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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밧 Apr 22. 2020

느린 시간 속으로, 행복 오아시스 '무르갑'

[파르밧 모험 여행 ⑫] #Day3 카라콜 호수-무르갑


오지의 동물들은 순수하다. 사람들과 친근하다. 한 때 남극 장보고기지에서 탐사대원으로 활동했었다. 펭귄마을을 방문했다. 사람들한테 얼마나 호기심이 많은지 모른다. 졸졸 따라다닌다. 한 마리가 아니고  점점 줄이 이어진다. 헬리콥터가 이륙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모여든다. 멀리 보내고 나서야 기지로 돌아 올 수 있었다. 펭귄 마을에서 나는 피리부는 소년이 된다. 자연의 시간은 느리지만 오래 머물게 한다.




▲  키르기스어로 '검은 호수'를 뜻하는 카라쿨 호수. 파미르에서 가장 높은 곳(3,600m)에 위치한다



고원의 아침. 한기를 느끼며 일어났다. 3,600m 고도 때문에 머리도 조금 지끈거린다. 일교차가 크다보니 감기기운도 있다. 산 너머에서 햇빛이 오르며 호수를 비춘다. 파란 호수는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다.  마을에서 10여분 걸어가면 카라쿨 호수(Karakul lake)에 도착한다.


히말라야, 카라코람 산군은 파미르와  이어지며 독특한 풍광을 자아낸다. 지각변동, 지진으로 땅이 융기되거나 협곡을 이룬다. 지구 생성의 비밀을 간직하며 거대한 빙원을 만들었다. 빙하가 녹아 흐른 물은 파미르에서 가장 크고 깊은 호수가 되었다. 수 십 만년 전 운석의 충돌로 형성된 호수는 그 깊이가 200m가 넘는다. 카라쿨이 '검은호수'라 불리는 이유이다. 여름이 시작되는 6월이면 얼음이 녹아 호수의 자태를 보여준다.


호수 산책을 위해 나섰다. 고양이와 개 몇 마리가 동네를 어슬렁거린다. 고양이는 개를 보더니 ‘흠칫’ 놀라 도망간다. 누렁이가 꼬리를 흔들며 반긴다. 어느새 개는 3마리가 되었다. 서로 장난도 치고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이리와~!’ 하고 신호를 보내면 잘 훈련 된 것처럼 달려온다. 배가 많이 고픈 것 같은데 먹을 것이 없어 미안하다. 호수에 새 한 마리가 있다. 허리를 낮추고 슬금슬금 다가가 빠르게 달려든다. ‘후루룩’ 날아 가버린 새를 멍하니 바라본다. 애초에 잡을 의도가 없었나보다. 차가운 물에는 발을 담그지 못한다. ‘아침 기온이 낮아 서리가 내렸나?’ 호수 주변에 하얀 가루들이 보인다. 여기저기 뛰어 다니던 개가 몸을 비벼댄다. 맛을 보니 짠맛이 난다. 흙속에 염분이 섞여 있었다.


호수를 병풍처럼 두른 설산을 한참 바라보며  마음에 새겨둔다. 여행을 마치고도 이 평온함을 잊지 않기를.

개들은 숙소 대문까지 따라왔다. 함께 동행해준 고마움에 비스킷을 주니 잘도 먹는다. 홈스테이 아침은 간단하다. 주위에 수퍼마켓이 있는 것도 아니고 황량한 고원이다. 흙으로 만든 집에 벌거승이 산 밖에 없다. 계란 오믈릿과 빵, 차를 준비해 주셨다. 화덕에 갓 구운 빵은 바삭하고 맛이 있다. 홍차에 설탕을 여럿 스픈 넣어 함께하면 간편한 식사대용으로 충분하다. 미한함을 느끼는 주인아주머니에게  손님을 대하는 정성이 느껴진다. 무르갑에서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한다.

 


▲ 카라쿨 홈스테이 하우스

 


타지키스탄 국경을 넘으며 고장났던 차량이 문제였다. 케이는 이른 새벽 차를 몰고 나갔다. 11시가 되어서야 어디선가 수리를 마치고 돌아왔다. ‘노프러블럼’ 이라고 한다. 다행이다. 오늘은 카라쿨에서 135km 떨어진 무르갑(3756m)까지 3시간여 이동이다. 파미르 하이웨이에서 가장 높은 악바이탈(Ak - Baital Pass : 4,655m) 고개를 넘어야 한다. 파미르 하이웨이는 4,000m대 고원을 오르내리기에 고산증세 적응이 중요하다. 수분섭취를 자주하고 컨디션 조절을 해야 한다. 모든 것이 부족하고 불편한 환경이라 탈이라도 나면 여행에 차질이 오게 된다. 홈스테이 앞에서 사진을 찍고 출발한다. 멋진 자연의 조화, 친절한 사람들, 아랫목에 몸을 녹이듯 따듯한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 파미르 홈스테이다.



