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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밧 Apr 23. 2020

문명 속으로... 타지키스탄 수도 '두산베'

[파르밧 모험 여행 ⑰] #Day8 칼라이쿰 - 두산베


삶의 답답함이 밀려들 때, 여행은 치유가 된다. 익숙함에서 벗어난다. 새로운 사람들과 자연을 만나며 자신의 내면을 본다. 여행 시간은 블랙홀이다. 하루하루 집중하다보면 한 달의 시간도 ‘훅’ 지나가 버린다. 무언가를 깨닫고 큰 성장을 한 것 같지만 남은 것은 갈증뿐이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것은 내 마음에서 비롯된다.




▲ 숙소 언덕에 올라가면 칼라이쿰 마을과 강 건너 아프가니스탄을 가깝게 조망한다



차가 날아다닌다. 아스팔트를 달리니 몸도 편하다. 두산베까지 다소 돌아가지만 도로 사정이 좋다. 문명의 편리함은 오지 환경을 변하게 할 것이다. 파미르 여정의 끝이 보인다. 좋은 영화 한편을 본 느낌이다. 조명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되면 스크린 속으로 빠져든다. 예상외 이야기 전개, 위기의 순간을 넘어 클라이막스에 이른다. 극장을 나오며 여운이 남는다. 사람, 풍경, 음식, 역사의 흔적들.... 오감의 체험은 우리를 향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행복을 찾아 떠나는 일탈 여행이다.



▲ 두산베까지 아스팔트길이 잘 정비되어 있다
▲ 파미르 하이웨이. 일행들과 함께



두산베 가는 길


탱크가 도로를 막았다. 길이 꽉 막혀 차량들로 줄지어 있다. 혹시 테러(?), 사고가 났다. 다들 차에서 내려 상황을 주시한다. 큰 트럭이 난간을 넘어 계곡으로 추락해 있다. 크레인이 인양작업을 준비한다. 대형트럭을 올리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다. 군인들이 사고 수습을 돕고 있다. 졸음운전의 영향이 큰 것 같다. 고원의 협곡을 넘나드는 곳이다. 투어차량도 마찬가지지만. 파미르에서 매일 10시간을 운전하는 것은 기본이다. 자칫 졸거나 차량에 결함이 생기면 큰 사고로 이어진다. 트럭은 전복되지 않았다. 앞 바퀴가 계곡물에 잠겨있다. 드라이버가 무사했기를 기도한다.



▲ 트럭이 절벽길에서 난간을 벗어나 떨어진 사고가 났다
▲ 크레인과 탱크가 동원되서 트럭을 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과의 접경 판지강을 따라 이동해왔다. 방향을 틀어 내륙으로 향한다. 2차선 도로는 우리나라 국도처럼 잘 정비되어 있다. 아프가니스탄 표지판이 보인다. 우리에겐 금단의 땅이다. 언젠가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K는 차량에 대한 애정이 강하다. 정차할 때면 외관을 깨끗이 닦으며 정비를 한다. 파미르 인연이 된 동행들과 기념사진을 남겼다.


차량 통행은 한산하지만 과속차량을 조심해야한다. 고대 실크로드의 중심지 쿨룹(Kulob)에 도착했다. 낙타와 함께 오가던 대상들이 머물던 거점도시였다. 호텔건물에 있는 식당이 눈에 띈다. 점심 뷔페식이 가능하다. 야채와 과일, 튀김, 양고기 등 여러 요리가 준비되었다. 입맛에 맞는 반찬을 찾았다. 오이절임이 있었다. 날림이 있는 쌀밥에 콩 커리와 감자요리로 배불리 식사를 했다. 중앙아시아는 다양한 민족들이 어울려있다. 고려인의 애잔한 삶도 함께하는 곳이다. 우리와 비슷한 음식문화도 곳곳에서 엿 볼 수 있다.





K는 우리가 첫 파미르 손님이었다. 형의 투어에 참여하여 배웠다고 한다. 출발 할 때부터 약속이 바뀌고, 4,000M 고원에서 차량이 멈추는 상황도 있었다. 어쨌든 두산베까지 잘 가고 있다. 묵묵히 운전하느라 고생한 마음이 느껴진다. 지나고 나면 추억으로 남을 일들이다.


족히 100마리는 넘는다. 이동하는 양떼들로 먼지가 자욱하다. 서로 몸을 밀착하고 엉덩이만 보고 간다. 말을 탄 목동은 이리저리 움직인다. 동물들의 행렬이 자연스러운 곳, 느림이 있는 여행은 아름답다.



▲  양과 염소 무리들이 도로를 점령하고 이동 중이다. 



