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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숙 Nov 21. 2023

비교

작년 이맘때쯤 쌍둥이의 초등학교 입학통지서를 예비소집에 갔다. 반이 정해진 것도 아니고 담임선생님을 만나는 것도 아닌데 나와 쌍둥이는 꽤 두근대는 마음으로 학교에 들어섰다. 그 설렘과 달리 빠른 본인 확인과 함께 입학 서류만 나눠준 게 다였다. 5분도 채 안돼 상황이 끝났고 뭔가 아쉬움에 뒤를 돌아봤는데 학교 담당자가 나를 불렀다.


"어머님! 잠시만요. 쌍둥이인데 같은 반을 원하세요? 다른 반을 원하세요?"


생각지 못한 질문이었지만 고민하지 않고 다른 반을 원한다고 대답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유치원에서 둘은 이미 다른 반이었다. 다만 처음부터 둘을 갈라놓으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 3, 4살 때 가정어린이집은 연령별로 반이 개뿐이라 은 반일 수밖에 없었고, 5살 때 첫 번째 유치원은 서로 의지가 될까 싶어 일부러 같은 반을 해달라고 했다. 6살 때 두 번째 유치원도 어떤 문제 상황에서 서로의 객관적인 증인(?)이 되어줄 수 있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 나 역시 선생님 한 분, 두 반이 아닌 한 반의 엄마들만 관계를 맺으면 되니까 장점이 많았다.


문제는, 쌍둥이라고 말하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둘이 너무 다른데 선생님들은 둘을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비슷한 학습능력을 갖고 있을 거라 기대했. 그리고 비교했다. 물론 배 속에서부터 같은 환경에 놓여있어서 비슷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둘은 성별부터 외모, 성격, 놀이, 취향, 입맛 등 어느 것 하나 비슷한 점이 없다. 너무 다른 두 아이를 비교한다는   마치 토끼와 거북이를 비교하는 것과 같다.


"주원이는 집중력이 좋은데, 소원이는 산만해요."

(거북이는 수영을 잘하는데, 토끼는 못해요)

"소원이는 글씨도 쓰고 오리기도 잘하는데, 주원이는 아직 손에 힘이 없는 것 같아요."

(토끼는 빠른데, 거북이는 많이 느리네요)
"소원이는 배려도 잘하고 양보도 잘하는데, 주원이는 안 그렇더라고요."

(토끼는 겁이 많아 조심성이 많은데, 거북이는 그렇지 않네요)


똑같은 부모 밑에서, 똑같은 환경이 주어진, 똑같은 나이의 두 아이를 비교 안 하기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잘하는 아이가 기준이 되어버리면 부족한 아이는 계속 부족한 아이로 인식되어 버린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해도 선생님의 색안경에는 이미  '소원이는 산만한 아이', '주원이는 글씨 못 쓰는 아이' 등이 쓰여 있는 것 같았다. 그걸 1년, 2년 주욱 가만히 듣고  나는 아들에 대한 칭찬에 웃고, 에 대한 낮은 평가에 울면서 마음이 왔다 갔다 .


그래서 둘은 헤어지기로 했! 


어차피 둘이 의지하거나 애틋한 관계도 아니었어서 아들도, 딸도 무덤덤했다. 각자의 반에서, 각자의 선생님, 각자의 친구들을 갖게 되었다. 다행인 건, 같은 반일 때보다 학습태도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아졌. 더불어 두 아이를 한 선생님께 맡기고 연신 굽신대던 나도, 양쪽 반에서 종종 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


지금 막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 서툴고 부족한 점을 기다려주는 것, 모두 쌍둥이 덕분이다. 쌍둥이가 없었다면, 나 역시 막내 또래의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면서 초조했을 것이다. 수많은 정보 속에서 갈피를 못 잡고, 남의 말에 휘둘리면서 불안한 육아를 했을 것이다. 첫째 때 했던 실수들이 연습이었다면, 둘째는 실전이 된다. 사회경력은 단절됐어도 육아경력은 단절될 수 없기에(사표를 내 싶어도 냄;;) 그렇게 차곡차곡 쌓여간. 사라지는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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