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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숙 Sep 05. 2023

2023. 09. 04 흐림

등교

"주원아, 30분이야. 지금 나가야 돼!"

그 무더웠던 여름도 차츰 물러가고 2학기가 시작됐지만 여전히 아이들은 아침에 일어나기 버거워했다. 그나마 딸은 어설프지만 스스로 준비하고 다하면 혼자 집을 나섰다. 자고 있는 아들은 내가 옷을 입혀줘도 못 일어나다가 딱 30분이 서야 몸을 일으키고 그대로 갔다. 비몽사몽으로 가는 아들이 걱정되어 막내를 업고 따라나섰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아들의 머리와 옷을 정돈해 주고, 잼 바른 모닝빵 한 개를 손에 쥐여주고, 남은 한 손을 잡았다. 빠른 걸음으로 학교로 향했다. 아직 절반도 못 갔는데, 저 앞에 파란불이 곧 켜질 텐데! 아들이 말했다.


“엄마, 나 힘들어. 좀만 쉬었다 가면 안 될까?” “지금? 여기서?”


예전 같았으면 잔소리를 쏟아내며 빨리 가라고 짜증을 냈을 텐데 갑자기 아들이 안 돼 보였다. 눈만 겨우 뜨고 모닝빵을 입에 넣으며 힘겹게 따라오고 있는 아들이 안쓰러웠다.


“그래, 좀 쉬었다 가자.”


근처 교회 앞에 앉았다. 그 사이 파란불이 몇 번 켜졌는지는 모르겠지만 50분까지 가는 걸 포기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다시 걸으며 여름 막바지에 땅 속에서 올라온 마지막 매미들의 허물이 나무에 매달려 있는 걸 보았다. 늦게 가는 녀석들이 우리만 있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보라색 나팔꽃도 보였다. 하나는 활짝 피고, 하나는 피다 말고, 또 하나는 오므라져 있었다. 아침에 피는 나팔꽃인데 왜 둘은 피지 않았을까 혼잣말로 중얼거렸더니, 아들이 말했다.


 “날씨가 흐려서 아직 밤인 줄 아나 봐. 그래서 나처럼 아직 더 자고 싶은가 보네ᆢ”


천천히 학교 앞에 다다르 8시 49분이었다.


 “주원아, 우리 이렇게 천천히 걸어왔는데도 50분이 안 됐네? 빨리 준비해서 와도 43분이던데, 겨우 5~6분 차이면 그냥 이렇게 오자.


 아들은 가만히 손을 흔들며 말했다.


“엄마, 어차피 지각이야. 교실에 50분까지 도착해야 돼. 안녕!


지도 잘 알면서  아침마다 꾸물대는 것인가. 하여튼 가벼운 마음(?)으로 집으로 다시 발걸음을 돌리는데 불현듯 내 등 뒤의 아이가 생각났다. 착하게도 우는 소리 한번 안 내고 눈만 껌뻑이고 있다. 아직 막내의 이유식이 남아있다. 종종걸음으로 집으로 갔다. 오면서 봤던 나팔꽃도 보이지 않았고, 그 많던 매미허물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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