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밧 모험 여행 ⑱] #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여행은 종합선물세트와 같다. 과자상자안엔 희망이 가득하다. 세계의 정의를 위해 싸우는 아톰이 있다. 정을 담은 초코파이가 있다. 어릴 적 받고 싶은 선물 1순위였다. 제일 모양이 없는 것부터 개봉한다. 달콤한 초코릿은 마지막까지 남겨둔다. 언제나 풍성 할 것 같았는데 텅 비어있다. 아쉬움이 남는다. 포장지엔 멋진 그림들. 포켓몬스터와 태권브이를 오려 보관한다. 두꺼운 박스는 딱지 접기로 으뜸이다. 왼손에 두툼이 들고 대문을 나선다. 행복한 추억이다.
이른 새벽 예약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향한다. 마지막 귀국 여정이다. 두산베에서 우주베키스탄 타슈켄트로 이동이다. 한나절 정도 여유가 있어 시내를 둘러볼 수 있다. 파미르에서의 시간이 꿈같이 지났다. 오늘도 고원길을 달려야 할 것 같은데 허전한 마음이 든다. 저비용 소남(Sonam)항공으로 50여분 소요된다. 고도를 낮게 산악지역 위로 비행한다. 마운틴 플라잇을 하는 느낌이다. 황토빛 노란색부터 붉은 적토까지 다양한 색이다. 봉우리에 히끗한 눈들이 쌓여 높은 산들임을 알게 한다. 어느 순간 광활한 평야가 시작된다, 치크치크 강과 이어진 운하가 도시를 가로 지른다.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큰 도시 타슈켄트에 도착한다.
타슈켄트의 타슈(Tosh)는 돌, 켄트(Kent)는 도시라는 뜻이다. 천산 산맥 줄기에서 흐르는 치르칙 강(Chirchik River) 오아시스 도시로 2200년의 역사도시다. 우즈벡 소비에트 공화국의 수도 였으며, 1991년 독립 후 우즈베키스탄의 수도가 되었다.
카자흐스탄 알마티부터 우즈베키스탄까지 두루 둘러보고자 했다. 매력있는 여행지다. ‘론니 플레닛’ 에선 최고의 여행지 Top 10에 소개되었다. 파미르는 ‘휙’ 하고 둘러볼 곳이 아니다. 머무는 여행지다. 파미르에서 더 깊숙이 다니게 되었다. 잠시 일시정지하고 현실도 돌아간다. 어느 순간 문을 열면 타슈켄트에 서 있을 것이다. 티무르 제국의 화려한 문화에 대한 기대가 크다. 여행자의 설레임은 언젠가 현실이 된다.
여행자들의 바이블 ‘론니 플래닛’이 있다. 배낭이 무거워도 꼭 넣어 다녔다. 주로 텍스트 정보로 안내하지만 정보의 신뢰가 높다. 1991년 걸프전 ‘사막의 폭풍작전’ 당시 참전군인들에게 ‘론니 플래닛(Lonely planet)'을 전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아날로그 여행을 통해 현지인들과의 소통하는 즐거움을 얻는다. 구글맵과 인터넷의 발달은 여행의 질을 변화시켰다.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한다. 시간과 공간, 언어 소통의 한계를 넘어섰다. 낯선 여행지에서 핸드폰은 필수가 되었다. 얀덱스(Yandax) 어플을 이용하면 이동이 자유롭다. 승, 하차 그리고 결재까지 클릭 몇 번으로 해결된다. 데이터를 충전하고 공항을 나선다. 모스크로 가기위해 목적지를 입력하고 차량을 호출했다. 실시간 위치를 확인할 수 있어 어렵지 않다.
현대적인 건축미, 마이너 모스크(Miner mosque)
문화유산 사원들은 오랜 역사를 지닌다. 마이너 모스크는 현재적 감각의 디자인으로 만들어 졌다. Ankhor 수로가 흐르는 곳에 위치하며, 주변 경관이 잘 정비되어 있다. 하얀색 대리석 외관과 청색돔은 맑고 깨끗하다. 하늘빛을 담아내듯 이채롭다. 2,4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섬세하고 화려한 문양은 예술적인 가치가 높다.
