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후루를 하나씩 사들고 횡단보도의 초록불이 켜지길 기다렸다. 아들이 물었다.
"엄마, 구속이 뭐야?"
"구속은 잡아둔다는 뜻이야. 가령 죄를 지은 사람이 도망갈까 봐, 잘못한 증거를 없앨까 봐 구속해서 죄를 조사하지. 도망가지 않고, 솔직하게 말하면 구속하지 않고."
길 건너 아들이 보고 있는 플랜카드가 보였다. 어떤 정치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대충 알지만 관심은 없었다. 아들에게 '구속'의 사전적 의미가 잘 전달됐길 바랄 뿐. 이게 며칠 전의 일이었다.
아들은 게임만큼 책 읽는 것도 좋아한다. 혼자도 잘 읽지만 내가 읽어준다고 하면, 그 좋아하는 게임도 제쳐두고 책을 가지고 다다닥 달려온다. 막내가 태어나고 책 읽어주는 게 쉽지 않았지만 이제는 막내 재우기를 포기했다. 어차피 막내가 잘 안 잔다.
그렇게 가져온 책은 '착한 동생과 못된 형'. 게으르고 욕심 많은 형이 부지런하고 착한 동생을 장님으로 만들고 가진 걸 다 뺏고 내쫓지만 결국 형은 도깨비들에게 벌을 받는 전형적인 권선징악의 이야기다. 흥부와 놀부 같기도 하고, 혹부리 영감 같기도 하고 뭐 그런 뻔한 내용인데 여덟 살의 아이에게는 흥미진진한가 보다. 독서가 학습이 될까 봐 독후활동이나 질문을 잘 안 하지만 오늘은 뻔한 질문을 했다.
"주원아, 이 책을 읽고 뭘 느꼈어?"
"한마디로 말해볼까?"
"어ㅎㅎ 한마디로 말해봐."
"구속은 피해도 처벌은 피할 수 없다."
이걸 이럴 때 써먹네ㅎㅎ 아들의 재치에 크게 웃고, 여덟 살의 아이에게 관심을 갖게 한 여당의 정치적 문구에 피식 웃는다. 아들은 진짜 나쁜 사람은 어떻게든 처벌은 피할 수 없다며 혼자 중얼거리더니 잠이 들었다.
너와 내가 살아갈 세상이, 그 뻔한 권선징악처럼 공평하길. 그리고 너는 그 선의 길을 걷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