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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숙 Sep 07. 2023

2023. 09. 06 맑음

오랜만에 단편소설

엄마와 딸. 그 사이의 끈끈한, 혹은 끊길 듯 한 애증관계. 왜 유독 딸은 엄마가 그토록 이해가 되어서 불쌍하다가도, 그토록 이해가 안 되어서 미워지는지. 소설이지만 소설 같지 않은 나와 당신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강화길의 단편소설집 『안진: 세 번의 봄』.
우연히 라디오에서 소개된 이 책이 당장 읽고 싶어서 도서관에 갔다. ‘애걔, 이게 다야?’ 할 정도로 책은 내 손바닥 크기에 손바닥 두께뿐이라 그 오래된, 그 풀리지 않은, 엄마와 딸의 관계를 온전히 담아낼 수 있을까 싶었다. 우려도 잠시, 안아달라는 막내의 손길도 모른 척한 채 그 자리에서 단숨에 읽었고 훅 빠져들었다.
아직은 엄마로서 살았던 시간보다 딸로서 살았던 시간이 많은 나는 딸의 입장에서 바라보았다. [깊은 밤들], [비망], [산책] 이 세 가지 이야기 속의 엄마는 어떤 상처와 결핍을 안고 그들 나름대로 잘 살아간다. 큰 문제도, 어떤 갈등도 없다. 딸과의 관계도 그럭저럭 적당히 이루면서. 딸은 그런 엄마에게서 받은 상처와 결핍으로 얼룩져 있지 드러내지 않는다. 아니 드러내기 싫다. 그냥 엄마와는 다른 방식으로, 좀 더 괜찮은(아니면 괜찮지 않은) 선택으로 살아갈 뿐이다.
어린 시절 나의 엄마는 유독 나에게 차가웠는데, 그녀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려고 무던히 애쓰던 기억이 난다. 결국 실패했고, 그 뒤로 나 역시 엄마에게서 점점 멀어져 갔다. 세상에 깊지 않은 모녀관계가 어디 있을까 싶지만 깊지 않다고 느끼는 나와 엄마의 그 이야기를 들춰볼까, 정말 그래도 될까?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다. 요즘 심리서들은 하나같이 그 상처를 끄집어내서 치유받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어쩌면 그냥 덮어두는 것도 괜찮겠지ᆢ 대신 단단하게, 튼튼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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