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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밧 Apr 23. 2020

자연과 사람을 잇는 길. '파미르'

[파르밧 모험 여행 ⑯] #Day7 호로그 - 칼라이쿰


산티아고 순례길 800km를 걸었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버리기 위해 걷는다고 했다. 마음의 짐은 내려놓지 못했다. 양말, 슬리퍼, 충전기, 새로 산 얇은 패딩. 배낭안의 물건들은 발이 달렸는지 소리 없이 사라졌다. 걷는데 문제는 없다. 11월의 갈리시아. 마지막 오세이브로 고개를 넘는다. 밤새 함박눈이 내려 신발은 젖어버렸다. 시린 발을 어루만진다. 몸은 지치고 힘든데 행복한건 왜일까? 길 위에서 마음의 울림 소리를 듣는다. 파미르! 자연의 소리는 깊고 크다.




▲ 파미르에서는 자전거로 여행하는 커플을 종종 보게 된다. 열정과 의지가 대단한 여행자임을 느낀다



이른 아침 주인 아주머니가 오셨다. 음식을 보자기로 싸서 바구니에 한가득 담았다. 부드럽고 맛있는 팬케이크와 여러 종류의 과일, 잼, 푸딩, 커피. 아침식사가 세팅이 된다. 팬케이크 위에 설탕을 조금 뿌리고 연유와 잼을 바르고 둘둘 만다. 달콤한 찹쌀떡을 먹는 것 같다. 대부분 홈스테이는 10~15달러 내외에 저녁과 아침이 포함된다. 손님을 극진히 대하는 문화다. 편안하고 풍족한 현지인 가정식도 즐길 수 있다.



파미르 여정의 시작과 끝


파미르 여정도 끝이 보인다. 오쉬에 호로그까지 무사히 달려왔다. 눈부시게 파란 하늘과 호수, 하늘에 닿은 만년설산, 고원의 사람들을 만났다. 자연에 순응하는 삶을 가치를 보았다. 마음속에 채운 소소함들은 오래토록 기억될 것이다. 파미르가 내게 주는 축복이다. 호로그에서 두산베까지 육로와 비행기로 이동할 수 있다. 비행기로 45분 정도 소요된다. 차량은 560km를 16시간 동안 하루에 이동하기도 한다. 우리는 칼라이쿰(kalaikhum)에서 하루 머물기로 했다. 덕분에 특별한 곳을 더 볼 수 있었다.



▲ 호로그 시내를  벗어나는 곳에 파미르 관문을 지난다



시장에 들러 물과 과일을 구입했다. 키르기스탄 솜(som)은 타지키스탄에서 사용이 어렵다. 은행에서도 안된다. 결국 드라이버에게 교환을 했다. 여행이 끝나면 다시 키르기스탄으로 돌아갈 것이다. 시내를 벗어나 다시 강을 따라 이동한다. 언제 도시를 지났다 외딴 협곡속이다. 주황색 옷을 입은 자전거 커플이 보인다. 앞뒤로 짐을 장착했다. 지친 기색 없이 열심히 페달을 밟는다. 란가르로 향할 때 생수를 건냈던 여행자가 생각이 난다. ‘지금도 잘 다니고 있겠지!’ 


두반베에서 출발해 호로그를 지나면 본격적인 파미르 하이웨이가 시작된다. 2,000m에서 시작해 고도가 높아진다. 오쉬까지 750킬로를 달려야한다. 이미 그들은 선택했고 바퀴는 구르고 있다. 피할 수 없는 여정이 될 거시다. 여행의 끝에 느낄 카타르시스를 생각한다. ‘앗살람 알라이쿰’ 신의 평화가 당신에게 함께하기를....


강폭은 좁아졌다. 냇물처럼 유유히 흐른다. 사람이 다닐 수 있을 정도의 거리이다. 아프가니스탄에 선입견으로 다소 긴장이 되는 곳이다. 군인과 경찰 검문소를 수시로 만난다. CCTV는 없지만 장부에 신상을 기록하며 여행자의 안전과 동선의 관리가 된다. 여권과 파미르 허가증을 보여주면 별일 없이 통과할 수 있다. 하늘 높이 치솟은 거벽은 세상으로부터 성지를 호위하고 있다. 순간이동을 해서 화성에 온듯하다. 드라이버는 이동하는 내내 어딘가 계속 전화를 주고받는다. 속도를 내며 달린다. 경치가 좋은 곳에서는 차를 세워준다. 전방에 랜드크루저 한 대가 서 있다. 외국인을 태운 차량이다. 누군가 보니 어제 숙소에서 만났던 드라이버의 친형이다.



▲  강의 폭은 좁아지고 높은 바위산들이 협곡을 이룬다
▲  좁은 도로를 지날 때 낙석에 유의해야한다



길 위에서 꿈을 그리다


한 팀으로 칼라이쿰까지 같이 이동하기로 한다. 형은 파미르 운전 경력이 오래된 베테랑이다. 원래 직업은 외과의사다. 우리가 지나왔던 무글갑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있다. 영어 발음이 좋다. 지식도 풍부하고 여유가 있다. 파미르의 여름은 짧다. 6월~10월 중순까지 파미르 하이웨이를 여행할 수 있는 시기다. 투어 시즌이 되면 드라이버로 일을 한다. 파미르 투어가 힘들지만 횡단여행을 마치고 나면 좋은 수입이 된다고 한다. 비시즌에는 외과의사로 일은 한다. 자기 차량을 한 대 갖는 것이 꿈인 사람들이 많다.


