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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숙 Feb 11. 2022

2022. 02. 11 맑음

웃기, 인사하기, 친절하기

올해 7살이 된 남매둥이를 보면서 갑자기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특히 여기저기 테스트를 보고 다니면서 '평균'에 못 미치는 딸아이의 실력에 걱정이 앞섰다. 같은 환경, 같은 교육을 제공하는데 아들은 잘 따라와 주는 반면, 딸은 그러질 못했다.


 달 전부터 시작한 한글 공부도  '가~하'까지 겨우 끝났는데, 아들은 안 가르쳐준 받침, 이중모음까지 줄줄 읽고 쓰는 반면 딸은 가르쳐준 것도 헷갈려했다. 집중력, 이해력도 부족했고, 늘 한글 공부의 마지막은 내 한숨으로 마무리되었다. 결국 사교육의 힘을 빌리고자 학원과 학습지 등을 기웃거리다가 테스트를 보게 되었고, 결과는 참혹했다.


"경험이 거의 없어 보여요."

"기본부터 해야 될 것 같아요."


딸은 아들보다 늘 열심히 했다. 태어나자마자 젖을 빠는 것부터 목 가누기, 뒤집기, 기기, 서기, 걷기 등 아들보다 더 빨리 시작했지만 늘 잘 안 됐고  옆에서 보기 안타까울 정도로 노력했다. 그렇게 딸이 애쓰는 동안 아들은 어느 날 목을 가눴고, 갑자기 뒤집었고, 쉽게 기었다. 공부도 그랬다.


한글 공부로 나에게 한소리를 듣고 풀 죽은 딸아이와 나란히 누웠다.


"소원아, 엄마가 너한테 기대하는 게 많은가 봐. 우리 그냥 못하는 건 그만두고, 소원이가 잘하는 것만 해볼까? 소원이가 잘하는 것 3가지만 말해봐."

"음ᆢ 엄마, 나는 일 번째 웃기를 잘해. 두 번째는 인사를 잘하고, 음ᆢ 마지막은 카인드(kind)를 잘해."


'웃기, 인사하기, 친절하기' 세상 살아가면서 이 세가지만 있어도 충분한데, 난 7살 아이한테 지금 뭘 더 기대하고 욕심내는 걸까. 괜히 미안하고 부끄러운 마음에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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