확보해야 했다. 상품의 형식으로서의 미술품은 상품과 자본이 가지는 보편성 확대를 위한 운동을 하게 된다. 즉 시장 영역을 확대해야 했다. 대중예술 이전에는 시장성의 확대가 수요의 확대라는 방향으로 간헐적으로 열렸지만 19세기 이후 대중예술의 등장은 공급 측면에서의 시장 확대로 이어졌다.


이 즈음 다양한 내용의 사조들이 등장하면서 백가쟁명의 시기에 돌입한다. 이러한 내용상의 다양성은 내용의 상대성으로 전락했고 이는 논쟁하는 각 내용의 전체성 주장이 무의함을 반증하는 사례가 되었으며 남는 것은 형식 뿐이었다. 이러한 예술의 보편적 형식에 대한 자각은 동어반복적인 “예술을 위한 예술”이라는 표현으로 정리 할 수 있었다.



상품임을 거부해야 유통되는 상품


상품임을 거부하고 작품임을 주장해야 오히려 더 잘 유통되는 상품이 예술작품이다. 작품성을 주장하다가 상품성을 상실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성을 주장하면서 달성하게 되는 희소성이야 말로 모든 상품의 부러움의 대상이다. 이 희소성으로 공급의 비탄력성은 극단으로 밀어 올려지며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이 된다.


반대로 노골적으로 상품성을 주장하는 경우에서 조차 작품성이 가지고 있는 이념의 보편성이 실현된다는 측면이 있다. 대중예술의 경우 밀려 넘쳐 오는 공급량에 희소성은 관념적 기호로 변하지만 작품성은 (이념이 가지는) 보편성으로 표현된다.


상품성과 작품성의 모순은 자본주의 시장안에서 예술작품이 처한 기본적인 값이다.



작품성이 희소성으로 전락하지 말고 상품성이 보편성으로 위장하지 안도록 하는 것이 자본주의 하에 있는 예술작품의 투쟁 방향이다.


작품성이 희소성으로 전락하면 결국 추상적인 형식만 남을 것이다. NFT가 바로 이런 예이다. NFT는 희소성을 미분적 단위로 환원해 희소성을 극대화한 예이다. 이 경우에는 어떠한 내용도 의미도 남지 않고 단지 희소성이라는 형식만 남게 된다.


또한 상품성이 보편성이라고 주장하는 곳이 바로 이데올로기가 활동하는 곳이다. 이때 보편성은 획일성이 되고 압제와 폭력과 무관심의 근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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