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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abica Duck May 31. 2021

5월 3주 차

발명하다 : 아직까지 없던 기술이나 물건을 새로 생각하여 만들어 내다.

1. 그

 그는 발명왕이라 불렸다. 누군가는 인류의 거대 자산이라며 그의 발명품을 나열하며 찬양하고, 동경하며, 부러워했다. 누군가는 그가 안쓰럽다며 역시 천재는 외롭다고 혀를 찼다. 언젠가부터 그의 발명품이 그를 대신해 신제품을 발표하기 시작하면서, 그는 공식석상에서 자취를 감쳤다. 원체 사석에는 자리하지 않는 그였기에 그를 보는 것은 더는 불가능했다. 그의 발명품 비서가 때때로 나와 그의 새 발명품에 대한 설명을 하는 것이 그의 생존을 확인할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런 단절과 별개로 그의 집은 오히려 끝 모르게 빛이 났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밝은 집은 유성이 떨어져 눈 부실만큼 집 안의 모든 불이 켜져 있고 집에서는 록 음악이 흘러나왔다. 음악 소리는 음악으로 들리지 않고 소음으로 들릴 정도였다. 주민들의 민원을 받은 공무원들은 그 집에 도착하기 전 눈 부시고 시끄러움을 못 견디고는 되돌아갔다. 그렇게 그의 주변 이웃들이 하나 둘 떠나고 그는 마을에 홀로 빛내며 살고 있었다.

그는 발명왕으로 늘 세상을 풍요롭고, 때로는 놀라게 했다. 다만 수십 년이 지난 지금 그의 집 문이 열리고, 그를 본 사람은 없을 뿐. 누구도 그의 얼굴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2. 야외

 복권 사 본 이들 중 당첨된 이는 얼마나 될까. 번개 맞은 이는? 그렇지만 나이 든 그를 본 자는 아무도 없다. 어제까지는 말이다. 오늘 마침내 그를 본 사람이 나타났다.

집에서 쫓겨난 아이가 향할 곳은 두 군데다. 어두운 곳 혹은 밝은 곳. 아이는 밝은 곳을 찾아 그의 집으로 갔다. 공무원도, 주민도 떠난 곳을 아이가 올 수 있었던 것은 음악 소리가, 밝게 빛나는 빛이 아이에게는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 같았기에, 아이는 절박함으로 동아줄을 꼭 잡고 올라갔다. 마침 흘러나온 노래 가사 ‘그대 길 잃어도 걱정마요, 나 언제나 산처럼 우뚝 서 있을게요.’ 운명인지, 우연인지 아이는 시각과 청각도 내어줄 각오로 집에 왔다. 띵동. 초인종 누르는 소리. 록이 끝없이 퍼지는 집에 들를 리가 없지만 울림이 느껴졌다. 한 순간 모든 빛과 음악은 사라지고 누군가의 마음의 불씨가 타올랐다.


3. 불씨는 불

 ‘누구니’ ‘어,,,’ ‘누구니’ ‘절 도와주세요.’ ‘어,,,’ ‘부탁이에요.’

어린아이의 용기는 이따금 세상을 변화시킨다. 열린 문 틈으로 후다닥 들어간 아이를 그는 멍하니 바라봤다. ‘돈이 필요하니? 먹을 것? 무엇이든 줄 테니 나가주렴.’ ‘난 친구가 필요해요.’ ‘...’

한동안 서서 그는 친구가 무엇인지 생각했다. ‘친구, 줄 테니 나가주렴.’ ‘그렇지만 전,,,’ ‘나가줘.’ 쿵. 락은 그의 마음을 차분하게 하지만 록이 멎은 지금 그의 마음은 혼란스럽다. 불이 다시 켜지고 음악이 흘러나오는 집에서 그는 연구를 다시 시작하지만 이내 그의 마음속 불씨가 타오른다. 발명왕의 시발점은 호기심이다. 그는 문을 열고 아이를 찾는다. ‘얼른 들어와.’ ‘!’