중앙아시아 최대, 초수르 바자르
서민들의 삶을 볼 수 있는 초르수 바자르.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큰 시장이다. 큰 돔구장처럼 만든 건물이 메인 센터다. 마치 모스크를 연상시킨다. 주변으로는 물품별 구획이 나뉘어져 있다. 내부에 들어서면 높은 천장 때문에 시원한 느낌이 든다. 냉장되지 않은 생고기 정육점, 견과류, 말린 과일, 반찬 코너들이다. 김치, 오이절임, 순대. 나물무침 등 한국식 반반들과 다르지 않다. 갖은 양념에 벌건 고춧가루 색깔은 무척 매워 보인다. 현지인들에게 인기가 많다. 이것저것 시식을 해보다 저울에 계량을해서 구입한다.
‘안뇽하세요?’ 눈요기를 하면서 지나가는데 반갑게 인사한다. 고려인 아주머니시다. 한국말은 못하시지만 동질감을 느낀다.
고려인 이주 정책은 우리 민족의 애환이 서려있다. 일본의 침략으로 극동지역 정세는 급변하고, 소련은 위기감을 느낀다. 이에 1937년 연해주의 고려인 18만명을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으로 강제이주 시킨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강한 민족의 역량으로 삶을 살아간다.
건물 외부로 나가면 없는게 없다. 품목별로 섹션이 나뉜다. 세상의 모든 과일을 모은 청과물, 실크로드를 상징하는 문양의 그릇들, 후각을 자극하는 향신료... 없는게 없다. 차양으로 하늘을 가렸다. 햇빛은 뜨거워도 그늘에 들어서면 시원하다. 양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한다. 맛집 이다. 야외 테이블에 사람들이 꽉 찼다. 자리에 않으면 주문은 자동이다. 모두들 샤슬릭(바비큐)을 먹는다. 양고기, 치킨. 이름모를 내장 꼬치들을 숯불에 잘 구워낸다.
제국의 영광, 아미르 티무르
대중 교통을 이용해 보는것은 흥미롭다. 타슈켄트 지하철은 3개의 라인이 있다. 입장할 때 보안 검사를 받아야한다. 열차는 오래된 느낌이 들지만 역사마다의 고풍스런 디자인이 독특하다. 티무르 공원에서 내려 밖으로 나온다.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 곳이다. ‘아미르 티무르’는 우즈베키스탄 역사상 가장 넓게 영토를 넓힌 인물이다. 소련으로부터 독립하면서 레닌 동상을 철거하고, 아미르 티무르 동상을 세웠다.
아미르 티무르(1336 - 1405)는 사마르칸트 부근 케시에서 태어났다.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에겐 정신적인 영웅이다. 칭기스칸 이후 최대의 영토를 차지한다. 이란에서 중앙아시아에 이르는 통치자였다. 제국의 수도는 사마르칸트였다. 1405년 중국 명나라 원정길에 병사를 한다. 그의 죽음으로 제국의 꿈은 멈추게 된다. 시신은 사마르칸트의 구르 아미르에 안치되었다.
공원 주변으로 관공서, 대학교, 국립 박물관등 주요 건물들이 위치해 있다. 브로드웨이는 시민들이 즐겨찾는 젊음의 거리이다. 특별히 이색적이진 않다. 작품을 전시한 화가들, 수공에품을 파는 노점들, 길거리 축제때 볼 수 있는 놀이. 게임들을 할 수 있다. 밤이 되니 연등처럼 불을 밝힌다. 중국풍의 등불축제를 연상하게 된다. 아이들과 함께 즐기는 가족들의 행복한 모습을 본다. 머물고 싶은 순간이다. 사진기의 메모리카드는 여기까지다. 인천행 비행기 안이다, 떠날 때와 돌아갈때의 감정은 사뭇 다르다.
여행은 바이러스다. 소리 없이 다가와 몸을 상하게 한다. 약한 육체의 구석구석을 탐하며 머문다. 상처는 시간이 해결해 주지만 흔적은 오래 남는다. 언제나 현재형일 듯 했던 여정들이 아득해진다. 아무것도 없었던 무(無)의 시간으로 돌아간다. 여행을 마치면 자신이 여행한 날의 1.5배수의 시간을 즐긴다. 사진을 정리하고 검색을 한다. 잊지 않고 싶어서이다. 잠시 일지정지를 하고 일상으로 돌아간다. 마음에 즐겨찾기를 해두었다. 다음 여행의 시작은 타슈켄트, 티무르의 흔적을 찾아 떠날 것이다.
글. 사진 김진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