파미르 하이웨이는 소련의 전략적 군사도로이다. 영국과 중앙아시아에서의 패권 경쟁(그레이트 게임 : 1813 -1907년)으로 지금의 아프가니스탄 국경이 형성되었다. 파미르 고원은 힌두쿠시, 카라코람, 천산산맥, 히말라야등 거대한 산군을 거느린다. 여러 실크로드 루트로 반드시 거쳐야하는 중심이다. 와칸밸리의 살아있는 풍광은 오지 마니아들에게 매력적인 곳이다. 여행 안전에 대한 인식도 필요하다. 지진과 산사태, 자연재해의 위험이 산재해 있다. 아프가니스탄은 오랜시간 내전을 겪고 있다. 무슬림 문화권에 대한 이해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행의 목적은 무사히 돌아오는 것이어야 한다. 위험지역을 넘어서 인증사진을 자랑 스러워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 아프가니스탄으로 이어지는 도로 표지판



실크로드의 성자들


눈으로 즐기고 마음으로 느끼는 여행. 두 가지를 함께 할 수 있는 곳이다. 머물고 싶은 곳에서 천천히 움직이면된다. ‘멍 때리기’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시간을 멈추게 하는 마법이다. 과거 속으로 이동한다. 길을 지났던 현자들을 소환해낸다.


와칸북로는 고대 실크로드의 중심이었다. 타지키스탄 이시카심, 란가르를 거쳐 조르쿨(Zorkul Lake)호수를 넘어 중국으로 이어진다. 혜초는 중앙아시아를 거쳐 페르시아까지 두루 거친다. 귀국 여정길에 호밀국(이시카심)에 이르러 중국 사신을 만난다. 파미르 여정의 감흥을 오언시로 남겼다.


“그대는 서쪽의 길이 멀다고 한탄하나

너는 동쪽으로 가는 길이 먼 것을 슬퍼하노라

길은 거칠고 산마루에 눈도 많이 쌓였는데

험한 골짜기에는 도적 떼도 많기도 하네

새도 날아오르다 깍아지른 산에 놀라고

사람은 좁은 다리 지나가기 어렵네

내 한 평생 살아가며 눈물 흘리지 않았는데

오늘따라 눈물 주체하기가 힘들구나“


대군을 거닐었던 고선지, 구법을 위해 떠났던 현장 그리고 혜초와 함께했다. 발자욱의 흔적을 느끼는것은 감슴뛰는 일이었다. 험한 산을 넘으며 느꼈을 두려움과 고뇌가 느껴진다.


길이 좋아서인지 승용차들도 많이 보인다. 노점들이 많이 있는 곳에서 멈췄다. 누렉(Nurek Dam)댐이 있는 곳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댐 중 하나로 두산베에서 75km 떨어져 있다. 타지키스탄 전력의 90%를 생산해 내고 있다. 농업, 관계 용수로 사용되는 가장 큰 저수지이다. 휴게소 노점엔 다양한 먹거리가 있다. 수십 가지의 견과류와 말린 과일을 판매한다. 석류가 인기가 있다. 직접 기계로 즙을 내서 원액을 마실 수 있다. 일행들과 음료를 마시며 지난 시간을 회상한다.



▲ 누렉 댐 도로 휴게소
▲ 다양한 견과류와 말린 과일들
▲ 두산베 도시의 식수원인 누렉 댐 전경



드디어 두산베에 입성한다. 황토빛 고원과 초원에서 익숙한 문명 속으로.


높은 빌딩들과 흔한 도시의 광고들, 학교를 마친 교복입은 학생들이 많이 보인다. 활기가 느껴진다. 드라이버 K, 말레이시아 여행친구들. 파미르 인연들이다. 각 자의 삶 속에서 좋은 추억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옴~ 샨티 샨티!



▲ 두산베 시내 중심가



여행, 끝나야 끝난 것이다


여행! 끝나지 않았다. 문제가 발생됐다. 숙소 어플을 통해 아파트를 예약했다. 키친도 있어 간단히 요리도 해볼 생각이었다. 들뜬 마음으로 주소지를 찾아갔다. ‘헉’ 아파트가 없다.호스트와 전화도 안된다. 한 참 후에야 연결이 되었다. 수도가 고장 났으니 대신 타지키스탄 호텔로 가서 숙박을 하라고 한다. 택시를 타고 호텔로 이동했다.

“1시간 전에도 당신처럼 같은 문제로 여행자가 왔다 갔어요”

예약된 내역이 없었다. 주인과도 연락이 두절되었다. 밤은 점점 깊어졌다. 결국 다른 숙소를 체크인해야했다.


멋진 마무리를 하려고 했는데.... 알마티 첫날도 공항택시 바가지를 당했었다. 파미르에서 여행 내공을 쌓았는데 오늘 또 어설픈 상황을 겪게 된다. 도시는 도시다. 이것 또한 여행인 것을. 마음을 비워야지. ‘옴 마니 밧 메흠’


실크로드는 여행자를 가슴 벅차게 한다. 키타로의 음악을 들으며 상상을 한다. 사막의 타는 목마름, 눈보라 몰아치는 고원에 서있는 나를 만난다. 길에 들어선 이상 이야기는 시작된다. 자연에 순응하며 욕심을 버리고 살아가는 사람들. 행복은 멀리 있지 않음을 배운다. 내게 삶의 화두를 던져본다. 파르밧! 너의 여행은 무엇이니?


파미르 여행을 마치고 시간이 흘렀다. K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인스타그램에 사진이 몇 장 올라왔다. 여전히 길 위에 있다. 눈 덮힌 설원. 체인을 감고 힘차게 달리고 있다.



글. 사진 김진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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