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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숙 Nov 09. 2023

미완성

바라보고 있다.


인도 위에 올라선 어미 고양이와 그 인도 끝에 서 있는 나는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차도 위에서 새끼 고양이는 일어나질 못했다. 조금 버둥대나 싶더니 이내 푹 꺼져버렸다. 지나간 차도, 달려오는 차도 바퀴 아래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른 채 무심하게 지나쳐 갔다.


쌍둥이를 학원에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막내는 내 품에서 잠이 들랑말랑 하던 참이었다. 젖이 불어 몸이 무거워 보였던 검은 고양이가 눈앞에서 새끼를 잃었다. 길 건너편에 있는 공원으로 가려고 했던 것 같다. 새끼가 더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이었을 것이다. 구하지 못해서 죄스러웠고, 내 품에 내 자식만 있어서 미안했다. 그 순간 인간과 동물이 아닌, 같은 어미로서 그 심정이 헤아려져 발을 뗄 수 없었다.


엄마는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모든 선택의 기준이 아이가 돼버린다. 아이가 안전하게 놀고 편히 잘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항상 아이에게 더 나은 것을 주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간혹 위험한 선택을 하기도 하지만 그것조차 아이를 위한 도전이었을 것이다. 마치 어미 고양이처럼 말이다.


나 역시 아이를 키우면서 문제에 부딪힐 때마다 정답을 선택했다고 생각했지만 결과가 잘못될 때가 있었다. 어른이 됐고 엄마가 되었기에 나라는 사람이 다 완성된 줄 알았는데, 그냥 보기 좋게 포장했던 것뿐이었다. 아이는 그런 나의 부족한 것, 상처 난 것, 망가진 것들을 하나씩 발견하게 했다. 물론 그 발견에는 고통이 수반되기도 했고 때론 인정할 수 없어 화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게 바로 나였다. 차츰차츰 받아들이자, '이런 상처를 갖고 이렇게 열심히 살았다고?' '이런 결핍을 갖고 이렇게 바르게 자랐다고?' 기특한 생각마저 들었다. 나아가기 위해 애썼던 수많은 '어린 나'가 보였다.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에 이미 완성되었다면 평범했을 나라는 작품이, 세 명의 조각가들에 의해 다시 정교하게 다듬어져 가고 있었다.


하나의 시선으로만 바라봤던 세상은 그저  단순했던 것 같다. 당시에는 복잡하고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주어진 환경 안에서만 선택한 것들은 그다지 위험하지 않았고 그래서 잘 몰랐다. 아이들을 통해 바라본 세상은 더 넓깊었다. 내가 밤새 자는 동안 2시간마다 깨는 엄마와 아이가 있는 줄 몰랐고, 기저귀를 벗고 팬티를 입기까지 수많은 이불빨래가 이루어져야 함을 몰랐다. 어느 날은 친구를 때린 아들이 되었다가, 어느 날은 관심받고 싶어 울고 있는 딸이 되었다. 막내를 통해 오롯이 알게 된 생명의 존귀함과 사랑은 신비롭기까지 다. 나의 세상 속에서 또 다른 작은 세상들이 펼쳐진 것이다. 짧은 생이었을 테지만 새끼 고양이를 통해 바라본 어미 고양이의 세상은 또 어떠했을까? 그 허망한 죽음 앞에서 주저앉지 말길 바란다. 아직 우리는 미완성이므로 계속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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