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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밧 Apr 23. 2020

은둔의 실크로드...아프가니스탄 & 이시카심

[파르밧 모험 여행 ⑭] #Day5 란가르 - 이시카심


카라코람, 힌두쿠시. 히말라야. 파미르! 이름만 들어도 가슴을 뛰게 한다. 오지를 찾는 여행자들이 마지막에 이르게 되는 곳이다. 순수를 찾아 떠나는 긴 방랑의 끝에 수행자의 모습이 엿보인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 숨은 계곡 와칸에서 파미르의 제왕 고선지를 만난다.




▲  국경 마을 이시카심. 강 건너 아프가니스탄 힌두쿠시 산맥이 펼쳐진다



무르갑에서 란가르까지 긴 여정이었다. 밤 9시가 되어서야 홈스테이 숙소에 도착했다. 편안한 잠자리와 친절함, 사람들의 정을 느낄 수 있다. 파미르는 동부와 서부 두 지역으로 나뉜다. 평균 4,000m 이상의 고원지대에는 유목민이 거주한다. 파미르에 거주하는 유목민들은 대부분 키르기스에서 이주한 사람들이다. 구소련시절 민족 이주정책이 시행되면서부터다.


와칸을 두 갈래로 흐르던 강은 란가르에서 판지강으로 합쳐져 넓은 평원이 된다. 서부 파미르 지역이다. 푸른 대지에 나무와 물이 풍성한 곳이다. 마을을 형성해 농사를 짓는다. 황량한 고원에서 보던 풍광과는 사뭇 다르다. 가을 정취가 물씬 풍긴다. 침엽수림 가로수들도 노랗게 물들었다. 들녘에서는 추수가 한창이다. 감자와 밀이 주요 작물이다.



▲  가로수 단풍이 아름다운 거리



란가르는 높은 산군이 형성되어 있다. 다른 지형과 달리 산전체가 화강암으로 된 돌산이다. 경사가 심한 오르막이지만 꼭 올라 볼곳이 있다. 화강암에 새겨진 6,000여개의 고대 암각화를 볼 수 있다. 파미르 전역에 암각군이 있지만 이곳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다. 바위에 낙서하듯 새겨진 다양한 문양들이 있다. 산양, 사람, 별. 알수 없는 기호들.... 사냥의 성공을 기원하며 새겼다고 하는데 고대에 파미르에 살던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유산이다.



▲  다양한 문양들이 새겨진 고대 암각화군
▲  화강암 암각화 산군



작은 냇가를 건너 오르막길을 지그재그로 올라간다. 돌들이 무성하다. 가지런하게 쌓은 돌탑들은 묘지이다. 그 수가 많은걸 보니 공동묘지이다. 아프가니스탄 산군과 계곡아래 마을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슬람에서의 죽음이란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과정으로 영원한 삶에 이르는 교량으로 여겨진다. 죽음은 종말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고, 고통으로부터 해방이기 때문에 기쁨으로 본다. 죽은자를 화장하는 경우 영혼의 안식처가 소멸된다고 생각한다. 매장하여 무덤이라는 영혼의 거주공간을 만들어 주도록 한다. 육체와 영혼간의 사랑은 끝나지 않고 그 후로도 상당기간 지속된다고 본다. 이슬람 사회에서의 장례의 특징은 빠른 매장(보통 24시간 이내)을 행한다.


[출처 : 주요르단 대사관 / 이슬람에서의 죽음과 장레]



▲  마을 공동묘지
▲  마르코폴로(산양) 뿔



가로수길이 이쁘다. 누구를 찍더라도 돋보이게 할 배경이다. 이스라엘 여행자 2명이 길가에 앉아 있다. 오

쉬에서부터 히치하이킹으로 왔다고 한다. 이시카심까지 차량을 수배 중이다. 우리차량은 자리가 여유가 없다. 타지키스탄의 휴일이라서 인지 오가는 차량들도 뜸하다. 여행을 하다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세상의 구석구석 다니다보면 삶을 바라보는 눈이 넓어지게 된다. 이스라엘 여행자들은 어디서든 보게 된다. 거침없이 여행하는 그들에게 삶의 힘이 되지 않을까 한다.



▲  물이 풍부하고 토질이 좋은 와칸 밸리. 가로수 나무들이 무성하다



강 건너 아프가니스탄을 조망하며 달린다. 비포장길에 자갈이 많아 흔들림이 심하다. 길은 차량만 다니지 않는다. 염소, 말, 소, 양 떼들도 함께 이동한다. 길을 막아버리니 마음대로 헤치고 갈 수 없다. 목동들이 나서야한다. 무리에도 리더들이 있었다. 새끼들은 어미만 졸졸 따라간다. 특유의 휘파람이나 나무로 엉덩이를 ‘툭툭’ 치면 길이 열린다. 몇은 놀라서 이리저리 왔다갔다 한다. 다음엔 돌멩이로 응징을 당한다. 몸메 맞아 ‘퍽’ 소리가 날 정도로 심하다. 염소와 양은 함께 다룬다. 양들이 한 곳에서 먹이를 먹는 반면 염소들은 풀을 찾아 주변을 움직인다. 양들은 염소를 따라다니며 먹이를 찾는다.



▲  강을 사이로 아프가니스탄과의 경계를 이룬다
▲  먹이를 위해 이동하는 염소와 양떼들



브랑(Vrang)마을에서 가벼운 하이킹을 위해 정차했다. 무슬림들이 대부분인 이곳에 불교 문화의 흔적이 있다. 4세기경 지어진 불교 스투파다. 파미르에는 동서양의 문화가 혼제되었지만 이슬람화 된 후로 불교 유적지는 찾아보기 힘들다.