▲ 자전거로 파미르 하이웨이를 달리는 여행자들. 두산베를 출발해 오쉬로 향하고 있다
▲ 파미르 하이웨이
▲ 파미르에서 누구나 자유를 얻는다



타지키스탄 길은 간단히 아스팔트로 포장되어 편하다. 비포장길이어도 잘 정비되어 있는 편이다. 울퉁불퉁 길이 심하지 않다. 쭉 뻗은 도로 너머에는 설산들이 펼쳐진다. 단조로울 수 있을 풍광이 다이나믹해진다. 도로 한 가운데서 사진을 찍었다. 반대편에서 자전거로 넘어 오는 여행자들이 있다. 서로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한다. 참 대단해 보인다. 아마도 우리의 마지막 종착지 두산베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몇날 며칠이 걸려 이곳을 지나고 있다. 춥고 험한 길을 자전거로 넘어오다니...



▲ 파미르 하이웨이를 달리는 4WD 차량
▲ 일부 아스팔트 구간을 지나면 비포장길이 이어진다



파미르 하이웨이는 쉬운길이 아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길을 오가는 여행자를 위해 비상 쉘터들이 있다. 허물어진 건물과 캠핑, 식수를 공급 할 수 있는 곳이다. 서서히 오르막이 시작 될 즈음 악바이탈(AK-Batal : 4,655m) 표지판이 보인다. 고도가 높아 질수록 풍광은 더 와이드 해진다. 제일 높은 곳에 올랐다. 반대편에서 넘어오는 사람들이 길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고개를 넘으면 무글갑까지는 내리막이다. 카라콜에서는 평원을 달리다 설산을 보면서 올라간다. 내려갈때는 깊은 계곡에 형성된 협곡을 따라 구불구불 내려간다. 한 낮의 햇빛이 뜨겁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을 막기위해 옷으로 가림막을 했다.  파미르에서는 느리게 움직여야한다. 멋진 경치들은 사진기 뷰파인터에 담기 모자르다. 차에서 내려 긴 호흡으로 마음에 담아야한다.



▲ 비상 쉘터로 이용한 흔적의 건물
▲ 파미르 아이웨이에서 가장 높은 악바이탈 패스(4,655M)
▲  악바이탈 고개를 넘어 무르갑으로 향하는 길



직선으로 펼쳐진 도로를 달리니 졸음이 밀려든다. 간간히 건물들이 보인다. 해발 3,476m의 무르갑은 파미르에서 꽤 큰 마을이다. 파미르 뿐 아니라 중국 국경을 잇는 교통의 요지다. 메인 도로 주변으로 호텔, 홈스테이. 관공서가 있고 작은 비행장도 있다. 언덕 아래 평지에는 마을과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컨테이너를 개조한 상점들이 줄지어 이색적인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1,917년 이전까지 러시아 군사 요충지였다. 소련붕괴 이후 중앙아시아 여러 나라들이 독립을 하게 된다. 무르갑은 타지키스탄에 속해있지만 7,000여명의 인구 절반 이상이 키르키스탄 민족이다. 때문에 민족간의 문화가 교차되는 곳이기도 한다. 무르갑에서는 1시간 시차가 있는 키르기스스탄 시간을 사용한다.


No dream, No story.

 

마을이 한 눈에 바라보이는 곳에 위치한 파미르 호텔에 묵기로 했다. 외관은 깨끗해 보인다. 입구 유리창에는 그 동안 많은 사람들이 거쳐간 흔적들이 있다. 자동차, 오토바이. 자전거등 여행자들이 남기고간 스티커들이 붙어있다. 대부분 모험을 즐기는 여행자들이다.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고, 유럽에서 아시아까지 거침없이 넘나든다. 자동차든, 오토바이든, 배낭을 둘러멘 여행자에겐 장벽이란 없어 보인다. 꿈을 향한 여정이다. 스치듯 머물렀을 사람들과의 교감을 느낀다. 호텔 입구 정원에서 여행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진흙으로 범벅이 자전거를 보니 얼마나 거칠게 달려왔을지 알 수 있다. 오지여행의 묘미는 오감으로 느끼는 감흥이다. 몸이 힘들어도 행복한 여운이 남는다.  

