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르밧 Apr 15. 2020

나만의 소혹성에서 순수를 만나다. 스카즈카 캐년

[파르밧 모험 여행 ⑦] 사람이 여행이다



이식쿨 호수 남쪽에 숨겨진 화성 계곡(?). 스카즈카 캐년이 있다. 러시아어로 ‘Fairy tail' 동화의 뜻이 있다. 영화 ‘스타워즈’의 세트장 같은 이곳에 오면 마법이 펼쳐진다. 시간을 초원할 상상력을 자극하게 된다. 자연이 만들어낸 숨은 행성에서 어린 왕자를 만날 수 있을까? 내 마음속의 순수를 찾아서 떠난다.


한 여행자가 서 있다. 머리부터 허리까지 오는 큰 배낭을 메고 있다. 앞에는 작은 가방을 하나 둘러멨다. 옆에는 트레킹화가 달려있다. 헝클어진 머리, 검게 그을린 얼굴. 장기 여행자임에 틀림없다. 서로 눈인사를 하며 동질감을 느낀다. 마슈르카 차량에 사람이 채워지길 기다리고 있다. 카라콜에서 비슈케크로 바로 이동할 수 있지만 스카즈카 캐년을 가보고 싶었다. 시내를 벗어나 전원 풍경을 달린다. 왼편으로 우뚝 선 산군, 오른쪽으로 이식쿨 호수가 끝없이 펼쳐진다.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해안 도로를 달리고 있다. 2시간 정도 이동하면 가지사이(kadji-sai) 마을에 도착하기 전 장엄함 스카즈카 캐년을 만난다. 토마르(Tomar)에서 유럽 친구가 내린다. ‘나도 여기서 내려야 하냐?’ 기사님은 손을 저으며 다음에 내리라고 한다. 출발 전 시원한 콜라를 드린 보답이다. 4km를 더 가니 표지판이 보인다. 캐년 입구 길가에서 내려 주셨다.






국립공원 게이트에서 입장권을 끊고 2km를 들어가야 한다. 택시 한 대가 대기하고 있다. 캐년을 갔다가 시내까지 가는데 1200솜을 달라고 한다. 여행자에게 튼튼한 다리와 시간이 있다. 배낭을 매표소에 맡기고 걸어서 다녀오기로 한다. 협곡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들어간다. 붉은 산군이 나타났다. 사막 모래와 황토빛 토양은 붉은색부터 오렌지색까지 다양하다. 캐년 입구에서 도로를 따라 2km 정도 들어가면 스카즈카 캐년에 도착한다




캐년 입구에서 도로를  따라 2km 정도 들어가야면 스카즈카 캐년에 도착한다




수천 년 동안 지구의 침식작용으로 자연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전망이 있는 언덕에 오른다. 이식쿨 호수와 천산 산맥의 장엄한 파노라마를 볼 수 있다. 야외 웨딩 촬영중이다. 드론을 띄워 멋진 영상을 남긴다. 신부의 드레스가 밝은색이면 좋았을 것을. 검은색 드레스라 보는 내가 아쉽게 느껴졌다. 그래도 가장 화려하게 꾸미고 행복한 모습이 아름다워 보인다.

“축하드려요. 사진을 찍어도 될까요?”

쑥스러워하면서 흔쾌히 찍으라고 한다. 사람을 찍을 때 조심스럽다. 풍경 사진은 자연을 마음에 담으면 되지만 인물사진은 소통이 우선이어야 한다. 그들의 문화가 나와 다름을 생각해야한다. 더구나 무슬림들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드론을  띄워 야외 촬영중인 허니문




여행자 수칙. 사진을 찍을 때 동의를 구하자
사진과 영상이 대세다. 어마어마한 성능의 장비들이 쏟아진다. 매 순간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 한다. 오지에라도 가면 모두가 내셔설지오그래픽 사진작가가된다. 얼굴을 담기위해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아쉬움 때문일까? 사진 찍기 전 동의 구하기는 좋은 여행자가 되는 매너이다. 


캐년 주변을 걸어서 둘러볼 수 있는 하이킹 코스가 있다. 언덕과 모퉁이를 돌 때마다 특이한 모양들이다 만리장성을 연상시키는 암벽, 거북이. 뱀. 용, 낙타들이 있다. 거대한 성곽도 있다. 나무가 없는 곳이라 낮에는 햇빛이 뜨거워 자외선 차단제와 모자를 써야한다. 토마르(Tomar)에서 내렸던 여행자가 올라왔다. 숙소를 잡고 택시를 수배해서 왔다고 한다.




혹성에 온 듯한  스카즈카 캐년, 가볍게  걸으며  하이킹을 할  있다
붉은 캐년 너머로 이식쿨 호수가 보인다




키르기스스탄은 산, 초원. 유목민을 상상한다. 이식쿨은 특별하다. 토소르에서 바다 같은 모래 해변을 즐길 수 있다. 짠맛이 나는 염호라 사계절 얼지 않는다. 호수의 북쪽 촐폰아타(Cholponata)는 비슈케크, 알마티와 인접해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있다. 이식쿨 남쪽은 키르기스 전통 유목문화가 여전히 남아있다. 전통가옥 유르트 캠프에서 독수리 사냥, 전통 춤과 음악 공연을 볼 수 있다. 독수리 사냥은 중앙아시 유목 문화 가운데 널리 퍼져 있다. 주인과의 긴밀한 유대를 필요로 한다. 도시가 발달하면서 변화하고 있다. 야생의 사냥보다 관광객을 위한 퍼포먼스를 행하기도 한다.  