▲  파미르 불교 유적지 브랑 스투파
▲  밀 추수



파미르 역사의 중심엔 고선지 장군이 있다.


파미르의 제왕 ‘고선지’


668년 고구려 멸망 후, 사람들을 타클라마칸 사막지역으로 보낸다. 고구려 유민 고선지는 당라라 장수가 되었다. 747년 중국을 위협하는 토번(티벳)을 정벌하기 위한 원정을 나선다. 파미르를 넘어온 군대는 와칸지역을 통치하던 이시카심 성을 먼저 함락시킨다. 이후 강을 따라 와칸의 끝자락 사하드(Sarhad)의 칸시르성(Kansir Fort)에서 토번을 정벌했다.


원정군은 다르코트 빙하를 올라 힌두쿠시를 넘는다. 파키스탄 훈자. 길기트까지 점령하고 72개 주변 소국의 항복을 받게 된다. 이제 고선지는 서역의 총책임자 안서절도사가 되어 파미르를 호령한다. 당나라는 실크로드를 장악해 중앙아시아의 패권을 잡고자 했다. 파미르 원정 4년 후 키르기스산 탈라스 평원, 이슬람 제국과의 동서양 대전에서 패하게 된다. 이후 아랍의 영향력은 확대되어 중앙아시아, 중국 서북부 위구르까지 이슬람 세계가 형성된다.


살구나무가 탐스럽다. 몇 개를 먹어보니 달고 맛이 있다. 우리를 따라다니며 길안내를 해준 꼬마 녀석이 손짓을 한다. ‘우두두둑’ 자기 집 살구나무를 흔들어 누렇게 바닥에 떨어뜨린다. 한 봉다리가 되었다. 아이의 선물이다. 물에 씻어 건네주니 안 먹는다. 주위에 너무도 흔한게 살구여서 인가보다. 마을을 벗어나려는데 아이들이 외친다. ‘왓 이즈 유어 네임?’ 외국인에 호기심이 많고 착하다. 이름을 알려줄 새 없이 차가지나가 버렸다. 미소를 잃지않고 행복하길...





얌춘(Yamchun fort)


길을 벗어나 구불구불 산을 오르면 얌춘 요새를 볼 수 있다. 돌로된 벽과 탑이 있는 요새는 해발 3000미터 높이에 있으며 400미터 아래로 흐르는 판지(panj)강 계곡을 바라본다. 고대 와칸에서 가장 강력한 방어기지였다. 현재는 상부 흔적이 남아 있다. 실크로드의 물류, 대상들의 이동을 보호하고 통제역할을 했다. 삼각형 모양으로 계단식 성을 만들었다. 전시에 전략적 우위를 유지하면서 위쪽으로 후퇴 할 수 있는 최적화된 방어지기이다.



▲  얌춘 포트
▲  타지키스탄 방송팀이 얌춘 포트 촬영중이다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산악용 오토바이들이 나타났다. 그들의 뒤로 지프차량이 서포트를 하고 있다. 타지키스탄 방송 촬영팀이다. TCEL(타지키스탄 통신회사)의 협찬을 받아 타지키스탄을 소개하기 위한 랠리중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여행예능 프로그램이쯤 될 것 같다. 오토바이에서 내려 얌춘 요새로 이동하고 카메라. 드론. 마이크가 세팅된다.


얌춘 요새에서 3KM 더 올라가면 온천 지역이 나온다. 숙박시설도 몇 채 있는 곳이다. 폭포와 바람 소리 뿐 고요한 풍광이다. 처마가 있는 마루에 않아 하늘을 응시한다. 하얀 설산이 하늘에 닿고 계곡은 멋진 배경이 된다. 코스모스 꽃들은 바람에 흔들린다. 시간을 멈추게 하는 순간이다. 한 폭의 풍경화를 담았다. 이곳을 찾아온 여행자에게만 전하는 특권이다. 허기진 배를 채우는데 라그만(양고기가 들어간 전통 면요리)에 시원한 맥주 한 잔으로 족하다.


이런 높은 곳에 온천이? 생각보다 깔끔한 건물에 남,녀가 구분된 단체 탕이었다. 입장료는 1인당 10소모니다. 따뜻한 물에 온몸의 피로를 씻어낸다. 세상 부러울 것 없이 여행 에너지가 솟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며칠을 더 있어도 좋을 곳이다.



▲  공사 중인 온천 마을
▲  온천



이시카심까지 가는 길은 시골 전원의 풍광이다. 쭉쭉 뻗은 나무들이 햇빛을 가려주니 시원하다. 강 건너 아프가니스탄 쪽은 사람들을 볼 수 없다. 가까운 거리지만 물살이 쎄서 사람이 건너올 수도 없다. 일부 지역에 만들어진 국경 다리를 통해 넘을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이시카심이다. 마을은 제법 번화하다. 매주 토요일 국경에서 시장(바자르)가 열린다.



▲  국경 마을 이시카심



강이 바라보이는 깔끔한 홈스테이에 여장을 풀었다. Guest house REN은 그 동안의 홈스테이 숙소 중 제일 훌륭하다. 주인 할아버지는 친절히 안내를 해주신다. 느리긴 하지만 와이파이도 가능하다. 오지에서 문명의 경계를 넘는다. 정원도 꽃들로 이쁘게 관리되었다. 마루에 누워서 힌두쿠시 산군을 바라본다. 계곡 너머 산위로 달이 뜬다. 마을의 불빛이 하나둘 불을 밝힌다.


글. 사진 김진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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