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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밧 Apr 23. 2020

천국의 쉼터를 가로 지르다...'와칸밸리'

[파르밧 모험 여행 ⑮] #Day6  이시카심 - 호로그



꿈을 꾼다. 여행 중에는 생각이 많아진다. 현실을 잠시 벗어난 시간, 어떤 여행의 결과물이 남을까? 마음의 평정과 힐링을 찾고자 한다. 새로운 매일을 보내며 몰두하다보니 어느새 돌아갈 시간이다. 이룬 것이 없다. 하지만 여행이어서 가치가 있다. 내 발자욱의 시간이 알고 있다. 느끼고 경험했던 소중한 시간이다. 파미르 사람들의 표정은 밝다. 얼굴 찡그리고 대하는 법이 없다. 사람과 풍경에 눈이 머문다. 길 위의 소소함들이 행복한 흔적으로 남을 것이다. 깊은 협곡에 펼쳐진와칸 평원. 평화로운 삶이 숨어 있다.




▲ 이시카심 마을 언덕에서 바라본 전경. 강을 건너면 아프가니스탄이다


아침부터 바람이 많이 분다. 흙먼지를 일으켜 아프간지역은 황사처럼 희뿌였다. 마당 주변을 양철로 담을 쌓아 놓은 이유가 있었다. 계곡 바람을 막기 위해서였다. 저녁 식사가 문제였는지 설사를 하게된다. 양념이 진한 양고기 스프와 파스타를 먹었다. 양고기는 탈이 잘 안나는 요리인데 여행 면역력이 떨어진 것 같다. 아침은 커피와 빵. 계란. 소세지로 깔끔하게 준비해 주셨다. 고풍스런 문양의 찻잔에 차를 마신다. 여행중에는 과식보다 소식이 건강에 유용하다.


어디를 둘러보면 좋을까? 마을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맵스미(Map's me)로 차가 가능한 곳까지 이동한다. 걸어서 산등성이를 오르니 계곡 평원이 한 눈에 들어온다. 같은 이름의 이시카심 마을은 아프가니스탄에도 있다. 국경 부근에 작은 경비행기 공항도 보인다. 파미르에선 겨울이 길고 여름이 짧다. 겨울이 되면 폭설로 길은 통제되고 고립될 수 밖에 없다. 겹쳐진 산 때문에 세상과 단절된 느낌이다. 파미르 삶의 애환을 느끼게 한다.


국경 마을, 이시카심


마을의 아침은 부산하다. 메인거리를 오가는 사람들도 많다. 정장을 잘 차려입고 핸드백을 든 여성도 보인다. 비포장 자갈길은 아스팔트공사를 하고 있다. 길을 통제하고 있어 우회해서 마을을 벗어난다. 4km 정도 가니 국경 통제소가 보인다. 국경은 다리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매주 토요일 아프가니스탄과 타지키스탄 사람들이 모여 큰 장이 열린다. 서로간의 왕래가 있는 곳이라 건물도 많이 있다. 아쉽지만 일정상 바자르 구경을 할 수 없다.



▲ 아시카심 마을 거리 풍경
▲ 국경 다리 강 건너 토요 바자르가 열리는 장소가 보인다



도로변에 차량을 세우고 사진을 찍었다. 하얀색 도요타 차량이 지나가다 멈춰 선다. 드라이버의 얼굴이 좋지 않다. 일반차량인 줄 알았는데 경찰 차량이었다. 신분증과 퍼밋을 들고 다녀온다. 아프가니스탄 지역으로 사진을 찍지 말라고 한다. 먼 발치의 배경이라 괜찮을 줄 알았다. 그러고 보니 계곡은 폭이 넓다가 좁아졌다 한다. 물살은 있지만 마음만 먹으면 계곡을 넘나들 수 도 있을 듯하다. 민감한 지역일 수 밖에 없다. 아프간 지역 마을 사람들도 종종 보인다. 사람들의 생활은 다르지 않다. 가축들을 돌보는 유목생활이다.



