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부터 그림책 학교에 다니고 있다.
5개월하고 열흘 정도가 지난 지금 시점에서 여전히 불안하고 마음만 조급할 뿐이다.
그런 마음이 들 때마다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린다. 또는 좋은 전시가 있다면 열심히 보러 가는 편이다.
어느날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누구의 그림인지 모른 채 나의 시선이 멈추었고 그래서 갤러리에 가서 그림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알게 된 아미꼬갤러리와 전효진 작가님이었다.
나의 그림도 그런 그림이 되면 좋겠다. 누군가의 시선에 멈추어 계속 보고 싶은 그림, 문득 생각나는 그림이 되고 싶다.
전시를 다 보고 근처에 가보고 싶었던 곳이 있었는지 네이버 지도를 살펴보다가 커피하우스가 이 근처인 것을 확인하고 카페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어떤 남자분 한 분이 책을 읽고 있었다. 카페 안은 조금 어두운 분위기였다. 그래서 밝은 창가 자리에 가방을 내려놓고 호지차를 주문하고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아직은 날이 더워 시원한 호지차가 얼마나 시원하고 맛있던지 지금도 생각이 난다. 점점 손님들이 많아져서 책을 읽다가 집중력이 흐려졌다.
카페가 2층이어서 창가로 사람들의 모습이 잘 보였다. 내가 앉은 자리에서는 신호등을 건너는 사람들이 잘 보였는데 초록불로 바뀔 때마다 다른 사람들이 건너는 모습이 재밌게 느껴졌다. 여러 사람들 중에서 아주머니께서 들고 가던 분홍색 종량제봉투에 시선이 갔다. 시간대가 저녁시간이 가까웠던 시간이라 장을 보고 집으로 가는 모습인 것 같았다.
우리 동네는 하늘색인데 여긴 분홍색이라니 종량제봉투마저 예쁘게 보였다. 그리고 반팔에 반바지를 입은 남자를 보면서 9월인데 이토록 덥다니...라는 생각과 이 신호등의 모습이 추운 겨울이 되면 롱패딩을 입은 사람들로 바뀌겠지...라는 생각도 하면서 겨울에 다시 와서 이 신호등의 모습을 그려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