성곽을  연상케하는 모양
거북이 모양의 형상
만리장성




캐년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일출. 일몰시간에 와야 한다. 해가 지면서 붉은 캐년에 반사되는 노을빛, 나의 그림자는 산의 일부가 된다. 어디선가 어린 왕자가 불쑥 나타나 내게 다가올 것 같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우물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야”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마음으로 보지 않으면 잘 볼 수 없어.” 언덕에 앉아 침묵의 소리를 듣는다.


햇빛에 비친 그림자가 붉은 캐년과 조화롭다




마슈르카를 타기 위해 하산한다. 입구에 맡겨놓은 배낭을 둘러메고 도로에 왔다. 택시 드라이버가 등산화를 건네준다. 급하게 오느라 벗어 놓았던 신발을 두고 왔었다. “보콘바요(Bokonbaevo)까지 테워 줄게“ 차에 타라고 한다. 마치 약속된 인연 같다. 바키(Barkt)는 캐년에서 30분 떨어져 있는 보콘바요에 살고 있다. 비슈케크에서 7년 동안 은행을 다니다 귀농을 했다. 가족들과 작은 유르트 캠프를 운영하고 있었다. 자신의 숙소로 초대를 해주었다. 좋은 친구를 만나 차량과 숙박을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해가 떨어지니 금방 어두워진다. 작은 마트에 들러 수박을 몇 통 샀다. 큰길을 벗어나 호가로 들어간다. 과수원 나무들이 있는 한 가운데 3동의 유르트가 있다. 새로 지어서 인지 내부는 청결했다. 아버지하고 동생과 함께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한 동을 세우는데 2개월 정도 걸렸다. 침실용에 비해 다이닝룸은 무척 크다. 천장 높이가 7미터나 된다. 10명이 함께 잘 수 있다. 바닥은 전통 카펫으로 깔았다. 침대 매트처럼 두툼함 이불이 가지런하다. 한쪽 켠엔 차를 마실 수 있는 다과 세트도 있다. 산에서 텐트 생활을 많이 해서인지 나에겐 럭셔리한 글램핑 이상이다.




Sayakat 유르트 캠프
유르트 캠프 내부, 태양과 햇살을 상징하는 천장으로 빛이 들어온다




바키는 영어를 잘하고 트레킹에도 관심이 많다. 이미 주변의 여려 코스를 다녀왔다. 지도의 위치와 핸드폰 사진을 비교해가며 숨은 비경지를 알려준다. 이식쿨 호수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샤틀리(Shatyly) 전망대를 추천한다. 내일 떠나기 전 올라 봐야겠다. 마당에 모닥불을 피웠다. 별들도 소리 없이 내려왔다. 고요한 아침, 깨끗한 공기가 상쾌하다. 호수 산책을 나섰다. 10분 정도 걸어가니 넓은 모래사장이 나온다. 사람 하나 없는 무인도에 온 것 같다. 물에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한다. 짠맛이 나는 염호다. 바다라는 상상이 자연스럽다.


호수같은 이식쿨 호수
이식쿨 호수




주변에 여행자를 위한 유르트 캠프가 있다. 럭셔리 캠프라 하여 들어가 보았다. 2인 1실 개인룸에 TV, 냉장고. 현대식 침대, 샤워실이 있다. 전통 유르트에 현대식 편의시설을 갖추었다. 레스토랑과 넓은 정원을 갖춘 좋은 시설이다. 전통 숙소는 유르트 다움이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무슨 일이시지?’ 나를 오라며 손짓을 하신다. 

바키의 유르트 옆집 할아버지 시다. 정원을 갖춘 가정집이다. 먹음직스럽게 달린 살구를 한 봉지 따서 주신다. 달고 맛이 있다. 컨테이너 4개를 조립해서 만든 2층 구조의 게스트 하우스이다. 작은 수영장. 반야 사우나도 있다. 방마다 키르기스스탄의 유명지역 사진을 테마로 꾸몄다. 컨테이너로 이렇게 고급스럽게 만들다니 신기하다. 2층 테라스에서 보는 호수 경치가 좋다. 할아버지는 혼자 지내고 계셨다. 오가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곳이다. 멋진 아지트를 자랑하고 싶으셨나 보다. 자신만의 힐링 공간은 행복 중의 하나이다. 화려한 곳이 아니어도 소박하게 머물 수 있는 이곳이 마음에 든다. 




컨테이너로 만든 게스트 하우스




예약한 택시가 도착했다. 샤틀리 전망대에 다녀오기로 한다. 보콘바요 시내를 지나 산길을 따라 이동한다. 산골의 마을들은 목가적이다. 방목한 말들이 많이 보인다. 40여 분 이동하니 초원의 유르트 캠프에 도착했다. 언덕에 오르면 이식쿨 호수와 주변 산군을 360도 조망할 수 있다. 특별히 붉게 보이는 지역이 스카즈카 캐년이다. 정상에는 아이들과 함‘게 소풍 온 가족들이다. 크미스(kumis : 말 젖을 발효한 음료)를 권하신다. 우리나라 막걸리 같은 시큼한 요거트 맛의 음료다. 갑자기 유명인이 되었다. 서로 사진을 찍고 싶어 한다. 행복한 사람들과 함께하면 나도 즐거워진다.   




샤틀리 초원 유르트 캠프
샤틀리 전망대에서 바라본 이식쿨 호수 전경
소풍 나온  현지인 가족들




호수와 높은 산으로 가려진 곳에 숨은 스카즈카 캐년. 자연이 빚어낸 지구의 경이로움이다. 상상해 본다. B619 소혹성의 어린 왕자가 내게 온다. 사람들과의 인연이 있어 아름다움이 빛을 더 한다. 사람이 여행이다     



글. 사진 김진홍


이전 06화 다양한 문화의 향연, 프로제발스키 카라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