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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밧 Apr 22. 2020

'파미르 하이웨이' 여행을 즐겨라

[파르밧 모험 여행 ⑩] #Day1 오쉬(Osh)-사리타쉬-툴파쿨



여행자의 시간은 영화의 시작이다. 오프닝은 이야기의 궁금증을 자아낸다. 예기치 않은 전개는 관객을 집중하게 한다. 어떤 일이 생길까? 주인공이 되어 감정을 이입한다. 갈등을 벗어나 엔딩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몰입도가 클수록 여운이 오래 남는다. 여행을 마친 현실. 그리움이 남는다면 좋은 영화 한편을 본 것과 같다.




▲  자전거로 파미르를 넘는 여행자들이 많이 있다



게스트하우스의 아침은 활기차다. 서로에게 인사를 나눈다. 얼굴에 긍정의 에너지가 넘쳐난다. 배낭을 둘러메고 어딘가 향하는 여행자는 행복하다. 다시 올지 모를 시간에 최선을 다하게 된다. 파미르의 시간이 다가왔다. 11시에 픽업 오기로 했는데 한참 지났다. 여행 메이트 리(Lie)에게 연락이 왔다. 드라이버가 1시간이 늦는다고 한다. 조급해하지 않고 기다렸지만 12시가 넘어서도 오지 않는다.



▲ 파미르 여행자들의 휴식처. 게스트하우스



“혹시 드라이버 에이전트 소속이니?” 리(Lie)에게 물었다

“아니. 개인이 하는 거야! 10% 계약금도 이미 지불했어!” 뭔가 느낌이 좋지 않다. 이러다가 일정이 꼬이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오후 2시가 되어 연락이 왔다.

“파르밧! 드라이버 지금 왔어. 픽업하러 갈께!” 서로 멀지않은 숙소라 일행은 금방 도착했다. 

“헉!” 랜드크루저가 아니라 소형 승용차다. “이차에 우리 다 타고 간다고?” 일이 제대로 꼬여버렸다. 마슈르카를 타기위해 버스터미널로 간다고 했다. 기다림에 지친 일행은 말없이 푸념이 크다. 파미르 여행을 너무 만만하게 생각했나 싶다.


이유인 즉, 드라이버 퍼밋이 나오지 않았다. 파미르 지역은 아프기니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지역으로 별도의 허가를 받아야한다. 오늘은 툴파콜까지 우리끼리 이동해야한다. 내일 퍼밋을 받아 유르트 캠프로 픽업을 오겠다고 한다. 오긴 하는 건지! 

어쩔 수 없다. 너무 늦었으니 일단 출발하기로 했다. 정류장에는 여러대의 마슈르카 차량이 호객을 하고 있다. 사리무골까지 가는 차량을 확인한다. 정해진 시간 없이 사람이 채워지면 출발하는 시스템이다. 내일은 키르기스탄 국경을 넘는다. 타지키스탄 소모니로 환전을 하고 시장에서 물, 과일, 채소를 충분히 샀다. 엄청 저렴하다. 큰 수박, 메론 한통에 500원 정도 한다. 오이,  토마토. 사과. 포도, 배 할 것 없이 진열된 과일을 뜸뿍 샀는데도 1,100솜(1$=70솜) 20,000원이 안 된다. 도시를 벗어나면 쉽게 구하기 어려울 것이다.



▲ 저렴하고 풍성한 과일들
▲ 수박, 멜론은 여행중 최고의 과일이었다



마슈르카에  승차한 현지인들과 인연이 되었다. 부모와 함께하는 아이들, 어르신,  손에손 장을 본 물품들이 가득하다.  생필품부터 타이어까지 좁은 복도에 가득 쌓였다. 쿠키를 하나씩 건네며 눈인사를 했다.  드디어 출발하는가 했는데 어딘가를 계속 돌고 있다. 빈 좌석은 모두 채워졌다. 미리 드라이버에게 예약을 한 사람들인것 같다. 잘 아는 동네 지인처럼 친근하다. 한시간을 돌았는데도 아직 시내를 벗어나지 못했다. 타이어 교체를 위해 정비소에 멈췄다. 예정에 없었지만 마음을 비우는게 좋겠다. 사람들은 개의치 않고 차에서 내려 기다린다. 여유가 있다. ‘왜 우리만 마음이 조급하지?’ 너무 늦게 캠프에 도착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 마슈르카는 시내를 벗어나기 전 타이어 교체를 위해 정비소에 들렀다



오쉬를 벗어나니 풀 한포기 없는 흙산이다. 자전거를 타고 마주오는 여행자들도 보인다. 긴여정을 마치고 마지막 오쉬로 향한다. 큰 성취감을 느끼리라 여긴다. 협곡을지나 서서히 경사가 있는 오르막이다. 고도가 높아지며 평원의 한  눈에 들어온다. 높은 고개 Thankful pass를 넘어야 한다. 길은 구불구불 한데다 큰 컨테이너 트럭이 앞에 있어 빨리 갈 수 없다. 베테랑 운전실력이 아니면 쉽지 않을 길이다. 


