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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밧 Apr 22. 2020

고원의 바람...삶의 방향을 보다 '란가르'

[파르밧 모험 여행 ⑬] #Day4무르갑 - 란가르


북미 최고봉 데날리(6,194m). 마음속에 꿈꾸던 등반이었다. 정상을 향한 마지막 캠프에 도달했다. 세차게 몰아치는 눈보라가 매정하다. 고립된 텐트 안에서 사투의 시간만 흐른다. 왜 오르려 하는지 끊임없는 질문을 던진다. 떨어진 식량과 고산증세의 괴로움. ‘그래 여기까지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베이스 캠프까지 하산을 했다. 실패한 등반이지만 삶의 큰 방향이 되었다. 파미르에서 내 마음의 산을 만났다.




▲  무글갑 마을 전경. 높은 산을 넘으면 중국의 타스쿠르칸으로 이어진다


여행의 새날, 길 위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마을의 아침을 만나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나섰다. 그냥 발길 닿는대로 걷는다. 목동이 양과 염소들 무리를 데리고 먹이를 위해 이동한다. 작은 개울가에서는 아주머니들의 빨래가 한창이다. 물에 헹군 옷을 돌 위해 얹어 두둘겨 댄다. 돔 모양의 회교사원은 잠겨있다. 무슬림이 대부분인 파미르 사람들에게 종교는 삶의 의지이자 희망이다. 혹독한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보자기로 감싼 여인들의 거친 주름에 삶의 애환을 느낀다. 하얀색 바탕의 파란색 창문이 눈에 띈다. 전통문양으로 멋을 내고 은 호리병을 놓았다. 꼬마 여자 아이가 문을 열고 나온다. 날씨가 추워서 일까? 물이 부족해서 일까? 오른손에 물을 조금씩 부어가며 고양이 세수를 한다. 나와 마주침이 멋쩍은지 눈인사를 한다. 평화로운 아침이다.



▲  회교사원
▲  마을을 가로지르는 냇가 주변에서 동물들을 방목한다
▲  먹이를 찾아 이동하는 소들



파미르 삶의 길을 달리다. M41


오늘은 파미르의 심장 와칸밸리로 들어간다. 파미르 하이웨이를 벗어나면 숨은 비경을 만난다. 사막과 어울림을 갖는 호수들이다. 불룬쿨과 야시쿨 호수를 방문할 것이다. 주유소에서 연료를 가득 채웠다. 비상용으로 한 통을 더 담았다. 길에서 문제가 생기면 누구랄 것 없이 도움을 준다. 무엇하나 풍족하지 않지만 사람들의 정은 깊다.


마을 초입 체크포스트를 지난다. 여행자들은 비자외에 파미르퍼밋(GBAO)이 있어야한다. 파미르 하이웨이는 중국,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오랜 내전도 격은바있어 정치적 긴장감이 민감한 지역이다. 강하나 사이로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이 나뉜다.



▲  마을 주변 검문소에서 파미르 퍼밋 확인을 받는다



1991년 소련의 붕괴로 독립을 하게 된 타지키스탄은 공산당과 이슬람세력간의 분열로 큰 내전을 겪게 된다. 우즈베키스탄과 러시아의 개입으로 장기화되었고 1997년 휴전협정이 체결되었지만 10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파미르의 슬픈 역사다


종일 차로 이동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덜컹거리는 비포장길에서 온몸이 요동을 친다. 몸이 힘들면 좋은 풍광도 그냥 지나친다. 멋진 스폿 지점에서는 멈춰선다. 뒤를 돌아보면 색다른 풍광이 펼쳐진다. 도로변에 웬 호랑이 동상이 있다. 공터에는 차량 하부를 점검할 수 있는 거치대가 있다. 대부분 투어차량은 일본의 중고 랜드크루저다. 주기적인 차량상태 확인이 필요하다.



▲  도로 옆에 차량 점검을 위한 거치대가 있다. 
▲  야크 떼를 몰로 이동하는 목동. 야크는 고산에서 가장 유용한 동물이다



야크 떼가 길을 막았다. 성난 황소 같은 뿔에 덩치는 산 만한 녀석들이다. 마주 오는 차량은 안중에도 없이 성큼 성큼 다가온다. 누가 먼저 비켜서는지 기 싸움이라도 할 모양세다. 오도 가도 못하고 있는 사이 해결사가 나타났다. 목동이 돌멩이 하나를 던지며 ‘휘~익’ 휘슬을 분다. 꿈쩍 않던 녀석들이 일사분란하다. 도로의 차량을 피해 언덕으로 올라간다. 야크는 척박한 고산에 최적화되었다. 운송수단이자 단백질의 공급원이다. 배변은 모아 말려 연료로 사용한다.


눈이 부실 정도로 맑고 푸르다. 작은 호수에 하늘이 담겨 있다. 물이 맑아 속이 훤히 보인다. 새카맣게 흐늘거리는 것들은 물고기였다. 바위에 올라 포즈를 취한다.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서다.



▲  지각 변동에의한 파미르 고원의 독특한 지형들을 지난다
▲  알리추 마을 도착 전 작은 호수. 맑고 투명한 호수에 물고기가 떼로 몰려 있다



실크로드 오아시스, 알리츄 마을


알리츄(Alichur)는 작은 마을이다. 물자를 수송하는 차량들이 정차한다. 휴게소의 역할을 하는 곳이다. Cafe & Hotel Golden Fish가 눈에 띈다. 숙박과 식사를 함께 할 수 있다. 허름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큼직한 빵과 차를 내주신다. “어떤 요리가 가능한가요?” 호수에서 잡은 물고기 튀김이 가능했다. 바삭하게 튀겨 소금으로 간을 한 것이 맛이 있다. 낙타로 오가던 길은 이제 트럭들이 담당하고 있다. 중국을 오가는 컨테이너 차량이다. 실크로드는 누군가에게 삶의 시작이자 끝이었을 것이다. 알리츄는 모래 바람을 피하고 지친 몸을 쉴 수 있는 오아시스 마을이다.



