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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숙 Sep 02. 2020

2020. 09. 02 비올까?

중2병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소중하다.


아는데, 너무 잘 아는데 매일, 매 순간을 함께 하자니 힘에 부친다. 올해에는 예기치 못한 코로나19로 인해 (나는) 혼자만의 시간, 혼자만의 공간이 얼마나 소중한 지 깨닫고 있다. 나뿐만 아니라 아이들 역시 그런 듯하다. 에너지가 넘쳐나서 스스로 통제 불가능한 그 나이에 집 안에 콕 박혀서, '그만' '안돼' '하지 마'를 입에 달고 사는 엄마랑 매 순간을 함께하기에는 쉽지 않은 일이겠지. 하지만 정말 이유 없이(아이들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징징댈 때면 나도 폭발하고 만다. 어르고 달래다가, 짜증으로 답했다가, 소리 지르기 일쑤다. 가끔은 파리채를 들고 방바닥을 내리치며 위협을 주지만 아무 소용없다.


"아, 힘들다. 진짜ᆢ"


아이들의 저녁식사를 차리고 식탁 앞에 앉으면서 나도 모르게 새어 나왔다. 소원이는 눈치를 보며 숟가락을 조용히 들었고, 주원이는 날 쳐다봤다.


"엄마만 힘든 거 아니잖아요. 다른 엄마들도 청소하고 설거지하고 힘들걸요?"


뭐라고? 아, 진짜. 순식간에 저 밑바닥에서 무언가 용솟음치는 걸 겨우 억누르고 눈을 흘겼다. 밥상머리니까 참자.


"후ᆢ 얼른 밥 먹어."

"엄마가 그렇게 짜증내면, 나도 짜증 낼 수밖에 없다고요."


폭발.


"이주원, 나가. 너 보기 싫어!"

"제가 보기 싫으면 엄마가 그냥 안 보면 되잖아요."


내 속을 박박 긁어놓고 태연하게 밥을 먹는 5살  아들. 아들은 키워놔도 아무 소용없다더니ᆢ 그 말이 맞다. 근데 15살의 중2병도 아니고 5살이,  이건 아니잖아. 뭔가 잘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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