▲  국경 부근에서는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안된다. 지나가던 경찰에게 주의를 받고 있는 드라이버 K



란가르부터 호로그까지 강을 따라 군인 캠프들이 곳곳에 있다. 파미르 퍼밋과 여권을 자주 검사한다. 차량이 많이 오가는 구간이다. 길이 좋다가도 울퉁불퉁 오프로드가 이어진다. 자갈길은 롤터 코스터다. 길가에 현지인들이 손을 든다. 큰 보따리를 보면 태워드리고 싶지만 자리가 없다. 낮의 강렬한 햇빛 때문에 건조하고 목도 마르다. 식사를 할 만한 곳은 흔치 않다. 작은 마을의 식당하나를 지나쳐 버렸다. 그냥 호로그까지 가야겠다.



▲  강 폭이 좁아지는 협곡을 지나기도 한다



파미르의 시간은 흐른다


빙하가 녹아 흐르는 물은 고도에 따라 빛이 달라진다. 짙 푸른 색은 고도가 낮아지면서 회색으로 변한다. 자갈과 흙이 얽기기 때문이다. 암반으로 막힌 구간을 바위를 깍아내 길을 만들었다. 때문에 산 위에서 떨어지는 돌들을 주의해야한다. 곳곳에 산사태가 있는 흔적들이 보인다. 단조로운 길을 달린다. 산의 모퉁이를 돌면 또 다른 산이다. 첩첩 산을 지나야한다. 무료할 때는 음악이 최고다. 드라이버 추천 타지키스탄 음악이 반복된다. 매일 같은 음악을 듣다보니 익숙해졌다. 전통음악 배경에 어울리는 경치다. 때론 빠르게, 웅장하게. 파미르의 시간이 스쳐간다.


중앙아시아는 강대국의 패권 경쟁의 장이었다. 동서양의 문화의 중심이자 풍부한 자원은 전략적인 요충지다. 타지키스탄 인구 910만의 98%는 이슬람이다. 7세기 투르크. 8세기 아랍인에 의해 정복되면서 이슬람화 된다. 다른 지역과 달리 이란 페르시아계이다. 사산 왕조의 지배를 받았다. 얼굴 생김이 서구화된 혼혈의 모습이다.





13-14세기 중앙아시아는 칭기스칸과 티무르 제국의 시대다. 티무르 시대 우즈베키스탄은 유라시아의 패권을 장악하며 화려한 문화를 남긴다. 19세기 러시아의 진출로 영국과 한세기 동안 식민지 각축 전쟁이 진행된다. [그레이트 게임(1813 -1907년 : 영국과 러시아가 유라시아 대륙 패권을 두고 벌인 대결)] 민족간 나라가 재편된다. 타지키스탄은 1929년 우즈베키스탄 내 자치공화국에서 분리된다. 정치, 문화의 중심지였던 부하라와 사마르칸트를 잃게 된다. 현재도 국경과 자원문제로 관계가 좋지 않다.


평화는 쉽게 오지 않았다. 국경 분쟁과 종교의 갈등, 테러 위협은 길을 닫아 버렸다. 고립된 환경에서 유목 생활은 안전한 삶을 위한 생존전략일 것이다. 언제가 길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평화가 오기를 기도한다.



▲ 바위 산들이 첩첩 산중 처럼 버디고 있다. 구불구불 협곡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이동한다



낯선 익숙함의 도시, 호로그


고르노바다흐산 자치주의 주도 호로그, 인구 28,000명의 파미르 지역에서 가장 큰 도시이다. M41도로가 연결되어 파미르 물자의 거점이 된다. 시내에서 가깝게 설산이 보인다. 시내를 가르는 강을 보니 마치 스위스의 청정지역 체르마트가 생각이 난다. 도로도 잘 정비되어 있고 아파트, 호텔, 상가건물들도 보인다.