외국인 두분은 독일 부부다. 부인은 멋진 모델이 된다. 멋진 뷰포인트에선 자세까지 일러주며 정성스레 사진을 찍어주신다. 행복한 노부부의 모습이다. 두산베에서 출발해 와칸 계곡 일대를 돌면서 투어중이다. 형 일행 덕분에 예정에 없던 곳을 함께한다. 파미르에서 가장 큰 빙하가 형성된 VANJ 계곡이다. M41길의 검문소를 벗어나 다른 계곡으로 접어든다. 30여분 비포장 길을 달린다. 꽤 크고 깨끗한 마을이다. 이스마일 소모니 동상이 보인다.



▲  협곡을 흐르는 강물이 빠르게 흐른다. 
▲ 이스마일 소모니 동상



바자르는 사람들로 활기차다. 특유의 시장냄새. 양고기는 인기가 있다. 냉장보관 없이 부위별로 듬성듬성 썰어 진열해 두었다. 호텔 옥상으로 올라갔다. 만년설산과 빙하 계곡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타지키스탄에서 가장 높은 이스마일 소모니봉(7,495M)이 있다. 가까이서 본다면 감동이 크겠지만 만족 한다. 형의 일행과 함께 하지 않았으면 지나칠 일정이었다.



▲ 양고기 정육점



이스마일 소모니봉(7,495m)은 구소련 최고봉이다. 파미르 고원에서는 가장 높은 산이다. 스탈린의 이름을 따서 스탈린봉, 코뮤니즘봉(공산주의 봉)으로 불리기도 했다. 타지키스탄은 동서양 문명이 교류하는 곳으로 강대국의 지배를 받아왔다. 유일하게 나라를 세운 황금시기는 소모니 왕조(819-909)이다. 1991년 소련의 해체로 독립을 하게 된다. 건국의 아버지로 기념하며 이스마일 소모니 봉으로 바꾸었다. 주변 산군에 레닌 봉. 코르체네프스키 봉 등 7,000m 고봉들이 있다. 극지방을 제외하고 단일 빙하로 제일 긴 72km의 페드첸코 빙하가 있는 곳이다.





날씨가 더워서인지 식욕이 없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 검문소를 통과한다. M41도로에 합류했다. 비포장 도로라 속도가 나지 않는다. 차량의 흙먼지 때문에 시야를 가린다. 아침 안개도 아닌데 계곡은 희뿌연 먼지가 가득하다. ‘우두두 쾅쾅’ 아프가니스탄 깍아지른 절벽에서 계곡으로 무언가 떨어지고 있다. 산길을 불도저가 정비하고 있다. ‘불도저가 절벽에 어떻게 올라가 있을까?’ 보기만 해도 경사가 아찔한데 지그재그 길이 있다. 막힌 도로의 흙과 돌을 계곡으로 쓸어내고 있었다. 수직의 벽에 붙어 있는 그림 같다.



▲ 강 건너 아프가니스탄 절벽에 길을 내고 있는 중장비
▲ 절벽을 깍아 길을 내고 있다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산에서 어둠은 일찍 온다. 계곡을 응시하며 조심스레 이동한다. 날은 이미 어두워졌다. 왼편으로는 깊은 낭떨어지라 긴장된다. 음악을 껐다. 집중이 필요하다. 시속 25KM 내외로 천천히 움직인다. 위험한 구간을 벗어난다. 마을 불빛이 보인다. 지도상의 GPS 위치를 보니 목적지에 도착해 간다. 길도 좋아졌다. 마을에 진입하니 도로 옆으로 가로등도 있다. 풍차가 도는 폭포 옆에 멋진 레스토랑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저녁을 즐기고 있다. 중심가에 EUROPA TJ 라 적힌 가게가 있다. 파미르에서 가장 큰 슈퍼마켓이다.



▲ 칼라이쿰 시내에 위치한 슈퍼마켓


숙소는 마을을 벗어난 곳에 위치한 작은 리조트다. 늦은 시간 도착해서 허기가 진다. 바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해주셨다. 양고기 스프. 빵. 만두를 곁들여 먹었다. 양고기 스프는 맛이 좋다. 소고기 무국 맛이 난다. 두 그릇이나 먹었다. 양고기 요리에 몸이 적응되었다.


고요한 밤하늘엔 별들이 무수하다. 마트에서 사온 맥주 한잔을 들이켠다. 마침 드라이버 형도 테라스에 함께 했다. 깨어있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어렵게 좋은 교육을 받았다면 파미르를 벗어나 대도시로 가고 싶을 텐데. 가족과 이웃을 위해 파미르를 선택했다. 주어진 환경에 최선을 다하는 삶. 그의 얼굴엔 행복이 보인다. 조용한 산야의 숙소, 내일이면 두산베다 마지막 여정이 시작된다.


글. 사진 김진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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