4. New and New

 집에는 이제 둘이다. 그는 호기심을 해소하려 한다. 그의 호기심은 이것이다. 친구란 무엇일까. 대화는 무엇일까. 그는 호기심 충족을 위해 아이와 이야기한다. 멈출 줄 모르는 호기심이 그를 발명왕으로 만들었고 이제 멈출 줄 모르는 호기심은 삶을 변화시킨다. 그는 이내 이렇게 말한다. ‘너무 즐거워! 대화란 이런 것인가! 친구란 이런 것인가!’ 집은 더 이상 환히 빛나지 않는다. 집은 더 이상 시끄럽게 음악을 부르지 않는다.


5. 나이는 많지만, 아직 어리다오

 이후로 그는 늘 아이와 동행했다. 마을 사람들은 놀랐다. 발명왕의 모습에 놀랐고, 그에게 아이가 있다는 것에 놀랐다. 다들 수군거리며 무엇이든 묻는 그를 미쳤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그는 호기심에 산다. 물어보고 또 물어보며, 관계를 쌓고, 호기심을 충족한다. 그가 미쳤다 이야기하던 이들도 하나 둘 말을 섞어보고는 그의 순수함에 반한다. 인간은 늘 순수함을 좇으니 자신은 잃은 그 순수를 나이 많은 노인에게서 발견하고는 부러워하고 가까이하려 한다.

 더 이상 그의 삶에 발명이 없다. 그는 이미 대화로 풍족하다. 물고 늘어지는 새로운 호기심을 채우다 보면 발명에 대한 호기심이 자랄 틈이 없다. 그래도 괜찮다. 발명왕은 사람들이 붙인 타이틀이고 그는 지금까지 호기심을 좇아 그의 삶을 살았을 뿐이다. 그는 예나 지금이나 자신의 삶 살기 바쁘다.

 아이는 이따금 피곤하지만 그래도 좋다. 집에서 쫓겨난 후 그는 먹고 살 걱정뿐이었다. 보살핌이 필요했다. 그 모든 것을 그가 채워준다. 아이에게 가족은 그뿐이다. 어린 그는 평생 그와 함께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6. 아,,, 흡!,,

 아이의 말은 그에게 새로운 영감을 준다. 그는 그의 삶이 아쉽다. 지금껏 이 즐거움과 호기심 충족을 못해온 그 삶이 아쉽다. 더불어 아이에게 고맙다. 늘 그의 곁에 있어주고 싶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그럴 수 있는 나이가 아니다. 아이보다 먼저 떠날 것을 안다. 그는 결심했다. 그의 마지막 발명품에 대한 의지를 불태운다. 자신의 아쉬움과 아이의 소망을 해소할 그 마지막 발명품을.


7. 완성

 어느 날 아침 아이는 그를 찾아 집을 돌아다닌다. 방에 앉아있는 그는 대뜸 스스로를 아이의 동반자라고 이야기한다. 아이가 이해를 하지 못하자 더 이야기해준다. 그는 죽었다. 그는 자신의 몸에 AI를 넣음으로 부재한 자신을 대신할 이 발명품을 만들었다. 평생 아이와 함께할 수 있고 먼저 죽지 않는 그로 다시 태어났다. 그는 변함없어 보인다. 발명품인 그는 질문하지 못할 뿐 죽기 전 그와 다를 바 없다. 이제 아이가 묻는다. 그는 대답한다. 아이는 그를 잊지 않고 잃지 않기 위해 무엇을 물을지 늘 생각한다.

아이는 그와 다르다. 아이는 호기심을 키우고 호기심을 양식으로 발명하기 위해 노력한다. 또 아이는 늘 이야기한다. 마을 사람들은 아이가 누군지 안다. 아이는 그를 닮아 발명하지만 그보다 좋은 것을 먼저 알았다.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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