숙소부터 정해야 한다. 선택의 여지가 있으니 마음이 바뀐다. 아무 숙소라도 좋았는데 모두들 호스텔 숙박을 원한다. 근처 숙소를 확인하니 여의치 않다. 드라이버는 지인에게 전화를 하고 일행은 홈스테이로 이동했다. 새로 지은 건물 숙소라 깨끗하다. 펜션에 와 있는 것처럼 편안하다.늦은 점심을 위해 길 건너 WORLD CUSINE 이탈리아 식당을 찾았다. 어디를 가나 파미르에선 양이 주 메뉴이다. 양고기 피자를 시켰다. 치즈 피자에 묻어나는 양 냄새의 뒷맛이 남는다. 그래도 낯선 여행지에서 즐기는 문명의 시간에 감사하다.

새로운 여행지라 호기심거리가 가득하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바자르로 걸어간다. 활기가 넘친다. 부산히 움직이는 사람들, 물건을 파는 가판대, 풍성한 채소와 과일들, 맥도널드 간판도 보인다. 컨테이너 트럭들이 즐비하다. 수박, 메론을 한 가득 쌓아 두고 판매를 한다. 과일은 의외로 비싸다. 오쉬에서는 수박 1통에 50솜 정도였는데 여기서는 20소모니(2달러)를 주었다. 일행들을 위해 수박, 오렌지, 포도, 메론. 눈에 보이는 대로 과일을 샀다.


6시가 넘어서 바자르도 하루를 마무리한다. 홀쭉한 개 한 마리가 힘없이 걸어간다.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개를 위해 주식으로 먹는 큰 빵을 하나 샀다. 배가 무척 고픈 모양이다. 빵이 너무 딱딱해서 먹는데 힘들어한다. 작은 조각으로 잘라주고 일어섰다. 내 눈을 꿈뻑거리며 쳐다본다.



▲ 두산베 다음으로 큰 호로그. 마을 중심에 높은 아파트 단지도 있다
▲  맥도널드 



호로그 시내르 군트강(Gunt river)강이 흐른다. 시내 중심가와 외곽의 구시가지를 연결한다. 깨끗한 아파트 단지는 전망이 좋은 강변에 위치한다.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여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인 것 같다. 골목 공터에선 아이들이 요란하다. 공놀이를 하며 이리 저리 뛰어다닌다. 개구쟁이 녀석들은 무를 타고 지붕에 올라간다. 위험해 보이는데도 한두 번이 아닌 듯 능숙하다. 낯선 거리 풍경을 눈에 담고 걷다보니 익숙함으로 다가온다.



▲ 나무를 타고 지붕에 오르는 꼬마들
▲ 골목에서 놀이를 즐기는 아이들



파미르를 즐기는 방법


숙소에 도착하니 오스트리아에서 온 여행자 2명이 체크인을 했다. 주차장에 녹색의 봉고 크기 차량이 있다. 오스트리아에서 호로그까지 운전을 해왔다. 앞으로 파미르를 넘을 예정이다. 낡은 차량엔 캠핑도구부터 여행에 필요한 장비들이 가득하다. 도전적인 여행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 대단해 보인다.


여행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파미르 횡단을 계획한다. 자전거, 지프. 배낭여행 히치하이커. 파미르에서는 상당한 운전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오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차량사고에 대비해야 한다. 건강한 체력 뿐 아니라 서로에 대한 배려와 팀워크도 중요하다. 세상에 열린 마음의 사람들이 오면 좋을 곳이다. 이방인들에 의해 사람들의 순수가 변하지 않기를 바란다. 다른 삶의 방식과 문화를 존중하고 지켜야 한다. 문명의 세계에 살고 있는 우리는 마음의 병들이 많다. 치유가 필요할 때, 떠날 수 있는 곳. 파미르 여행이다.


글. 사진 김진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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