▲  옛 실크로드 길의 오아시스 알리추 마을. 드라이버들이 휴식을  취하는 곳이다
▲  고원의 아이들



M41을 달리던 차량은 중요한 갈림길에 섯다. 파미르 투어를 계획할 때 여행 일정과 관심에 따라 루트를 정할 수 있다. 짧은 일정이라면 호로그까지 포장된 편안한 길을 따라 이동할 수 있다. 다른 방법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가장 험한 길을 택하는 것이다. 협곡을 따라 이동하는 와칸밸리다. 타지키스탄의 파미르강과 아프가니스탄의 판지강은 란가르에서 합류한다. 은둔의 파라다이스가 시작되는 곳이다. 와칸밸리를 선택했다. 파미르의 많은 곳들을 보고 싶었다. 여행지에서는 함께하는 사람들의 팀웍 이 중요하다. 끊임없는 결정을 해야 할 일들이 생긴다. 성격과 성향이 바로 드러난다. 소통을 중요시하며 최선의 선택을 지향해야한다. 예상치 못한 상황들을 경험하면 더욱 좋다. 지나고 나면 오랜 기억으로 남게 된다.


편안한 M41을 벗어났다. 물에 비친 설산이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한 불룬쿨(BLUNKUL LAKE) 과 야시쿨(YASIKUL LAKE)을 다녀오기로 한다. 누군가 지났을 바퀴 흔적을 따라 달린다. 파미르에서 가장 큰 카라쿨 호수를 보았던터라 대단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건조한 탓에 물의 수량도 적어 보인다. 호수와 하늘이 주는 멋은 일출 일몰 때다. 강한 햇빛에 숨어있던 빛들이 여러 색깔을 뿜어낸다. 사진가들은 아름다운 순간을 담고자 기다리며 인내한다. 야시쿨까지는 걸어서 가보기로 한다. 멀리 않아 보였는데 한참이다. 동물의 먹이로 풀을 가득 실은 트럭이 지나간다. 황무지 고원에서 유목생활은 쉬운일이 아닐것이다.

체리는 드론을 준비했다. ‘오. 멋지다!’ 꽤 높이 날아올라 보이는 뷰는 새롭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경치에 취했다.



▲  블룬쿨 호수(Bulunkul), 파미르에서 가장 추운곳 중의 하나이다. 호수에 비친 노을이 아름다운 곳
▲  야시쿨 호수(Yashkul lake) 가는 길



생수 한 병. 행복의 가치는 얼마인가요?


왔던 길을 되돌아가 간다. 속도를 낼 수 없는 길이다. 모래위를 달리고있다. 바퀴가 땅에 빠져 천천히 움직여야한다. 왼편으로는 파미르강이 흐른다. 산들은 겹겹이 높게 솟아 하늘을 가린다. 일몰 전이지만 산의 그림자 때문에 어두워지고 있다. 간간히 보았던 자전거 여행자들과 지프차량들도 보이지 않는다. 자전거를 끌고 가는 유럽 여행자 남녀가 길 위에 서 있다. 손을 흔들어 우리 차량을 세운다. ‘Do you have water?' 여자의 바짝 바른 입술이 물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1.5리터 생수 2병을 건내 주었다. 가슴에 품고 행복해 한다. 벌컥 벌컥 숨도 쉬지 않고 마신다. 란가르에서 와칸밸리를 따라 올라왔다. 절벽 아래에 계곡이라 물을 얻는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이파이브로 응원을 했다. 무엇이 저들을 이곳에 오게 했을까? 파미르에서의 물 한 병. 행복의 가치는 내가 있는 상황에 비례한다.


아프가니스탄과 접한 국경이라 무장한 군인들이 지킨다. 부대 막사도 있는걸 보니 꽤 규모가 크다. 밤이 되니 기온이 뚝 떨어져 겨울날씨가 되었다. 군인들은 털모자, 장갑에 두꺼운 야상으로 보온을 하고 있다. 근엄하게 여권과 퍼밋을 살피더니 해맑게 인사한다. “웰컴 타지키스탄. 타지키스탄 좋아요?“ ”타지키스탄은 아름다운 곳이에요“ 세상과 단절된 곳에서 만나는 여행자들이 무척 반가운가보다. 짧은 영어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란가르까지는 2시간 정도 더 이동해야 한다. 낭떠러지 길이라 조심한다. 산중은 암흑이다. 한 참 아래에서 강물 소리가 들린다. 차라리 절벽아래가 보이지 않는게 낫겠다 싶다.

‘앗. 깜짝이야’ 멈칫한 차량에 다들 놀랬다. 헤드라이트에 아이가 나타났다. 캄캄한 길가 바위에 나무 지팡일를 들고 앉아 있다. 그리고 소 떼들을 몰고 집으로 가는 길 이었다. 마을까지는 한참 더 가야 할 텐데 렌턴도 없이 이동 중이다. 좁은 도로에서 불빛에 놀라 우왕자왕하는 소들을 피해 길을 벗어났다. 란가르의 불빛이 보인다. 잊지 말아야한 것이 있다. 심한 바람이 몰아치고 단절되어 무엇하나 할 수 없을 때, 하늘을 올려본다.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이 파미르의 어둠을 지배하고있다. 별들이 여행자의 길을 안내할 것이다.



▲  밤 늦게 란라르에 도착해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일행



글. 사진 김진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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