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의 심장, 파미르 하이웨이는 아프가니스탄의 마자르샤리프(Mazarsharif)에서 시작한다. 키르기스탄 수도 두산베를 거쳐 호로그와 오쉬까지 고원을 잇는다. 파미르(Parmir)는 깊은 계곡의 의미가 있다. 1931년 ~ 1934년 소련 군대의 수송을 위해 건설한 길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도로이다. 척박한 고원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삶은 역사의 기록이다. 자연이 선사하는 축복의 시간! 멈춰진 시간 속으로 떠난다
▲ 오쉬(Osh) 슐레이만 투(Sulaiman Too) 산에 오르면 시내를 조망할 수 있다
비슈케크에서 오쉬로 가는 첫 비행기를 타기 위해 4시에 일어났다. 예약해둔 택시 기사님이 게스트하우스 로비에 기다리고 계신다. 날이 밝지 않은 거리는 안개가 짙다. 가로수 조명이 꺼지지 않았다. 창문을 내려 바람을 맞는다. 눈을 감으니 많은 생각이 든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파미르 하이웨이의 시작! 오쉬(Osh)로 이동한다. 공항까지 700 솜을 드리기로 했다. 1,000 솜을 드리니 400 솜을 거슬러 주신다. 파미르 간다는 내게 요금도 깍아주시고 배낭까지 내려주신다. 기분 좋은 하루의 시작이 될 것 같다. 비슈케크 공항은 그리 크지 않다. 국제선과 국내선이 한 곳에 있다. 오쉬로 가는 국내선 카운터는 아직 열리지 않았다. 한 분이 기다리고 있다. 줄을 설까 말까 하던차에 상황은 순식간에 변했다. 무슬림 복장의 사람들이 어마어마한 짐을 가지고 몰려든다. 미리 서 있길 잘했다. 한 줄, 두 줄.... 내 앞으로 다른 사람들이 끼어든다. 몸에 베인 익숙함은 어디서 오는 걸까? 무인도 기차역의 무질서와 같다. 무사히 수속을 마치고 게이트로 이동한다.
▲ 비슈케크에서 오쉬 국내선을 이용하는 사람들
오쉬는 키르기스스탄 제2의 도시이다. 3000년이 넘는 역사의 고도이다. 페르가나 계곡(Fergana Valley)에 형상된 가장 큰 도시 중의 하나로 인도와 중국으로 통하는 실크로드 교역의 중심지였다. 그 가치는 '2019년 투르크 세계의 문화수도(Culture capital od the Turkic World)'로 지정되었다.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과도 가깝다. 오쉬의 인구 40%는 우즈베크 사람들이다. 1991년 소련 해체 후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의 영토와 민족 간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비슈케크에서 오쉬까지는 35분 정도 소요된다. 키르기스스탄은 90% 이상이 산악지형이다. 육로로 이동한다면 험한 길을 12시간은 넘게 걸릴 것이다. 비행기 창밖 아래로는 메마른 고원이 펼쳐진다. 오쉬 공항은 한적한 시골 같다. 짐을 찾고 나오니 역시나 제일 먼저 택시 드라이버들이 환영한다. 이제는 익숙하다. 호객에 당하지 않도록 준비가 되었다.107번 마슈르카를 타고 시내까지 가면 될 것이다. 시내까지 10 솜을 내면 된다. 탈 때는 그냥 타고 내릴 때 돈을 지불한다. 15인승 밴 형태의 차량은 수시로 사람들이 내리고 승차한다. 차량 지붕이 낮아 허리를 펴면 머리가 닿는다. 그나마 편한 곳은 승차하는 문 앞이다. 고장이 났는지 잘 닫히지 않는다. 사람들이 타고 내릴 때 문을 열고 닫으니 기사님이 좋아하신다.
차량은 시내로 진입을 한다. 먼지 가득한 거리, 많은 인파, 경적소리, 복잡한 시내를 통과한다. 작은 강을 따라 숲이 우거진 공원에서 내린다. 숙소까지는 1km 정도 걸어가면 된다. 게스트하우스 초인종을 누르니 여자 스텝이 대문을 열어준다. 넓은 마당 한가운데 쉼터가 있다. 편안한 의자와 테이블엔 다양한 국적의 여행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우쿨렐레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자전거 여행을 하는지 이미 흙 범벅이 된 짐을 풀고, 큰 배낭을 메고 어디론가 떠날 채비를 하는 여행자들이 보인다. 8명이 함께하는 도미토리 룸을 배정받았다. 깨끗한 개인 시트, 이불도 뽀송한 것이 쾌적하게 관리되는 곳이다.
짐 정리를 하고 부엌에서 라면을 끓여 먹었다. 폴란드에서 온 친구는 제주도 여행을 해봤다고 한다.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다. 김치도 좋아한다며 엄지 척을 한다. 이번 여행에서는 폴란드 친구를 많이 만난다. 알라콜 트레킹에서 만났던 아랍에미리트승무원 카멜라도 폴란드 출신이었다.
귀국 일정이 정해져 있어 여정이 촉박하다. 파미르 하이웨이를 함께할 동행자를 찾아야 한다. 파미르 하이웨이는 랜드크루저를 이용해 드라이버 포함 4명이 함께하며 경비를 쉐어한다. 오쉬에서 두산베까지 험준한 고원을 7~8일 여정으로 넘는 일정이다. 내일부터 출발해야 일정을 맞출 수 있다. 게스트 하우스 스텝에게 확인하니 동행자가 있으면 알려주겠다고 한다. 마냥 기다릴 수 없다. 파미르 정보를 위해 많이 들른다는 오쉬 게스트하우스에 가보기로 했다.