산 너머로 석양이진다. 숙소까지 가려면 아직 멀었는데 금방 어두워진다. 고개를 넘어 빠르게 고도를 낮춘다. 내리막 아래 사리타시 마을이다. 사리타시에서  오던길을따라 직진하면 타지기스탄 국경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우리 파미르 일정은 메인도로를 벗어나 사리무골로 간다. 레닌봉을 볼 수 있는 호수 툴파쿨에서 1박을 할 계획이다. 


▲ 구불 구불한 길을 돌아 고개를 넘으면 사리타쉬로 이어진다
▲  소 떼  들이 길을 막고 있다. 파미르에서는 자연스러운 장면이다



오쉬에서 두샨베까지 이어지는 파미르하이웨이 여정은 여행자들의 계획하에 일정을 선택 할  수 있다. 4WD 차량으로 연일 4,000미터가 넘는다. 고소병에도 노출되기에 무엇보다 여행자 컨디션을 고려한 일정을 선택해야한다.


파미르 고원에서 두 번째로 높은 레닌봉 (7,134m)

1871년 처음 발견된 레닌봉은 키르기스탄과 타지기스탄의 경계에 위치한다. 이스모일 소모니(해발 7,495m)봉이 발견되기 전까지 구소련에서 제일 높은 산이었다. 타지기스탄에서는 사회주의 혁명가 레닌 대신 페르시아 철학자 이름 이븐시나봉으로 불린다. 세계의 7,000m급 산들 중 비교적 난이도가 높지 않다. 고산등반 산악인들의 도전의 대상이 되고 있다.


흔들리는 차량에 오랜 시간 이동하니 피곤하다. 허기도 진데다 바람이 심하게 분다. 4시간을 넘게 달려 사리무골에 도착했다. 마을 공터에 멈추고 모두들 하차를 한다. ‘여기서 자는 건가?’ 호수라고 했는데 마을은 불빛없이 어둡다. 밤하늘의 별들은 깨끗하게 보인다. 사막의 모래바람처럼 흙먼지가 일고 기온이 뚝 떨어졌다. 옷부터 챙겨야겠다.


사리무골 CBT(Community Base Tourism) 주인 여자분이 우리를 사무실로 안내한다. 드라이버가 미리 연락을 해둔 모양이다. 툴파콜 호수는 사리무골에서 20여 킬로 오프로드를 1시간 정도 더 올라야한다고 했다.  멤버들과 상의 후 힘들더라고 툴파쿨 호수 까지 가기로 했다. 여행 팀워크는 선택 상황에서 나타난다. 외부환경으로 체력이 떨어질 때 이기적이게 마련이다. 오지에선 변수가 많다. 함께하는 친구들의 의지와 배려심이 있어 다행이다. 힘들어도 여행이 주는 보상은 그 이상이 될 것이다. 라이트 불빛 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동네를 벗어나기 전 아주머니 한분이 탔다. 추운날씨에 목도리로 얼굴 전체를 가리셨다. 캠프를 관리하시는분이다. 우리의 식사를 위해 함께한다.


오르막 산길을 따라 이동한다. 울퉁불퉁 이리저리 쏠리며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다. 얼마나 달렸을까? 창밖을 응시하니 어슴푸레 호수가 보인다. 캠프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니 한기가 느껴진다. 한겨울 날씨다. 식당으로 이용하는 컨테이너 건물 주변에 10여개의 유르트가 있다. 굴뚝으로 연기가 나고 있는 걸 보니 여행자들이 자리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7번 유르트를 배정받았다. 유목민들이 이용하던 몽골식 텐트다. 4개의 침대가 있고 난로가 있어 온기를 채울 수 있다. 캠프를 관리하는 아주머니 아들이 이미 불을 지펴놔서 훈훈하다.



▲ 툴파쿨 유르트 캠프
▲ 밤 늦게 도착한 툴파쿨 유르크 캠프. 컨테이너 다이닝 룸에서 늦은 식사를 하고 있는 일행




여행의 주인공이 되는 방법을 배우다 


컨테이너에서 바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따뜻한 스프에 빵, 꿀과 요거트, 준비해간 과일을 곁들여 허기를 달랬다. 몸이 따뜻해지니 살 것 같다. 장시간의 이동을 마치고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체리는 흔들리는 차안에서 힘들었던 모양이다. 얼굴 혈색도 좋지않고 식사를 못한다. 가지고 있던 약을 주었다. 체한 것 같기도해서 수지침으로 응급처치를 했다. 키르기스탄 여행에 유의할 것은 고도에 따른 기온차다. 낮에는 햇빛이 따갑고 지열이 올라가지만 해가지면 겨울을 체감한다. 여행체력 관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밤하늘의 별들이 무수하다. 낮게 내려앉았다. 별빛은 무대 조명처럼 설산 주변에 몰려들었다. 호수에는 지나던 달이 빠져있다. 호수와 초원, 만년설산이 어울린 고요한 곳이다. 멋진 아침을 마주하리라 여긴다. 추워서 감흥이 오래기지 않는다. 아주머니는 마른 똥을 한 바구니 가지고 와서 불을 지펴주신다. 나무하나 없는 곳에서 유용한 연료가 된다.


백지에 써내려가는 여행이야기. 누군가와 함께하며 더욱 소중해진다. 여행노트의 빈칸은 조연들이 채워줄 것이다. 주인공은 나다. 여행을 제대로 즐기면 된다. 


글. 사진 김진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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