 


▲  현대적인 시설의 파미르 호텔, 타지키스탄 대통령 사진이 걸려있다


▲  파미르 하이웨이를 거쳐간 여행자들의 스티커



4인실 도미토리룸에 체크인 했다. 추위를 피하고 따뜻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게 어딘가! 주어진 여건에 감사함을 느낀다. ‘ 뜨거운 물이 나올려나?’ 손잡이를 돌려본다. ‘나온다’ 따뜻한 온수로 샤워를 하니 기분이 좋다.


느린 시간 속으로, 무르갑


마을 중심가에는 독특한 바자르(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파미르를 오가던 컨테이너 상자를 다닥다닥 붙여 건물로 개조했다. 문구점, 식품점, 옷가게, 야채, 과일 등 다양하다. 한국 컨테이너도 보인다. 마을 주변에 물이 흐르는 강이 있어서 인지 파릇한 초지들이 보인다. 양과 염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유목생활과 물품교역, 여행자를 위한 홈스테이를 주 생업으로 하고 있다.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어 오가는 물품이 많다. 식수가 부족한 탓에 마을 공동우물을 이용한다. 물을 받기 위해  펌프를 하고 양동이에 담아 나른다.



▲  컨테이너 바자르로 유명한 무글갑 시장 모습
▲  마을 중심가에 위치한 바자르



마을은 우리의 시골 읍내와 같을 것이다. 바자르에는 현지인 뿐 아니라 여행물품을 구입하려는 외국인들도 많다. 아이들은 엄마 손을 잡고 구경을 나왔다. 내장이 발린 양고기는 쇠고리에 걸려있다. 땅을 경작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유통기간이 오래되었는지 야채와 과일은 신선해 보이지 않는다. 공터에는 다양한 차량들이 모여있다. 어디론가 떠나기 위해 사람들을 가득 테운 마슈르카, 움직이는게 신기할 정도의 오래된 자가용, 파미르 마을을 오가는 장거리 4WD. 그 중에 호텔에서 보았던 캠핑카가 눈에 띄었다. 아이들과 여행을 하고 있는 금발의 러시아가족이다. 차량이 엄청 튼튼해 보였다. 연료를 채우는 중이다. 파미르에선 주유소와 수리시설이 흔지 않다. 비상시를 대비해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아이들과 함께한 파미르 횡단 여행! 삶을 성장시키는 힘이 될 것이다.


드라이버 케이가 차량에 수박을 한 가득 싣고 온 이유가 있었다. 케이의 가족들은 무르갑에 살고 있었다. 본인은 키르키스스탄에서 공부를 하고 오쉬에서 살고 있다. 가족과 마을 사람들을 위한 선물용이었다. 우리에게 풍족한 먹거리와 물품들이 파미르에서는 소중한 것들이다.

 


▲  아이와 함께 캠핑카를 이용해 실크로드를 횡단하고 있는 여행자 차량



작은 오아시스 마을 무르갑은 파미르의 교차로다. 두산베에서 시작해 오쉬로 향하는 사람들에겐 험한 악바이탈 고개를 넘기 전 휴식을 취하는 곳이다. 반대로 오쉬에서 온 여행자라면 불편한 고산증세에서 다소 벗어날 수 있다. 무르갑 이후 점차 고도가 낮아지게 된다. 같은 방 유럽 친구는 자전거로 여행을 하고 있다. 카라콜 호수에서 넘어 왔다고 하니 궁금한 것이 많다. 물을 구할 수 있는 곳들이 있는지 물어본다. 추위와 물 때문에 고생을 했다고 한다. 무르갑에서 느낀 문명의 행복감도 잠시, 여행자는 다시 떠날 채비를 한다. 힘든 길임을 알면서 길 위에 선다.

 

하늘 높이 솟은 벽이 놓여있다. 자연의 변하를 거스르지 않고 천천히 다가간다. 어느새 산을 넘어 호수를 만나게 될 것이다. 마지막 오쉬로 향할 때 여행자의 마음에는 어떤 느낌이 남을까? 히말라야 정상에 오른 산악인들의 마음과 같지 않을까? 무언가를 해 냈다는 희열이 클 것이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그 길에 서고 싶다. 내 삶의 오아시스가 필요할 때 무르갑을 거닐고 있을 것이다.

 

글. 사진 김진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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