▲ 오쉬 게스트 하우스. 시설은 오래됐지만 파미르 하이웨이 여행 정보를 얻기위해 여행자들로 붐비는 곳이다
▲ 오쉬 게스트 하우스
현지인처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익숙하다. 숙소 앞 도로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이용한다.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었다. 주택가 골목에 위치한 허름한 게스트하우스였다. 여기 숙박하지 않기를 잘했다. 사무실에 들어가니 벽면에는 지도와 사진, 영문 일정표 등 파미를 정보는 많아 보인다.
“왜, 오쉬 게스트하우스가 여행자들에게 유명해요?” 주인에게 물었다.
“제일 오래된 게스트 하우스입니다” 파미르 여행을 위해 여행자들이 모이면서 알려졌다.10년 정도 되었다고 하는데 그리 친절하지는 않다. 일정표와 소요비용을 안내받았다. 출발 예정된 팀이 있다고 한다. 3명이 모인 팀이 있는데 모두 한국 여행자다. 생각해보고 연락 주기로 했다. 일주일 넘는 오지 환경에서 무엇보다 팀워크가 중요하다. 외국 친구들과 함께하면 좋을듯 싶다. 폴란드 친구는 히치 하이킹도 문제가 없다고 했다. 마을 간 오가는 차량을 이용하면 된다. 시간이 넉넉할 때야 상관없지만...
‘어떡하지? 선택의 여지가 없을까?’ 오쉬에 일찍 올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이! 한국 사람이에요?”
게스트하우스를 나오려는데 마당 쉼터에 말레이시아 친구를 만났다. 파미르 하이웨이를 계획하냐고 묻는다. 본인들은 3명이고 셰어 친구를 찾고 있다. 내일 오쉬를 출발해 8일 일정으로 두산베에 도착한다. 이런 우연이...
귀국 항공 일정을 확인하고 함께하기로 했다. 비용도 다른 곳에 비해 저렴하다. 직접 드라이버와 차량을 수배했다고 한다. CBT(Community Base Tourism)도 그리 저렴하지는 않았다. 여행자들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주로 동행을 구한다. 자신의 여행 일정을 보드판에 메모해두기도 한다. 여행은 부딪히면 된다. 늪에 빠진 듯한 막막함도 여행 중에는 해결이 된다.
▲ 중앙아시아 사람들의 주식 화덕에 구운 빵 '레표시카', 갓 구운 빵을 배달해 판매하고 있다.
▲ 시장에는 다양한 견가류, 향신료를 볼 수 있다
▲ 대부분 중국에서 전해온 물건들이 판매된다
걱정했던 파미르 하이웨이가 해결되었다. 시간 지체하지 않고 떠날 수 있는 것도 다행이다. 이렇게 남자 셋. 여자 한 명이 한 팀이 되었다. 낯선 여행지에서 걷는 것을 좋아한다. 거리의 풍경, 사람들의 부산함을 보며 다른 삶의 시간을 즐긴다. 시내 중심가를 지난 바자르(시장)에 들렀다. 고가 다리 밑의 주차장은 마슈르카 터미널이라 혼잡하다. 작은 강을 따라 공원이 형성되어있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기구, 길거리 음식, 풍부한 과일들, 다양한 즐길 거리가 모여 있다. 수박을 조각해 화려한 꽃으로 만드는 아티스트가 눈에 띈다.
▲ 남녀 노소 즐기는 공원. 전통모자 '칼팍' 을 쓴 할아버지들이 장기를 즐기고 있다
▲ 공원 안에는 다양한 놀기기구를 즐길 수 있다
▲ 과일 조각 아티스트. 수박이 그녀의 손에서 멋진 예술품으로 바뀐다
시내 어디서나 우뚝 선 돌산이 보인다.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인 슐레이만 투(Sulaiman Too)다. 중앙아시아 이슬람교의 근원지로 많은 시민들이 오르는 성산이다. 정상에 오르면 오쉬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계단을 따라 경사 있는 길을 올라간다. 학생들이 외국인이 내가 신기한지 사진을 찍자 고한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유학생들이다. 오쉬 대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 슐레이만 산 정상에서 바라본 오쉬 평원
▲ 많은 사람들이 오간 반질반질해진 바위를 타며 소원을 빈다
정상에 많은 사람들이 있다. 유독 반질반질한 바위에서 줄을 서서 미끄럼을 탄다. 재미로 즐기는가 싶었는데 소원을 비는 곳이다. 기도를 할 수 있는 사원도 있다. 이곳 무슬림 분들은 개방적이다. 사진 찍는데도 거부감이 없다. 회색빛 하늘, 건물에 하나둘 불이 밝힌다. 야경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더 어둡기 전에 내려가야겠다. 잠시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한다. 여행자의 특권 '여행 멍' 시간이다. 먼 곳을 응시하며 마음에 울리는 소리에 귀 기울인다.
베이커리 가게에 다양한 빵들이 진열되어있다.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걸 보니 맛집일것으로 보인다. 종일 걸어서 허기가 진다. 파미르를 함께할 친구들을 위해 수제 도너츠를 넉넉히 샀다. 파미르 하이웨이 여정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